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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클리앙에서 폰 노이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 중 한 명, 20세기 최고의 천재, 컴퓨터보다도 계산이 빠른 사람...
그런데 정작 폰 노이만이 뭘 했냐고 물어보면 아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해봤자 폰 노이만 구조나 게임 이론 정도? 수학자가 경제학이나 컴퓨터 과학의 업적으로 가장 유명한 게 현실이죠.
심지어 폰 노이만이 수학자가 아니라 물리학자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물론 폰 노이만은 물리학에도 많은 업적을 세웠지만, 기본적으로 수학자고 수학 분야에서 가장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참 신기하죠? 폰 노이만처럼 천재로 유명한 뉴턴, 가우스,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은 다들 적어도 하나 이상의 업적은 알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명성을 지닌 폰 노이만은 제대로 된 업적을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폰 노이만의 이름이 찍힌 정리나 이론을 공부하려면 최소 수학과 4학년, 본격적으로 공부하려면 대학원은 가야지 겨우 폰 노이만의 업적을 배울 수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폰 노이만의 실제 업적보다는 그의 뛰어난 지능을 증명하는 일화 정도로만 대중에게 소비되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폰 노이만의 실제 업적이 무엇인지 간략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그가 활약했던 분야를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폰 노이만의 업적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수식으로 범벅된 엄청난 양의 배경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냥 이런 분야에서 활약했구나~ 정도로만 정리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이 내용은 적어도 대학교 1학년 때 이과 교양 수학을 전공한 사람들에 맞춰서 쓴 거라, 문과생들은 이해하기 조금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치만 이보다 더 쉽게 쓰려면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ㅠㅠ
1. 수학의 기초 정립
폰 노이만이 워낙 두뇌가 뛰어난 걸로 유명하고, 머리 회전이 빠르다보니 사람들은 폰 노이만을 약간 오일러 같은 엄청난 직관으로 난제를 해결하는 류의 수학자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폰 노이만은 뛰어난 직관으로 난제를 해결하는 것만 잘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괴델이나 코시처럼 직관으로 가득한 내용을 순수한 논리로 풀어내는 것에 매우 능한 사람이었죠.
당시 수학은 오일러나 가우스 시대처럼 직관으로 난제를 풀어가는 시대에서, 엄밀하고 추상화된 논리로 풀어내는 시대로 점점 바뀌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극한의 개념을 입실론-델타 논법으로 엄밀하게 바꾼다거나, 함수의 개념을 집합으로 정의하는 등 고등학교까지 알던, 수식으로 문제를 푸는 수준의 수학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고 있었죠.
그리고 이 수학의 업그레이드의 끝판왕이 바로 집합론이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인 자연수, 실수, 도형부터 시작해서, 공간, 확률, 명제까지 수학이 다루는 모든 것들을 집합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하는 게 바로 집합론의 기본 아이디어였죠.
그리고 폰 노이만은 바로 이 시기에, 집합론을 통해 수학의 기초를 엄밀하게 다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서수와 기수의 정의, 자연수 집합의 정의, NBG 공리 체계 구성, 기초 공리의 필요성 증명 등...
간단히 말해 폰 노이만은, "어떤 집합을 정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아는 개념을 어떻게 집합으로 정의할 것인지"를 정리한 수학자 중 한 명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2. 함수해석학과 비가환대수학의 시초
함수해석학과 비가환대수학이라는 이름은 자기가 이과생이라고 해도 처음 듣는 이름일 겁니다.
실제로 수학과라고 해도 4학년 때나 대학원생들과 같이 겨우 들을 수 있는 내용이니까요.
하지만 이과생들은 이미 함수해석학과 가환대수학의 내용을 어느 정도 배웠습니다.
1학년 때 공대수학이라던가, 교양 수학이라는 내용으로 선형대수학과 미적분학을 대부분 공부했을 텐데요.
여기서 아마 선형대수와 미적분학의 내용이 조금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실제로 고급 수학으로 가면 갈수록 이 두 분야의 경계가 희미해집니다.
