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면서>
안녕하세요.
최근 책을 읽으면서 이것저것 정리해보면서 글을 써보고 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항상 주장이라는 것은 반대의견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대적인 정답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니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대화를 하다 보면 이상한 순간이 있습니다.
- 분명 상대의 말이 귀로 들어오고 있고, 저는 고개도 끄덕이고 있습니다.
- 그런데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이 말이 끝나면 뭐라고 하지?’하고
- 제 차례에 할 말을 미리 짓고 있는 겁니다.
☐ 그러다 상대의 말이 끝나면, 저는 준비해둔 말을 꺼냅니다.
- 대화는 매끄럽게 이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상대가 말한 뒷부분은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 들은 척만 한 거죠.
☐ 이게 저만의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우리는 이해하려고 듣는 게 아니라, 대답하려고 듣는 것 같습니다.
- 왜 이렇게 되는걸까요?
대답을 준비하는 순간, 듣기는 멈춥니다.
☐ 답은 생각보다 단순한데, 우리 머리는 ‘듣기’와 ‘말짓기’를 동시에 하지 못합니다.
☐ 상대의 말을 알아듣는 일과 내가 할 말을 만드는 일은, 둘 다 같은 자원을 씁니다.
- 언어를 다루는 작업기억이라는 공간은 매우 좁습니다.
- 한번에 붙잡아둘 수 있는 게 몇 덩어리 되지 않습니다.
- 그러니 그 좁은 책상 위에 ‘상대의 말'을 올려놓고 이해하다가
- ‘내 대답'을 올려놓고 짓기 시작하면
- 먼저 있던 것은 밀려서 떨어집니다.
☐ 즉, 대답을 준비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듣지 않습니다.
- 듣기를 잠시 꺼두고, 말 짓기로 갈아탄 것입니다.
- 귀로는 소리가 계속 들어오니까 듣고 있다고 착각할 뿐입니다.
- 소리를 받는 것과 뜻을 알아듣는 것은 다른 일인데
- 뜻을 알아듣는 쪽이 꺼져 있는 상태인거죠.
☐ 문제는 상대의 말에서 정작 중요한 내용이 뒷부분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을 바로 꺼내지 못하고
- 빙 둘러서 마지막에 놓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 그런데 우리는 앞부분 몇 마디만 듣고 대답을 짓기 시작합니다.
- 그러니 자주 어긋납니다.
- 상대는 끝에 가서야 진짜 이야기를 했는데,
- 나는 앞부분에 대한 대답을 준비해두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면 듣고만 있어야 할까요?
☐ 그럼 대답은 언제 준비하라는걸까요?
- 상대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생각을 시작하면
- 대화가 뚝뚝 끊기지 않을까요.
☐ 애초에 사람은 다중처리를 잘 하지 못합니다.
-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는 것의 실체는
- 동시에 하는 게 아니라 빠르게 왔다 갔다 하는 것에 가깝고, 갈아탈 때마다 비용이 듭니다.
☐ 결론적으로는 듣고만 있는 게 맞습니다.
☐ ‘들으면서 대답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 ‘다 듣고 나서 대답을 짓는 것’으로 순서를 바꾸는겁니다.
☐ 대답을 짓는 대신, 상대가 지금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를 따라갑니다.
- 사실을 말하는 건지, 감정을 말하는 건지, 해결을 원하는 건지, 그냥 들어주길 원하는 건지.
- 이것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그 좁은 작업기억은 이미 꽉 찹니다.
- 대답을 지을 자리가 원래 없었던 겁니다.
☐ 그리고 다 들은 다음에는,
- 바로 내 말을 꺼내는 대신 들은 것을 한 번 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그러니까 이런 말씀이신 거죠?” 하고요.
☐ 이건 상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 내가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는 절차이고, 동시에 대답을 지을 시간을 정당하게 버는 방법이니까요.
답변을 준비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인가?
☐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이 남습니다.
- 대답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내 차례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입니다.
☐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대답을 미리 준비하는 진짜 이유는 대화를 잘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 침묵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 상대의 말이 끝났는데 내가 바로 받아치지 못하면
- 왠지 느려 보이고, 할 말이 없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은 겁니다.
- 그러니까 대답 준비는 듣기의 기술이 아니라,
- 불안을 달래는 습관에 가깝습니다.
☐ 하지만 실제 대화에서 잠깐의 침묵은 생각보다 나쁘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 오히려 반대입니다.
- 내 말이 끝나자마자 튀어나오는 대답은 ‘준비해둔 말’이라는 게 티가 납니다.
- 반면 잠깐의 틈을 두고 나오는 대답은, 진짜로 듣고 생각했다는 증거가 됩니다.
- 짧은 침묵이 오히려 “나는 당신의 말을 끝까지 들었습니다”라는 신호가 되는거죠.
☐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 저도 가능한가 싶기는 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인생에서 조금씩 더 잘 듣기 위한 노력을 하다보면
- 언젠가는 경청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브런치북] 슬기로운 듣기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