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면서>
안녕하세요.
최근 책을 읽으면서 이것저것 정리해보면서 글을 써보고 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항상 주장이라는 것은 반대의견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대적인 정답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니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의 뇌는 심지어 우리 사고방식에 일관성이 결여되더라도 정중하게 눈감아준다.”
- “제텔카스텐”, “숀케 아렌스”
□ 이 문장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거창한 철학적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 오히려 아주 사소한 일상이었습니다.
- 바로 약속 시간에 늦는 일입니다.
□ 이상하게도 저는 네이버지도 예상시간을 확인하고 출발하는데 자주 시간이 촉박해집니다.
- 분명 지도에는 38분이 걸린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 그래서 40분 전에 나가면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 그런데 막상 실제 움직이면
- 집에서 나오는 시간
-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
- 지하철역까지 걷는 시간
- 개찰구 통화 후 승강장까지 내려가는 시간
- 도착해서 출구를 찾는 시간
- 역에서 내려서 도착지까지 탐색하는 시간
- 이런 시간은 계산에 잘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 지도는 틀리지 않았죠. 틀린 것은 제 계산이었습니다.
□ 그런데 더 이상한 점은 이 실수를 한두 번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 매번 비슷하게 촉박합니다.
- 약속 시간이 가까워질 때가 되어서야
- 도착 예정 시간이 약속 시간보다 늦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불안해집니다.
- 걸음이 빨라지고 마음이 초조해집니다.
□ 왜 그럴까요?
□ 생각해보면 머릿속 계산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생략합니다.
- 우리는 ‘집에서 목적지까지 40분’이라고 생각하지만
- 실제 이동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 이 모든 것을 종이에 적어보면 아주 명백합니다.
- 현관에서 아파트 출구까지 나오는 시간 5분
- 역까지 걷는 시간 8분
- 열차 대기 5분
- 등등 이렇게 적어보면 20분 가까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 그런데 머리로만 생각할 때는 이 시간이 사라집니다.
- 정확히 말하면 없는 것처럼 취급됩니다.
- 귀찮기 때문입니다.
- 머리는 복잡한 계산을 싫어하고 대충 괜찮겠지라는 쪽으로 넘어갑니다.
□ 이것은 약속 시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글쓰기도 비슷합니다.
“내부 기억은 합리적이나 논리적인 방식이 아닌 심리적 논리 규칙에 따라 정보를 검색한다.”
- “제텔카스텐”, “숀케 아렌스”
□ 머릿속에서는 어떤 생각이 꽤 그럴듯하게 느껴집니다.
- 분명 나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 같고
- 어느 정도 정리된 것 같고
- 말로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런데 막상 글로 쓰려고 하면 금방 막힙니다.
- 방금 전까지 분명했던 생각이 흐려지고
- 문장으로 옮기는 순간 빈틈이 드러납니다.
- 왜냐하면 머릿속 생각은 완성된 형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생각은 종종 느낌, 방향, 인상에 가깝습니다.
- 그 상태에서는 서로 모순되는 생각도 큰 문제 없이 함께 존재할 수 있습니다.
- 뇌는 그 모순을 엄격하게 따지지 않습니다.
□ 하지만 글은 다릅니다.
- 글은 생각을 문장으로 확정해야 합니다.
- 문장으로 확정하려면 주어와 서술어가 필요하고, 앞뒤 논리가 맞아야 하며
-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드러납니다.
□ 머릿속에서는 그럴듯했던 생각이 글로 옮겨지는 순간
- 갑자기 허술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니클라스 루만은 글로 쓰지 않은 채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 대부분은 사람들은 생각이란 순전히 내적 과정이며
- 펜의 유일한 가능은 완성된 생각을 종이에 적는 것이라 믿습니다.
-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생각이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불완전하며
- 적지 않고서 완성된 생각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 약속 시간 계산도 마찬가지입니다.
- 머릿속으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 실제 이동 단계를 적어보면 부족한 시간이 바로 보입니다.
- 생각은 자주 생략하고, 글은 그 생략을 드러냅니다.
□ 그래서 생각과 계산의 차이는 결국 ‘머릿속에서 대충 맞는 것’과 ‘밖으로 꺼내 검증한 것’의 차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