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의 어머니' 글래디스 웨스트의 부고 소식에서 알게 된 사실들
RSS로 구독 중인 해외 뉴스 사이트에서 '아인슈타인을 이용해 GPS를 만든 글래디스 웨스트를 기리며'라는 글을 접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의 인물인데, 지난 1월 17일 95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미국의 수학자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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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초기에 차량 네비게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었기 때문에 GPS의 원리에 대해 공부하고 발표 자료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었지만, 글래디스 웨스트라는 이름이나 아인슈타인과의 연관성은 처음 듣는 얘기라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고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내 위치를 확인하고 목적지까지 최적의 경로를 안내받는 이 기술은 이제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상의 마법 뒤에는 100년 전 천재 과학자의 이론과, 수십 년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한 천재 수학자의 위대한 헌신이 숨어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GPS 기술에 담긴 과학적 원리와 숨겨진 영웅의 이야기를 세 가지(+알파)의 놀라운 사실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1. GPS 위성과 지상의 시간은 다르게 흐릅니다
GPS의 놀라운 정확성은 100년 전에 나온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법칙이 우리 손안의 스마트폰을 정밀하게 작동시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핵심 원리가 작용합니다.
• 특수 상대성 이론: GPS 위성은 시속 13,900km라는 엄청난 속도로 지구 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느리게 흐릅니다. 이 때문에 위성의 시계는 지상의 우리보다 매일 100만 분의 7초씩 뒤처지게 됩니다.
• 일반 상대성 이론: 위성은 지상 20,200km 상공에 있어 지구의 중력 영향을 훨씬 덜 받습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약한 곳에서는 시간이 더 빨리 흐릅니다. 이 효과로 인해 위성의 시계는 지상보다 매일 100만 분의 45초씩 더 빨리 갑니다.
이 두 효과를 합산하면, 위성의 시계는 결국 지상보다 매일 100만 분의 38초씩 빨라집니다. 이 미세한 시간 차이를 보정하지 않으면 GPS는 하루에 10km가 넘는 오차를 일으킵니다. 이 정도 수준의 오차는 길 안내는커녕 내 위치조차 제대로 알 수 없게 만듭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GPS는 상대성 이론이 실생활에 적용된 가장 중요하고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2. 지구는 완벽한 구가 아니라는 사실이 GPS의 기술적 난관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지구를 매끄러운 구슬처럼 생각하지만, 실제 지구의 모습은 그와 다릅니다. 지구는 자전으로 인해 적도 부분이 불룩하고 극지방이 평평하며, 내부의 불균일한 질량 분포 때문에 표면이 울퉁불퉁합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지구의 실제 모습을 ‘지오이드(Geoid)’라고 부릅니다.
이 불규칙성 때문에 지구상의 위치에 따라 중력의 크기가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자전으로 인해 중력은 적도에서 가장 약하고 극지방에서 가장 강하며, 해양 지각이 5km에 불과한 얇은 바다 밑과 45km에 달하는 두꺼운 산맥 아래의 중력 값도 다릅니다. 이러한 미세한 중력 변칙(gravitational anomalies)은 위성의 궤도에 영향을 미치고, 위성 신호의 오차를 만듭니다. 만약 지구를 완벽한 구로 가정하고 위치를 계산한다면, 그 결과는 결코 정확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지구의 실제 모양을 정밀하게 계산하는 것은 GPS 개발의 가장 거대한 장벽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난공불락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글래디스 웨스트 박사입니다. 그녀는 영화 ‘히든 피겨스’로 알려진 숨겨진 영웅들처럼, 수십 년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천재 수학자입니다. 흑인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했던 1956년, 그녀는 미 해군 시험장에 고용된 두 번째 흑인 여성이자 단 네 명뿐이었던 흑인 직원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녀의 천재성은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1960년대 초, 그녀는 계산을 통해 해왕성과 명왕성의 궤도가 유사하다는 사실을 증명해냈습니다. 이후 웨스트 박사는 해양 원격 탐사를 위한 최초의 위성 ‘시샛(Seasat)’의 프로젝트 관리자를 맡아, 위성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최적화하여 데이터 처리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그녀는 지구의 불규칙한 형태와 중력장을 극도로 정밀하게 계산하는 복잡한 알고리즘과 수학적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이는 GPS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반이 되었습니다.
