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면서>
안녕하세요.
최근 책을 읽으면서 이것저것 정리해보면서 글을 써보고 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항상 주장이라는 것은 반대의견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대적인 정답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니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언제부터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 예전에는 사진이 과하게 예쁘면 “뽀샵했지?” 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 포토샵으로 사진을 보정했다는 뜻이죠.
- 그만큼 포토샵은 사진 보정의 대명사였습니다.
- 그런데 최근에는 이 말이 잘 안들립니다.
-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제 AI나 핸드폰의 자체 기능으로도 보정이 쉬워졌기 때문입니다.
- 사진을 찍는 순간 피부가 정리되고
- 버튼 몇 번이면 배경도 지워지고
- 어색한 부분도 자연스럽게 고쳐집니다.
□ 그런데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한 회사로 이어집니다.
- 수십 년동안 디자이너들의 절대적인 도구였던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든 회사, ‘어도비’입니다.
- 한때 어도비는 창착자들의 필수 도구를 만든 혁신 기업이었습니다.
□ 하지만 최근 어도비를 향한 분위기는 예전같지 않습니다.
- 주가도 오랜 기간 부진했고, 무엇보다 사용자들의 불만이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 저도 어도비 구독을 해본 적이 있는데 솔직히 부담이 꽤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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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어도비는 왜 이렇게 미움을 받게 되었을까요?
1. 그래픽 디자이너 아내를 둔 한 엔지니어
어도비의 시작은 의외로 낭만적입니다.
□ 어도비는 제록스 PARC 연구소 출신의 두 컴퓨터 과학자가 세운 회사입니다.
- 존 워녹과 찰스 게슈케입니다.
- 당시 제록스는 그들의 프린트 출력기술인 인터프레스를 적극적으로 상업화하지 않았습니다.
- 이에 두 사람은 1982년 회사를 나와 어도비를 세웠고 포스트스크립트라는 개선된 언어를 만들었죠.
□ 흥미로운 점은 워녹의 아내가 그래픽 디자이너였다는 점입니다.
- 워녹은 아내가 실제로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불편해하는 부분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 그리고 그 피드백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되었습니다.
- 보통 부부가 함께 사업이나 일을 하면 싸우기 쉽다고들 합니다.
-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죽이 꽤 죽이 잘 맞았던 모양입니다.
□ 그렇게 1987년 일러스트레이터가 탄생하였습니다.
- 개발자 입장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불편함을 이해한 개발자가 만든 프로그램이니
- 그동안 손으로 선을 긋고, 수정하고, 다시 그리던 디자이너들에게는 거의 혁명에 가까웠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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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레이터 초기버전 이미지
□ 포토샵은 조금 다른 과정을 거쳤습니다.
- 토머스 놀과 존 놀 형제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어도비가 라이센스하여 발전시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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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샵 초기버전 이미지
□ 이후 일러스트레이터와 포토샵은 무지하게 잘 팔렸고 지금의 어도비를 만들 핵심 제품이 되었습니다.
2. 2012년 구독제의 시작
□ 2012년 어도비는 큰 전환을 합니다.
- 영구 라이센스 방식의 대안으로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를 도입한 것입니다.
- 원래 어도비 제품은 큰 돈 한번 내고 프로그램을 소장한 것이었는데
- 마지막 영구 라이센스 버전인 크리에이티브 스위트6는 전체 묶음이 $2600 (우리돈 약 400만원 정도) 였죠.
□ 반면 구독제는 초기 기준으로 월 $50 수준이었습니다.
- 처음에는 부담이 줄어든 것처럼 보였습니다.
- 특히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 쓰는 전문가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처럼 보일 수 있었죠.
- 하지만 모든 사람이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애프터이펙트를 다 쓰는 건 아닙니다.
- 일부 기능만 쓰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이 컸습니다.
- 이후 어도비는 월 $9.99짜리 포토그래피 플랜을 내놓았고 고객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 경영 교과서에서 ‘비즈니스 모델 전환의 모범 사례’로 다뤄질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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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6 핵심 애플리케이션 아이콘
□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랐습니다.
3. 비극의 시작 - 기존 고객은 죄인이 됐다
□ 어도비의 구독제 전환은 숫자로 보면 성공이었습니다.
-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세 가지 문제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1) 악명 높았던 연 계약과 해지 수수료
□ 겉보기에는 월 단위지만 실제로는 1년 약정이었고
- 중도 해지하면 50% 중도 해지 수수료를 물어야했죠.
- 이 수수료의 존재를 사용자에게 충분히 명확하게 전달하지 않고
- 가입 과정에 작은 글씨로 숨기거나 작은 아이콘에 마우스를 올려야만 보이도록 했다고 합니다.
□ 해지 자체도 상당히 빡셌죠.
2) ‘Firefly’ AI와 사용자 창작물 논란
□ 2024년 AI 붐이 한창이던 때 어도비는 약관을 업데이트했습니다.
- 소프트웨어를 계속 쓰려면
- 어도비가 “자동 및 수동 방식”으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는 식의 문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창작자들은 반발했습니다.
- “내 작업물을 어도비가 AI 학습에 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졌습니다.
- 특히 어도비가 Firefly라는 생성형 AI 모델을 밀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불신은 더 빠르게 번졌습니다.
- 거센 반발에 어도비는 물러섰고 약관을 변경했습니다.
- “당신의 콘텐츠는 당신의 것이며 어떤 생성형 AI 도구의 학습에도 절대 사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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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도비 생성형 AI 모델 Firefly
□ 여기서 중요한 것은
- 어도비가 AI 학습에 몰래 사용자 저작물을 썼다는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어도비는 라이센스된 콘텐츠와 저작권이 만료된 공개자료로만 학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 모호한 약관과 불투명한 소통이 ‘그럴 수도 있다’는 정황과 불신을 키운 것이죠.
- 신뢰가 남아 있었다면 해명으로 끝났을 일입니다.
- 하지만 신뢰가 약해진 상태에서는 해명조차 변명처럼 들립니다.
3) 피그마 인수 시도와 좌절
□ 피그마는 웹 기반 협업 디자인 툴입니다.
- 설치형 프로그램 중심이었던 기존 디자인 도구와 달리
- 웹에서 바로 작업하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협업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습니다.
- 무료 요금제까지 갖추고 빠르게 성장하며 어도비의 아성을 위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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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 기반 협업 디자인 툴 피그마
□ 해결책으로 어도비는 피그마를 사려고 했습니다.
- 2022년 9월 20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죠.
- 그런데 영국과 유럽연합에서 독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고 어도비는 결국 인수를 포기했습니다.
- 그리고 피크마에 10억 달러의 해지 수수료를 지급했죠.
□ 결국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어도비는 이상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 비스니스 모델만 보면 어도비는 엄청나게 성공한 회사입니다.
- 영구 라이센스에서 구독제로 전환했고
- 안정적인 반복 매출을 만들었습니다.
- 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한 구조입니다.
□ 하지만 고객 신뢰의 관점에서는
- ‘신뢰를 돈으로 바꾼 실패 사례’가 됩니다.
-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조처럼 느껴졌고 실제로 해지도 어렵게 했습니다.
- 같은 전략인데 정반대의 평가가 동시에 가능한 것입니다.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 ‘뽀샵했어’라는 말이 사라진 건 보정이 쉬워졌기 때문입니다.
- 그리고 AI는 그 어려운 일을 독점하며 군림했던 어도비의 자리마저 흔들고 있습니다.
- 기술이 모두에게 열리는 순간 그것을 가두고 비싸게 팔려던 회사는 가장 먼저 위기를 맞는다는
- 오래된 진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