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완벽한 추첨이 가능한 것인지, 온라인에서 실현은 불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우리는 정말 조작 속에 속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매일 '무작위'라는 환상을 소비하며 살아갑니다.
점심 메뉴를 정하기 위해 무심코 돌리는 사다리타기부터,
인생의 계급을 바꿀 수도 있는 몇 억 원짜리 아파트 청약 추첨까지.
우리는 그 모든 결과 뒤에 '공정함'이라는 거대한 신화가 버티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여러분이 살면서 경험하신 모든 추첨은
단 한 번도 완벽하게 공정했던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무작위는 그저 '아직 조작 방식을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 불과합니다.
1. 장난감 같은 사다리타기와 주사위의 배신
가장 단순해 보이는 추첨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친구들과 모여 스마트폰 앱으로 돌리는 사다리타기를 떠올려 보세요.
화면 위에서 귀여운 캐릭터가 줄을 타고 내려가며 찌릿찌릿한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이것은 난수(Random Number)를 생성하는 ‘알고리즘’입니다. 그리고 알고리즘은 인간이 만든 코드에 불과합니다.
개발자가 마음만 먹으면 특정 위치가 당첨될 확률을 0%로 만들거나,
특정 조건일 때 결과가 바뀌도록 조건문(If-Else) 하나만 슬쩍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누르는 그 순간에도,
결과는 이미 의도된 알고리즘의 궤적을 따라 정해져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디지털을 버리고 순수한 물리 법칙에 의존하는 주사위는 안전할까요?
카지노에서 쓰이는 정밀 정육면체 주사위조차 눈금 구멍의 깊이와 채워진 도료의 밀도에 따라
미세하게 무게 중심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하물며 시중에서 파는 일반 주사위는 내부의 미세 기포나 깎인 각도에 따라
특정 숫자가 나올 확률이 물리적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정교하게는, 주사위 내부에 미세한 철가루를 넣고 테이블 밑에 전자석을 몰래 배치하는 전통적인 속임수부터,
3D 프린터로 내부 밀도를 미세하게 조절해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원하는 숫자만 나오게 만드는 정밀 조작까지
물리적 추첨의 허점은 무궁무진합니다.
2. 수천억 원이 오가는 아파트 청약: '블라인드'라는 이름의 착시
"그래, 사다리타기나 주사위는 사소한 장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관리하고 수억 원의 자산이 오가는 아파트 청약 추첨이나 로또는 다르지 않겠습니까?"
정말 그렇게 믿으십니까?
아파트 청약이나 공공기관의 당첨자 추첨 시스템은 대개 컴퓨터 난수 생성 프로그램
(PRNG: Pseudo-Random Number Generator)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의사(Pseudo, 가짜)'라는 뜻입니다.
컴퓨터는 구조적으로 '진짜 무작위'를 만들지 못합니다.
특정 초기값(Seed)과 공식을 조합해 무작위처럼 보이는 수열을 시뮬레이션할 뿐입니다.
만약 청약 시스템 관리자나 시스템을 납품한 외주 업체 개발자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조작을 시도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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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Seed) 값 조작: 특정 시간에 서버가 받아들이는 초기값을 미세하게 조작하여,
이미 사전에 결과를 알고 있는 수열이 출력되도록 맞춥니다. -
백도어(Backdoor) 삽입: 특정 고유 번호나 신청 번호가 입력되면,
해당 번호가 우선 추출되도록 알고리즘 내부 로직을 숨겨놓습니다. -
결과 재추첨(Re-roll): 시뮬레이션을 내부적으로 수백 번 먼저 돌려본 뒤,
원하는 특정 인물(또는 특정 가점 보유자)이 당첨되는 결과가 나올 때의 시드값만을 최종 결과로 채택합니다.
외부 검증 기관이 와서 코드의 겉모습을 검사하더라도,
난수 생성 로직 내부 깊숙이 숨겨진 백도어나 시드값 제어 매커니즘은
실제 서버가 돌아가는 그 순간이 아니면 증명해내기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정교하게 짜인 '무작위 연극'일 뿐, 그 내부의 톱니바퀴가 누구의 손에 의해 돌아가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3. 완벽한 추첨이 불가능한 3가지 이유
추첨이 조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구조적 한계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 추첨 시스템의 3대 구조적 허점 | 내용 |
| 1. 검증의 불투명성 (Black Box) | "과정이 정말 공정했는지" 일반 대중은 내부를 볼 수 없습니다. |
| 2. 중앙집중식 통제 (Centralized Control) | 시스템 권한을 가진 단 한 명에 의해 전체 결과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
| 3. 진짜 난수의 부재 (Deterministic Nature) | 결정론적 메커니즘(알고리즘)으로는 '진짜 무작위'를 구현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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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문제 (Black Box Problem):
추첨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결과가 출력되는 과정은 철저히 닫힌 상자 안에서 일어납니다. 우리는 입력(신청자 목록)과 출력(당첨자)만 볼 뿐, 그 중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물리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
중앙집중형 권한 (Centralized Trust):
추첨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주체가 '단일 기관'이나 '단일 서버'라는 점입니다. 관리자가 악의를 품거나 외부 해킹에 노출되는 순간, 그 시스템의 모든 공정성 신화는 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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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론적 세계관의 한계 (Determinism):
물리적 현상이든 디지털 알고리즘이든, 시작 조건과 입력값을 완벽히 지배할 수 있다면 결과는 100% 예측 가능합니다. 우리가 '운'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우리가 통제하거나 측정하지 못한 변수들의 조합'일 뿐입니다.
4. 우리는 왜 이 거짓말을 계속 믿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이 불완전한 추첨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추첨만큼 통치와 배분을 단순하고 깔끔하게 만들어주는 도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희소한 자원(아파트, 인기 콘서트 티켓, 청약권)을 나누어야 할 때,
완벽한 공정함보다는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졌다"는 환상을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불만을 잠재우는 가장 가성비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그 조작의 수법 역시 인간의 눈으로는 도저히 감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운이 없어서 떨어졌다"며 스스로를 탓하는 동안,
누군가는 그 무작위의 탈을 쓴 시스템의 뒷문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음 편 예고: #2 수학과 암호학은 어떻게 '거짓 무작위'를 만드는가
정말로 중앙의 통제 없이, 그 누구도 조작할 수 없는 '완벽하게 공정한 추첨'은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요?
다음 글에서는 디지털 난수의 수학적 한계와 이를 파헤치는 현대 암호학의 시도를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