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창업 이야기에는 서사가 하나 있습니다.
-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을 털어 놓고 돌아갈 다리를 스스로 끊는 장면입니다.
- 절박해야 이긴다는 말이 뒤따르고 어중간하게 발 하나만 담근 사람은 애초에 진심이 아니었다는 평가가 붙습니다.
- “애덤 그랜트”는 “오리지널스”에서 이 통념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데 성공하려면,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하며 집중적인 노력 없이는 기업이 번창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안정적인 위험분산 포트폴리오가 지닌 핵심적인 장점을 간과하고 있다.”
- 애덤 그랜트, 『오리지널스』
☐ 앞 문장까지는 우리가 아는 이야기지만 문제는 뒤 문장입니다.
33%라는 숫자
☐ 그랜트가 근거로 드는 연구가 있습니다.
- ‘조지프 라피’와 ‘지에 펭’이 2014년에 발표한 논문인데
- 미국의 장기 추적 조사 데이터를 가지고 5천 명 규모의 창업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추적하였습니다.
☐ 직장을 유지한 채 사업을 시작했다가 나중에 전업으로 넘어간 사람들과, 처음부터 회사를 그만두고 뛰어든 사람들을 비교했습니다.
- 결과는 전자가 사업을 접을 위험이 33% 낮았습니다.
☐ 논문에 등장하는 사례들도 익숙합니다.
- 스티브 워즈니약은 애플을 만든 뒤에도 한동안 HP에 남아 있었고
- 피에르 오미디아르는 다른 회사에 다니면서 이베이를 열었습니다.
☐ 다만 애초에 직장을 붙들고 시작하는 쪽을 택한 사람들은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었고
- 논문도 그 점을 함께 보고하고 있습니다.
- 그러니까 “직장을 유지하면 성공한다”가 아니라 “신중한 사람이 신중한 방식으로 시작했더니 오래 버티더라”쪽에 가깝습니다.
한쪽이 안전해야 다른 쪽에서 과감해집니다
“한 분야에서 안정감을 확보하면, 다른 분야에서는 자유롭게 독창성을 발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 애덤 그랜트, 『오리지널스』
☐ 과감함이 안정감을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 안정감이 있어야 과감해진다는 말은 공감이 좀 가는 말이었습니다.
☐ 생계가 걸린 상태로 사업을 하면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 당장 돈이 되는 일을 먼저 받게 됩니다.
- 하고 싶었던 일은 다음으로 밀립니다.
- 검증이 덜 된 아이디어도 밀어붙이게 됩니다.
- 물러설 여유가 없으니 확인 대신 확신을 택합니다.
- 조급하게 수익화를 시도합니다. 그러면 원래 만들려던 것과 다른 물건이 나옵니다.
☐ 반대로 한쪽에서 생활이 유지되면 나머지 한쪽에서는 이상한 걸 해 볼 수 있습니다.
- 안 되면 접으면 되니까요.
- 실패의 비용이 낮아지면 시도의 횟수가 늘어나고, 시도가 많아지면 그중에 뭔가 걸릴 확률도 올라갑니다.
- 창의성은 재능보다 시도의 횟수라는 문제의 말이 이 대목에서는 꽤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 그런데 추진력은 어떻게 하나요?
- 여기서 초안을 쓰다 스스로 걸렸던 부분을 그대로 옮깁니다.
- 시간을 덜 쓰면 추진력은 분명히 떨어집니다.
- 하루 2시간과 하루 12시간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 경쟁자가 전업으로 붙어 있다면 속도에서 밀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 이건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 다만 저는 요즘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 속도가 결정적인 시점은 방향이 맞다라는 게 확인된 뒤라고요.
- 확인되지 않은 방향으로 빨리 달리는 건 그냥 빨리 틀리는 일입니다.
- 그리고 사업이 어떻게 될지는 시작할 때 아무도 모릅니다.
- 모르는 상태에서 전부를 거는 건 용기가 아니라 그냥 판돈을 키우는 것에 가깝습니다.
☐ 그래서 겸업은 어중간한 타협이라기보다, 확인이 끝날 때까지 판돈을 낮춰 주는 방식에 가깝다고 봅니다.
- 확인이 되면 그때 옮기면 됩니다.
- 앞의 연구에서 오래 버틴 사람들이 정확히 그 경로를 밟았습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겸업으로 남은 게 아니라 겸업으로 시작해서 전업으로 넘어갔습니다.
☐ 물론 이 방식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 안전한 쪽이 너무 편해지면은 영원히 넘어가지 못합니다.
- 리스크를 줄이려고 시작한 일이 리스크를 피하는 습관으로 굳는 경우입니다.
☐ 전부를 걸지 않으면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을 할 수 있는데
- 오래 할 수 있게 설계하는 것도 진심의 한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켓에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고요. 익숙한 시장이고, 마켓에서 소비자로 있다가 내가해도 저거보단 더 잘하겠는데? 이생각으로 들어와서 running 중인데, 경쟁자가 있어도 현재는 블루오션이니 잡고 있는데 길어야 2-3년 보는 마켓이라 전업 할 정도는 아니라고 봐서 끌고있긴 하네요.
경쟁사가 선점효과로 시장 먹어놓고 개판쳐서 전업으로 하면 금방 넘어설 수 있을 거 같은데, 자본도 모자라고 시장도 한계가 있어서 생각만 하고 넘어갈 엄두는 안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