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마트폰으로 본 뉴스 중 몇 퍼센트를 진실이라고 믿으십니까?
1835년 8월, 미국 일간지 '더 선'(The Sun)에 세상을 뒤집어놓은 기사가 연재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의 저명한 천문학자 존 허셜 경이 남아프리카에 초대형 망원경을 설치해 달을 관측했다는 내용이었는데, 기사가 아래와 같이 묘사한 달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 달의 생태계: 현무암 산맥과 붉은 꽃이 만발한 들판
- 기이한 동물들: 외뿔 염소와 불을 피울 줄 아는 직립보행 비버
- 최고의 발견: 날개로 하늘을 날며 도시를 건설한 '인간 박쥐'(Vespertilio-homo) 종족

1835년 '더 선'에 실린 삽화 (출처: 위키미디어)
에드거 앨런 포가 "열 명 중 이 기사를 믿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적을 정도로, 뉴욕 전체가 이를 사실로 받아들였습니다. 예일 대학 학자들이 원본 관측 기록을 확인하겠다며 신문사를 찾아왔고, 일부 목사들은 달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할 방법을 진지하게 문의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더 선'의 기자 리처드 아담스 로크가 부수 확장을 위해 꾸며낸 조작 기사였습니다. 실존 천문학자의 이름과 학술지 형식을 빌려 대중의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킨,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가짜 뉴스로 꼽힙니다.
190년이 지난 지금, 방식은 똑같은데 위력만 커졌습니다. 로크가 존 허셜 경의 이름을 빌려 권위를 입혔다면, 지금은 딥페이크와 생성형 AI가 결합해 실제 정치인이나 유명인이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을 몇 초 만에 만들어냅니다. 신문이 마차로 배달되던 시절엔 사기극이 퍼지는 범위에 물리적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알고리즘을 타고 몇 분 만에 수백만 명에게 퍼집니다.
이 검증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 워터마킹은 AI 생성 콘텐츠 안에 보이지 않는 표식을 심어 출처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Anthropic이 Claude 생성 텍스트에, Google DeepMind가 '신스ID'(SynthID)로 이미지, 영상, 음성에 각각 적용하고 있습니다.
- C2PA는 콘텐츠에 암호화 서명된 이력을 붙이는 표준으로, Adobe, Google, Meta, Microsoft, OpenAI가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고 삼성 갤럭시 S25 같은 기기도 촬영 시점부터 서명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완벽한 방패는 아닙니다. Claude의 텍스트 워터마킹은 문장을 많이 수정하면 사라지고, C2PA도 표준에 참여하지 않은 도구로 가짜를 만들면 서명 자체가 남지 않습니다.
1835년 뉴욕을 속인 것은 검증할 방법이 없던 '권위'였습니다. 지금은 그 권위를 검증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 빠르게 갖춰지고 있지만, 이 인프라가 모든 콘텐츠를 아우르기 전까지는 유난히 놀랍거나 자극적인 뉴스일수록 공유 버튼을 누르기 전에 출처부터 의심해 보는 습관이 여전히 첫 번째 방어선입니다.
이 글은 제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의 요약본입니다. 원문과 글 내용의 각종 출처 링크는 해당 블로그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