일반인들이 논문 표절 기준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이유로 입맛대로 곡해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학계에 있기 때문에 논문 표절의 일반적 기준을 알고 있어, 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서울대 광우병 연구실 우희종 교수가 최근 광우병 정책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한 여당인사가 그 교수의 모든 논문과 보고서를 비교해서 유사한 부분을 찾아냈나 봅니다. 그걸 표절 시비로 몰아가는 일부 움직임에 우려를 느껴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이 작성하는 기술문서는 특허를 제외하면 크게 세 종류입니다. 1. 학술지 2. 학술회의 3. 연구 보고서 1. 가장 일반적인 학술지의 경우 학술 논문을 심사후 선별 발간하는 일종의 잡지라고 보면됩니다.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사이언스나 네이쳐 등이 학술지에 해당하죠. 학자들은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연구원\"의 역할과 다른 사람의 논문을 심사하는 \"심사위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학술지 논문개제가 학자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첫째, 자신의 연구결과를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고(과학은 기존연구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발달합니다), 둘째, 자신의 연구 능력 평가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논문 수를 늘리기 위하여 논문을 표절하거나 조작하는 일은 학계에서 매우 심각한 윤리 위반이고, 학자로써 결격사유에 해당합니다. 학술지의 표절을 심사하는 국제 기준은 총 7단어 이상이 연속적으로 중복되는가입니다. (현실적 기준은 이보다 조금은 덜 엄격한것 같긴하지만, 예를 들어 누구처럼 \"30% 이상이 중복된다\" 정도면 변명의 여지 없이 표절이지요.) 표절 기준에서 예외가 되는 경우는 \"인용\" 에 해당하는 경우인데요. 자신 또는 다른사람의 기존 연구 결과를 새로운 논문에 인용하는 경우, 인용하기만 하면 표절이 아닌것은 아니고, 인용을 할때 어디까지가 기존의 결과이고 어떤것이 새로운 내용인지가 명확히 구분하여야 합니다. 즉 여러문장이 지속적으로 인용이 되는경우, 인용부호가 있거나 계속 반복적으로 인용이라는 사실이 강조되어야합니다. 2. 두번째 분류인 학술회의의 경우 학술논문을 잡지가 아닌 학회장에서 저자가 직접 발표하는 경우를 말하고, 이경우 학술 논문은 학술회의 논문집에 실리게 됩니다. 분야에 따라서 학술 회의가 학술지와 동등한 권위를 같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학술회의 논문의 표절기준은 학술지 표절기준과 동일합니다. 차이점이라면, 학술회의 논문은 일부 수정후 (허가된) 학술지에 재개제가 가능하고, 일단 학술지에 개제되면 그때부턴 학술지 논문이 됩니다. - 정정: 학술회의의 경우 분야에 따라서 자가표절의 경우 학술지보다 약한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3. 마지막으로 연구 보고서. 이건 표절 기준이랄께 별로 없습니다. 연구보고서는 국가, 기업 또는 연구소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경우에, 연구비의 도움으로 수행된 연구 결과를 요약 정리하는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연구 보고서는 학술지나 학술회의에 개제된 논문을 요약, 번역, 및 정리하여 작성됩니다. 하나의 연구가 여러 연구비의 도움을 받은 경우에는, 여러 연구 보고서 사이에도 중복된 내용이 실릴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연구 논문에 \"이 연구는 연구비 A,B,C의 도움으로 수행되었다\"는 식의 내용을 기술하고, 연구비마다 기여도를 참여율이라는 이름으로 할당합니다.) 개인적인 생각: 최근 정부 인사들의 계속된 논문 표절 사례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연구보고서는 연구 논문과 다릅니다. 흐름에 편승해서 서울대 광우병 연구실 우희종 교수의 연구보고서 사이에 일부 중복된 내용을 마치 표절인양, 마녀사냥식으로 접근하는 정부 관계자와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에 강한 우려를 느낍니다.
그 국회의원께서 우희종 교수 보고서 표절이라면서 세금으로 했으니 범죄행위라고 주장하시던데...
저도 그렇게 따지면 상습 표절범이니 자수해야겠습니다.
학술회의 논문 - 학술지 게재 논문...의 유사성인 것 같습니다.
제가 속한 분야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보통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은 최하 1회 이상 학술회의에 발표되고,
다듬어져서 투고,게재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례이고,
가능하면 국내외 학술회의에 여러 차례 발표되면서 검증과 보완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학술지에 게재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것을 언론에서 중복이라고 낙인찍는 것은 참 난감합니다.
(이 문제로 교육부총리 후보 한 분도 낙마하셨죠.)
정리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히려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학회에서,
학술대회용 논문 제출 시에 논문게제를 독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문게재의 경우 이를 정제하여 연구 결과를 배포(release)하는(지혜를 공유하는) 성격이 강 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학술대회에 제출한 논문의 경우 최종 게제논문의 중간 버젼인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이런 경우 문제가 있을 수가 있습니다.
일일이 자기표절을 피해가는 방법도 있지만,
짧은 시간에 여러편을 준비하는 경우, 학술대회 논문 출판과 동시에(출판되기 전에)
논문게재 프로세스도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최종 결과만 보면 정확한 인용(학술대회논문의 인용) 없이 마구 베껴 여러편 출판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본인이 활동하는 학회가 몇군데로가 고정적이고,
학술대회, 학술지 그리고 논문집이 시리즈로 오버랩되어 출판되기 때문에
정말로 신경써서.... 표절의 의도가 전혀 없이.... 연구를 수행한다 할지라도,
어떤 기준의 잣대로 결과를 보느냐에 따라 판단은 100%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양심적이어야 겠지요.
