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 = 지방분산.
가능할까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캐나다 하고 비교해보죠.
왜 캐나다에서는 되고 한국에서는 안 될까요?
캐나다의 각 주(Province)가 보여주는 자생적이고 독립적인 경제 생태계는 이상적인 분산 모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부를 창출하는 방식 자체가 캐나다와 완전히 다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캐나다는 부의 원천이 땅에서 나오는 부 라면 한국의 부는 사람을 쥐어짜는 부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버타주의 거대한 오일샌드와 농업, 인공지능 허브, BC주의 임업, 천연가스, 사스카츄완 주의 희토류 제련 및 분리(Separation), 칼륨비료, 우라늄 등 캐나다의 각 주는 그 땅 자체에서 막대한 부가 창출되죠.
자원과 산업이 원래 그곳에 있으니 자본과 기업이 그 지역으로 가야만 하고, 자연스럽게 독자적인 경제권이 형성됩니다. 서부 주에 사는 사람들이 온타리오주나 퀘벡주에 가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단풍구경이나 간다면 모를까.
반면 한국은 천연자원이 전무하여 오직 수입한 원자재를 가공해 수출하는 무역,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서비스 IT 제조업으로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인적자원은 한 곳에 뭉칠수록 시너지가 폭발하는 집적 효과(Agglomeration effect)가 강하게 발생합니다.
‘와서 모여 함께 하나가 되자’
이게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동력이었습니다.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람과 자본을 서울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몰아넣는 것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캐나다와 한국은 행정적 권한과 자금줄의 구조도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캐나다의 주는 단순한 행정구역이 아니라 헌법상 고유한 권한을 가진 사실상의 준국가(Semi-state)입니다.
한국의 광역지자체나 도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죠.
만일 한국에서 경상북도나 대구광역시가 독립하겠다는 운동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무슨 일이 일어나긴. 당장 내란혐의(국토참절) 수사 들어오겠죠.
캐나다 알버타 주에서는 연방탈퇴를 지지하는 운동이 상당수 주민의 공개적인 지지를 받으며 실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각 주는 자기 지역내 천연자원에 대한 독점적 통제권을 가지며, 독자적인 주세(Provincial Tax)를 징수하고, 의료와 교육을 독자적으로 책임집니다.
돈을 스스로 벌고 쓸 권한이 있다는 이야기예요.
반면 한국은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입니다.
지방자치제를 실시하지만 핵심 조세수입(국세)은 모두 중앙정부가 거두어들인 뒤 지방에 교부금이라는 이름으로 배급해 줍니다.
재정 자립도가 20~30%에 불과한 한국의 지방 도시들은 스스로 먹거리를 만들 권한도 예산도 없이 중앙정부의 국비지원만 제비새끼들처럼 쳐다보는 구조입니다.
한국에서 지방분산이 불가능한 가장 치명적인 병목지점은 바로 지역서열화입니다.
캐나다에는 전국을 통틀어 무조건 가야 하는 서열 1위 대학이라는 획일화된 개념이 없습니다.
에드먼튼이나 캘거리에서 자란 우수한 학생은 당연하게 U of A(알버타주립대학교)에 진학해 지역의 에너지, 의료, 공공 부문의 엘리트로 성장하고 그곳에 정착합니다.
BC주 최고의 인재는 UBC로 갑니다.
(약간의 예외는 있습니다. QS 랭킹 에서 UBC가 서울대보다 높거나 비슷하고 토론토대학교나 맥길대학교는 서울대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기 때문에 일부 한국계 부모들은 자녀들을 기를 쓰고 그 대학들로 보내려고 노력하기는 합니다. 여력이 되는 부모들은 자녀들을 미국 아이비리그에 보내려고도 하지만, 어쨌든 이런 문화는 매우 특수한 경우에 속합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한국은 부산이든 광주든 춘천이든 창원이든 가장 뛰어난 인재는 무조건 서울의 특정 대학(SKY)으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갑니다.
학벌이 사회적 계층 이동의 가장 강력한 사다리이자 계급장인 사회에서 대학서열이 서울을 정점으로 완벽하게 수직화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 인재의 유출을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우수인재가 서울로 가버리니 기업도 지방으로 내려갈 이유가 사라집니다.
캐나다는 각 지역이 먼저 형성되고 이들이 연합(Confederation)하여 국가를 이룬 Bottom-up의 역사를 가집니다. 처음부터 각자의 정체성과 경제권이 뚜렷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국가가 한정된 자본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 투자해 성장을 견인한 탑다운 Top-down 모델입니다.
이 반세기가 넘는 압축 성장기 동안 금융, 문화, 정보, 자본권력의 모든 신경망이 서울을 중심으로 얽혀버렸습니다.
이제 와서 이 얽힌 신경망을 강제로 떼어내어 지방으로 분산하려 들면 지역 균형 발전이 이루어지기 전에 국가 전체의 효율성과 경쟁력이 먼저 추락해 버리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지역분산 잘못했다간 나라 망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대도시의 기능과 장점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인구과밀이라는 개념 자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거대한 면적을 가진 미국같은 나라들조차 인구의 대부분이 전체국토면적의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 지역에 밀집거주하고 있습니다. 서울 + 수도권의 질서있는 인구밀집은 뉴욕의 역시 질서있는 인구밀집보다 훨씬 더 질서있는 밀집범주에 속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캐나다식의 독립적 지방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조세 수입의 절반 이상을 지방으로 넘기고 서울의 명문대 카르텔을 해체하고 중앙집권적 헌법 구조를 연방제 수준으로 뜯어고치는 혁명적 변화가 필요한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성공가능성도 희박합니다.
행정수도이전?
세종시 이야기 좀 해 볼까요?
20년이 지난 지금도 상당수 핵심 부처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을 KTX로 오가며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이 분들 서울집 절대 안 팔 겁니다. 이 분들이 바보가 아니므로 팔면 회복불능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테니까요.
서울에 아닌 이천에 있는 요즘 유명한 그 회사는 어떤가요?
직원들이 이천이 아닌 강남 송파 판교 분당 수지에 살면서 셔틀버스타고 출퇴근하는 바람에 ‘셔세권’이라는 희한한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연봉높은 직원들이 직장 가깝다고 이천에서 집 살 이유가 없죠.
행정청사나 대기업 공장 몇 옮기는 것과 권력과 자본의 중심을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의 중심이 죽으나사나 서울일 수 밖에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캐나다에 지방균형발전이라는 말이 없는 이유는 애당초 그런 말이 나올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한국에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말을 무슨 전가의 보도나 되는 것처럼 너도나도 떠들어대는 이유는 국가구조상 이룰 수 없는 신기루같은 말이기 때문일 것 입니다.
장르가 애매하지 않도록 내용을 손질해서 올렸으니 그 점 참고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