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을 참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 일찍 진로를 정하고 그 길로 곧장 달려간 사람이 결국 이긴다는 이야기입니다.
- 그런데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정반대의 자료를 내놓습니다.
“깊이를 조금 희생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폭을 넓히는 쪽이 경력이 쌓여 갈수록 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예술 창작자들을 조사한 연구들도 거의 동일한 결과를 내놓았다.”
-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데이비드 엡스타인”
☐ ‘경력이 쌓여 갈수록’이라는 말은
- 폭을 넓힌 사람이 처음부터 앞선다는 말이 아니라
- 초반에는 분명 뒤처져 보이지만
- 역전은 한참 뒤에 일어난다고 하고 있습니다.
늦게 정한 사람은 무엇으로 따라잡을까
☐ 여러 분야를 경험한 사람은 전공을 늦게 정하고도
- 결국 자신의 역량과 성향에 더 잘 맞는 일자리를 찾아냈고
- 그 궁합이 늦게 시작한 불리함을 상쇄했습니다.
- 물론 이 내용도 통계적인 연구 결과라서 모두가 다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을 10년 한 사람과
- 맞는 일을 5년 한 사람 중에 누가 더 멀리 갈지는 시간만으로 판가름 나지 않습니다.
☐ 맞지 않는 일에서는 버티는 데 에너지의 절반을 씁니다.
- 반면 맞는 일에서는 그 절반이 고스란히 실력으로 쌓입니다.
- 그리고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집니다.
넓기 때문에 깊을 수 있습니다.
☐ 니클라스 루만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 ‘제텔카스텐’이라는 메모 시스템으로 유명한 독일의 사회학자입니다.
☐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사회학자라는 호칭이 무색합니다.
- 루만은 사회학을 전공한 적이 없습니다.
- 법학을 공부했고 행정 공무원으로 일했습니다.
- 사회학을 접한 것이 33세 무렵, 공직을 떠난 것이 35세입니다.
- 박사 학위는 39세, 정교수가 된 것은 41세 였습니다.
☐ 기준으로만 보면 완벽한 늦깎이입니다.
- 그런데 결과는 70권이 넘는 책과 400편에 가까운 논문을 남겼습니다.
☐ 주목할 것은 그의 관심사가 결코 좁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 9만장에 이르는 그의 메모 상자에는 법, 경제, 정치, 예술, 종교, 생태, 대중매체, 그리고 사랑에 관한 기록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 얼핏 보면 산만한 취미 생활 같지만
- ‘사회를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한다’는 그의 작업을 가능하게 한 재료였습니다.
☐ 루만의 깊이는 폭을 포기한 대가가 아니었습니다.
- 넓었기 때문에 깊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적성을 찾을 시간이 있었을까요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위험하다는 말을 은연중에 또는 노골적으로 죽 들어 왔던 것이다.”
-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데이비드 엡스타인”
☐ 방향을 바꾸는 게 위험하다는 말을 들으려면
- 애초에 방향을 정해본 적이 있어야 합니다.
☐ 그런데 돌아보면 우리에게 그런 시간이 있었나 싶습니다.
- 고등학교까지 대학에 갈 공부만 하고
- 대학에 가서는 취업을 위해 다시 공부하고 스펙을 쌓아야 했습니다.
-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최소한 무엇을 싫어하지 않는지 아는 일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구조였습니다.
☐ 그러니까 우리 대부분은 방향을 잘못 고른 것이 아니라
- 고를 기회 자체가 없었던 것에 가깝습니다.
- 그런데도 뒤늦게 방향을 틀려고 하면 “지금 와서?”라는 말이 먼저 돌아옵니다.
- 선택할 시간은 주지 않고,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고 합니다.
판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 현재는 부모세대가 말하던 ‘제2의 인생’과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 우리나라 중고령층이 생애에서 가장 오래 다닌 주된 일자리를 그만두는 평균 연령은 52.9세입니다.
- 반면 앞으로 일하고 싶다고 답한 나이는 평균 73.4세였습니다.
- 20년의 간극이 있는 것입니다.
☐ 50대 초반에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고
- 그 후로도 20년 넘게 일해야 하고
- 100세까지 산다면 은퇴 후에도 40년 이상이 남습니다.
- 이 구조에서 ‘한 우물’이라는 표현은 사실 성립하기가 어렵습니다.
늦게 시작하는 사람의 무기
“중년에 새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도 그렇게 비칠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그냥 젊은 사람이 더 똑똑하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그러나 기술 기업 중 50세가 창업한 회사가 30세가 창업한 회사보다 대박을 터뜨릴 확률이 거의 두 배 높고, 30세 창업자가 20세 창업자보다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
-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데이비드 엡스타인”
☐ 중년 창업자가 유리한 이유는 나이를 먹어서가 아니라
- 그 나이까지 겪은 것들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 무엇이 안 되는지 알고, 진짜 문제가 어디 있는지 알아보고
- 도움을 청할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 이것들은 스물다섯에는 아무리 똑똑해도 가질 수 없는 자산입니다.
그러니
☐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하나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 이 경험도 어중간하고 저 경험도 어중간해서
- 남들처럼 한 분야를 깊이 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하지만 루만의 메모 상자에 담긴 카드들도
- 처음부터 서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 법과 사랑과 생태가 한 상자에 뒤섞여 있었을 뿐입니다.
- 그 카드들이 의미를 갖게 된 것은
-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 연결되기 시작하면서입니다.
☐ 우리가 지나온 길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흩어져 있어서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 아직 연결되지 않아서 쓸모없어 보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 그리고 그 연결은 대체로 늦게 일어납니다.
- 엡스타인의 말처럼, 경력이 쌓여 갈수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