저 같은 경우도 한 연구논문을 두 번 발표했고, 나중에 발표한 학회에서 책으로 출판한 발표집에 실었습니다.
이건 표절이 되면 안됩니다. 많은 사람들의 검증을 받고, 코멘트를 받아야 좋은 논문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죠.
현대학문에서 우리보다 더 긴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는 한 논문을 여러 학회에서 발표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냥 한 번에 나오는 논문이란 있을 수 없죠.
예전에 촘스키 같은 경우는 강의시간에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그것을 가지고 토론을 한 후에 논문으로 만듭니다. 아마 한나라당에선 이것도 표절이라고 할 겁니다. 학생의 아이디어를 베꼈다구요.
기본적인 상식과 양심조차 버리고 자신들의 야욕을 위해 뻔뻔해진 그 사람들을 용서할 수가 없네요.
제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었던 경험은.. 그래도 소위 우리나라에선 알아주는 학회지인데.. 어느 대학 교수 3명과 학생이 쓴 논문인데 제 석사학위 논문을 그대로 dump했더군요.. 근데 그 논문 심사를 제가했다는 사실이죠..~
아주 친절하게.. 논문 몇 page에서 몇 page까지 아무개 석사 학위 논문 몇 page부터 몇 page까지 동일.. 그림 뭐 동일.. 이렇게 심사를 해서 줬는데.. 응답이 없더군요.
근데도.. 다시 resubmit을 해서 그 논문이 나한테 안 오면 그 논문이 accept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게 되죠..
그리고, 분야마다 학술회의의 위상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학술지와 학술대회의 논문 사이에도 - 심지어 동일한 저자라 할 지라도 - 분명히 표절관계가 성립됩니다. 다만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동일한 저자의 연속된 연구 과정에 따라서 여러 학술대회를 통해서 검증을 받은 내용이 최종적으로 학술지에 실릴 수는 있겠지요.
그럴때는, 학술지에 지난 자신의 학술대회 논문을 \'인용\'하면 되는 것이죠.
설사 연구자가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권위있는 학술지 보다는 학술대회를 선택했는데 더 이상의 결과가 나오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자신의 연구를 리뷰하는 논문을 만들어서 학술지에 내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기존 논문들을 인용해서 정리하는 것이지요.
위에 말씀하신 학술대회에 여러번 발표된 것이 학술지에 나오는 것은 분명히 자신의 이전 논문이 인용되어 있는 경우 또는 새로운 연구 부분의 독창성이 인정받아 학술지에 실릴 수 있는 수준의 연구가 이루어졌을 경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가 있는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 학술대회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미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라도 그 내용이 뛰어나다면 얼마든지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 대부분 \"Invited Talk\"의 형태가 되지요.
마지막 연구보고서는 사실 훨씬 더 심각합니다.
연구자가 직접 펀드를 만들지 않는 현실,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연구비가 공적자금 (세금 또는 공공 기관의 예산)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하나의 연구가 여러 펀드로부터 나오는 것은 도덕적 결함에 해당됩니다.
실제로 공공 연구의 경우 이러한 식의 연구를 금지하고 있고, 전 직장에서 이렇게 이루어진 연구를 적발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려 했으나 연구관리기관 (각 부처로부터 연구비 예산을 집행하는 역할을 가진) 들의 반발로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나왔습니다.
이야기가 좀 딴데로 세는 것 같은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분명히 연구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리뷰나 서베이 단계에서 다른 연구를 인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독창적인 연구라고 한다면 여러 연구보고서에 독창적인 내용이 없이 그대로 실리는 것은 연구자의 자기기만입니다. 설사 연구 내용이 순차적으로 겹칠 수 있겠지만 그 경우는 마찬가지로 이전 연구를 인용해서 넣으면 되는 것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이 이전 연구로 인용해서 넣지 않는 이유는 일단 펀드 제공처가 다르면 중복 연구 성과를 확인하기도 힘들고 자신이 이전에 연구한 내용이 있다면 펀드가 깎이거나 아예 연구 펀드 선정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속이고 들어가는 것이죠. 돈이 문제입니다.
저의 경우는 방법론이나 방법론에 기반한 실험과 설계를 합니다.
때문에 학술회의를 거쳐서 연구 내용...즉 방법론이나 그에 기반한 것들...을 다듬고 최종적으로 학술지에 투고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당연히 지난 학술회의의 내용을 인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국외로 눈을 돌려봐도 대부분 제가 말씀드린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물론 문제가 된 적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연구 분야가 현상학적인 관찰이나 발견에 기반한 경우에는 C군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즉, 학술회의 발표 논문이 학술지에 그대로 게재되는 경우는 대부분 Selected paper 의 성격으로, 논문에 학술회의 발표 사실이 명시되고, 오히려 학술지에 실릴만큼 연구성과를 입증 받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표절시비를 받는 부분은, 자기가 작성한 유사한 논문을 인용하지 않고 중복 투고(학술회의와 학술지)를 할 때 발생합니다.
자기인용을 명확하게 하고, 대상 학술지의 심사 체계가 철저하다면 심사과정에서 어느정도 걸러질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학술지 논문의 모든 그림과 도표가 학술회의 논문으로 부터 인용되었다면, 투고하기 민망하지요. 하지만 Selected paper의 형식으로 학술회의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되는 경우는 이미 어느 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다는 것이 명시되기 때문에 재인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자도 자기인용을 명확하게 하다보면, 동일한 논문인지 다른 논문인지 판단이 내려집니다.
정리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