3. GPS는 '네번 째 위성'을 사용해 원자시계의 정확성을 대신합니다
GPS는 ‘삼변측량’이라는 원리로 위치를 계산합니다. 최소 3개의 위성으로부터 각각의 거리 정보를 받으면, 3차원 공간에서 나의 위치를 단 하나의 점으로 특정할 수 있습니다. 위성과의 거리는 위성에서 보낸 신호가 나에게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에 빛의 속도를 곱해 계산합니다. 문제는 이 시간이 나노초(10억 분의 1초) 단위로 정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수신기의 시계가 위성에 탑재된 수십억 원짜리 원자시계만큼 정확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스마트폰에 들어있는 건 저렴한 수정 시계일 뿐, 원자시계만큼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 시간 오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PS 시스템은 '기발한 수학적 트릭'을 사용합니다. 바로 네 번째 위성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3개의 위성이 위치(X, Y, Z 좌표)를 계산하는 데 사용된다면, 이 네 번째 위성이 '내 시계가 얼마나 틀렸는가?'라는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춰주는 열쇠가 됩니다. 네 번째 위성에서 오는 추가 정보는 스마트폰 시계의 시간 오차(t)라는 미지수를 계산하고 보정하는 데 쓰입니다. 이 독창적인 방법 덕분에 우리는 값비싼 원자시계 없이도 스마트폰만으로 정확한 위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원모어띵 - GPS의 선구자는 종이 지도를 더 선호했습니다
GPS 기술 개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글래디스 웨스트 박사에게는 흥미로운 일화가 있습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연구 덕분에 길을 찾고 있음에도, 정작 그녀 자신은 내비게이션보다 종이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것을 더 선호했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평생을 불확실한 데이터와 싸워 지구의 가장 정확한 모델을 만들어낸 거장에게, 잘 접힌 종이 지도 위의 명확한 선과 기호들이 가장 믿음직스러운 진실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투모어띵 - GPS 시스템의 연간 운용 비용은 3조원, GPS 위성 한 대를 새로 만들어 우주에 보내면 4천억원
미국 공군와 우주군(US Space Force)이 관리하는 GPS 시스템의 연간 총 운용 예산은 2024년 기준 약 18억4천만 달러입니다.
GPS 시스템에는 최소 24대의 위성이 필요한 데, 현재 백업용을 포함해 31대를 활성화 상태로 운용 중이고 '비활성화' 상태로 궤도 상에서 대기 중인 예비 위성도 있다고 합니다. 15년 정도인 GPS 위성의 수명이 다하면 새로운 위성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한 대 당 제작 단가가 약 3천억원이고 궤도에 올리는 발사 비용이 천억원 정도 들어갑니다.
쓰리모어띵 - GPS 시스템이 민간에 무료 개방된 결정적 이유는 KAL 007기 격추 사건
1983년 대한항공 007기가 경로를 이탈해 소련 영공에서 격추된 사건 이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민간 항공기 안전을 위해 군사 기밀이었던 GPS를 민간에 무료 개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단순한 호의를 넘어선 전략적, 경제적,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었습니다. 전 세계를 미국의 시스템에 의존하게 해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GPS에 기반한 서비스 산업이 탄생해 미국 민간 경제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손안에 담긴 위대한 유산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GPS 기술은 단순히 편리한 도구가 아닙니다. 결국 GPS는 아인슈타인의 뇌 속에서 태어난 우주의 법칙을, 웨스트 박사의 끈기 있는 계산으로 울퉁불퉁한 지구에 적용하고, 4번째 위성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우리 모두의 손안에 쥐여준 인류 지성의 결정체입니다.
