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분명히 집의 조용한 방이 글쓰기에는 더 좋아야 할 것 같습니다.
- 방해도 없고, 소음도 없고, 의자도 편하니까요.
- 그런데 막상 앉아 보면 이상하게 글이 안 풀리고
- 오히려 시끌벅적한 카페에서 자리를 잡았을 때
- 일이 더 잘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왜 그럴까요?
누군가 보고 있다는 감각
□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눈치가 보인다"는 감각입니다.
- 옆자리 사람이 내 화면을 들여다보는 건 아니지만
-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윌는 괜히 딴짓을 덜 하게 됩니다.
□ 이것을 심리학에서 '사회적 촉진' 또는 '관중 효과'라고 부릅니다.
- 다른 사람이 존재하기만 해도 우리의 수행이 영향을 받습니다.
- 특히 충분히 익숙해진 작업일수록 타인이 있을 때 속도와 정확도가 더 좋아진다고 합니다.
- 다만 아주 낯설고 어려운 작업은 누가 지켜볼 때 오히려 더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회적 억제)
- 아무래도 내가 못하는 모습을 누군가 보면 부끄럽다 라는 생각이 들어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그래서 "남들 시선 덕분에 잘 써진다"는 건
- 이미 어느 정도 글쓰기가 익숙한 사람에게 더 잘 들어맞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지극히 사회적인 존재다. 우리는 많은 일을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 그리고 심지어 혼자서 일을 할 때조차 우리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지 신경쓴다."
-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 "대니얼 T. 윌링햄"
함께한다는 느낌
□ 두 번째 이유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느낌"입니다.
-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니고 협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 그저 같은 공간에서 각자 무언가에 몰두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집중이 됩니다.
- 이런 효과를 요즘 '바디 더블링(body doubling)이라고 합니다.
- 1996년 ADHD 코치 린다 앤더슨이 만든 개념으로
- 옆 사람이 특별히 무엇을 해주지 않아도 그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집중력과 과제 완수율이 올라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 카페에서 공부가 더 잘 되거나
- 친구와 같이 도서관에 가면 덜 졸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적당한 소음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 세 번째는 완벽한 정적보다 적당한 소음이 오히려 머리를 더 잘 굴러가게 한다는 것입니다.
- 2012년 일리노이대학교 라비 메타 연구진이 다섯 차례 실험을 했는데
- 카페 정도의 적당한 소음은 조용한 환경보다 창의적 과제 수행을 더 끌어올렸습니다.
- 반대로 소음이 지나치게 커지면 오히려 창의력이 떨어졌습니다.
- 너무 조용하지도 너무 시끄럽지도 않은 중간이 가장 좋다는 것이죠.
□ 적당한 소음은 우리를 살짝 '산만하게' 만드는데
- 이 가벼운 산만함이 생각을 좁고 구체적인 데서 벗어나
- 더 넓고 추상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린다고 합니다.
혼자 있으면 자꾸 늘어지는 이유
□ 우리의 머리는 적당한 긴장(각성) 수준이 유지될 때 가장 잘 돌아갑니다.
- 각성이 너무 낮으면 주의가 흐트러지고
- 나른함과 졸음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 저도 종종 카페를 가게 되는게 사무실에 혼자 앉아있으면
- 뭔가 의지력이 안 생기는 기분이더군요.
- 이건 의지가 부족해서라기보다, 혼자 있는 공간이 내 안의 긴장감을 붙잡아 주지 못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 그리고 사무실에 있으면 사무실 정리를 하거나 여러가지 딴짓을 생각하게 됩니다.
- 마치 시험기간에 청소가 재미있는 것처럼요.
그런데 카페에도 아이너리가 있습니다.
□ 물론 카페가 만능은 아닙니다.
- 카페에 가면 의자가 불편하기도 하고 시끄럽기도 하고요.
-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의 카페는 순식간에
- '도움 되는 소음'에서 '방해 되는 소음'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 그래서 몸은 편해서 각성은 유지하되 피로는 덜한 환경인
- 도서관의 열람실, 한적한 시간대의 동네 카페, 코워킹 스페이스같은 곳이 사랑받는 이유가 있는 셈이죠.
정리하며
□ 조용한 방보다 카페에서 글이 더 잘 써지는 건
- 단순한 취향이나 기분 탓이 아니라 꽤 탄탄한 이유가 있는 현상이었습니다.
□ 오늘따라 집에서 일이 안된다면, 글이 안 풀린다면
- 그건 우리 의지가 약해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 그저 우리의 뇌가 적당한 소음과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 필요하다면 가까운 카페나 사람이 적당히 있는 조용한 자리로 옮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