다음번에 지도 앱을 켤 때, 이 작은 화면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위대한 이야기는 무엇일지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GPS 의 문제라기보단 당시 아이폰 3G (아이폰의 두번째 모델이었죠 아마) 의 한계가 아니었나 싶네요. 실시간으로 지도 데이터도 받아야지 위치 추적도 해야지.. 자원에 딸리지 않았나 해요
아이폰 3GS 국내 출시 전부터 개발에 들어가서 2010년 초에 앱스토어 릴리즈까지 했지만 바로 모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ㅜㅜ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3986181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gps와 아인슈타인의 연결고리가 있었다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소수의 뛰어난 천재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결합되어 만들지고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는 인류 문명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내가 누리는 이 편리한 세상은
누군가의 피와 땀이 깃든 소중함을 느끼면서 후손들에게도 더욱 발전시켜 전해져 인간의 평화로운 삶이 영위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이런 것도 AI Slop에 해당되려나요 ^^
위 부고 기사를 접한 뉴스 사이트는 아마도 YCombinator가 운영하는 Hacker News 였던 것 같네요. 한글로 번역된 제목을 보여주는 RSS 피드가 있어서 (번역 품질 이슈가 있습니다만) 이 피드를 구독 중입니다. https://hevinxx.github.io/hn-summary-and-translate/rss-ko.xml
미국이 빡치면 글로벌 상대로 GPS 스위치를 끌 수도 있다는 이야기
트럼프면 가능할 이야기라서 더 문제입니다. ㅠ.ㅠ
너희들 GPS 공짜로 이용하고 있지? 돈 내놔!!!!
GPS처럼 전 지구를 커버하는 시스템은 러시아(GLONASS), EU(Galileo), 중국(BeiDou)이 가지고 있고, 특정 지역만 대상으로 하는 위성 항법 시스템은 일본과 인도가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한반도를 대상으로 하는 KPS라는 위성 시스템을 2035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하네요.
추가로 TMI 하자면,
1. 미군이 민간에 공개한건 L1 이라고 불리는 주파수로, 정확도가 5~15미터 수준이죠
미군은 L2 라는 더 정밀도 높은 코드를 사용하고 있고(정확도 10cm 이내),
민간의 정확도 개선을 위해 L5를 추가 개방해서 현재는 30cm 급 정확도가 나옵니다.
Pseudo-code 이기 때문에 해석을 필요로 하고, 키값을 공개하느냐마느냐로 정확도가 결정됩니다.
2. 초창기 스마트폰에 들어갔던 센서의 정확도가 개방된 것보다 낮아서 위치 오차가 많이 발생했었습니다. 또한 전파이다 보니, 고층건물이 많은 빌딩숲에선 반사파 때문에 제대로 측정되기 어려웠었죠.
3. 정확도는 RTK냐 DGPS냐에 따라서도 많이 변하기도 합니다. GPS 측량에서는 진짜 1cm급 오차를 보여주죠.
4. 종이지도를 선호하신 선구자가 특이하긴 하지만, 결국엔 종이지도도 GPS 측량정보와 항공사진을 기반으로 제작한거라, GPS의 정확도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을텐데, 아이러니한 부분이네요.
5. 최소운영대수가 24대인 것과 더불어, 내 머리 위에는 항상 최소 6대의 GPS위성이 지나갑니다.
6. GPS에 들어가는 원자시계는 보통 세슘 원자시계가 들어갑니다. 세슘의 고유진동수를 시간으로 환산해서 시계에 적용시킨 기술도 참 놀랍습니다.
7. 이쪽 분야에는 그래서 그런가(?) Cesium 이라는 오픈소스 라이브러리가 존재합니다.
8. 4개의 위성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고전수학에서도 힌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 좌표평면에서 한 점의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3개의 원점이 필요합니다. 원점 2개에서 원을 그리면, 두 원이 만나는 호가 생기고, 그 호의 양 끝점 중 하나가 한 점의 위치겠죠? 하나로 줄여주는게 3번째 원점이 될거구요. 이를 3차원으로 확장하면 한 점의 위치를 정확히 알기 위해선 최소 4개의 원구 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원리가 적용되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8번에서 한가지 궁금한게.. 3차원에서도 3개 원구만 있으면 지표면의 한점을 구할 수 있지 않나요?
3차원에서 3개 원구가 있으면 두 점이 나올텐데 하나는 지표면위에 있을거고, 다른 하나는 우주 저 위에 있을테니까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