벡터를 미분하고, 미분방정식을 행렬로 풀고 등등...
이처럼 고급 수학에서 행렬과 미적분은 하나로 합쳐지고, 그 중에서 미적분에 조금 치중한 내용이 함수해석학, 선형대수에 조금 치중한 내용이 비가환대수학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폰 노이만이 한 일은 무엇일까요?
바로 행렬과 미적분이라는 두 다른 개념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방식을 만든 것입니다.
"힐베르트 공간"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우리가 아는 유클리드 공간을 무한 차원으로 확장한 공간으로, 행렬과 미적분을 다루기에 최적화된 공간입니다.
폰 노이만은 이 공간의 특징과, 이 공간에서 참이 되는 수 많은 정리들을 만들고 정리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분야가 특히 중요한 건 양자역학에서의 활용성 때문입니다.
양자역학은 고전 역학과는 달리, 여러 상태가 중첩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 말은 하나의 단일한 숫자가 아니라, 행렬과 같은 방식으로 상태를 기술해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죠.
상대성 이론을 수학적으로 쓰기 위해서 휘어진 공간에 대한 수학이 필요하듯이, 양자역학을 수학적으로 쓰기 위해선 함수해석학의 내용이 꼭 필요했습니다.
비유하자면 폰 노이만은 상대성 이론을 만든 건 아니지만, 상대성 이론을 표현하는 수학 체계를 만들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3. 컴퓨터과학과 경제학 분야의 추상화
아까 폰 노이만의 CS와 게임 이론에서의 업적이 별 거 아닌 것처럼 쓰긴 했지만, 사실 이 역시도 폰 노이만의 엄청난 업적 중 하나입니다.
당시 컴퓨터과학은 집합론과 형식 논리학의 연장선에 있을 정도로 둘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집합론과 형식 논리학의 대가였던 그는 당연히 태동기에 접어든 컴퓨터 과학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졌는데요.
폰 노이만은 앨런 튜링이 발전시킨 "튜링 머신"이라는 개념을 훨씬 더 구체화해서 일종의 추상화된 기계였던 튜링 머신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경제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경제학은 좋게 말하면 직관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주먹구구식 수학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폰 노이만은 그런 수리경제학을 훨씬 더 세련된 언어와 완벽한 논리로 학문 자체를 완전히 업그레이드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표적으로 최적화 문제에서 선형대수의 쌍대성(dual)을 도입하거나, 브라우어 고정점 정리를 통해 일반평형의 존재의 증명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기존 경제학에서 어설프게 쓰던 수학적 내용을 최신 수학을 도입해서 논리적 허점을 완벽하게 메웠다고 보시면 됩니다.
보면 알겠지만, 폰 노이만은 무언가 난제를 증명하는 류의 수학자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막 태동하는 여러 수학 분야에 엄밀한 논리와 공리를 만드는 일종의 개척자같은 면이 강했습니다.
폰 노이만의 진정한 뛰어난 점은 난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직관을 엄밀한 형식으로 가다듬어 새로운 분야를 창조해내는 능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바로 이러한 점이 대가들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폰 노이만은 그 뛰어난 두뇌회전 덕분에 천재라는 명성을 대중에게 얻었지만, 동시에 그러한 명성 때문에 그가 가지고 있는 진짜 위대한 능력이 조금 저평가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부하다가 잠도 안오고 해서 한 번 간단히 클리앙에 그의 업적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이 글을 보고 폰 노이만이 얼마나 뛰어난 수학자인지 조금이나마 이해를 했으면 좋겠네요ㅎㅎ
야공만에서 간단히 보았던
폰 노이만을 더 깊게 이해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현대 컴퓨터 스트럭쳐를 만든 사람 정도로만 알고있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 이었군요
아니.. 100퍼센트가 어느정도인지 안단 이야기잖아요 ㄷㄷㄷ
그냥 대충 어림잡아 28%가 아니라
머릿속으로 n/M * 100 =28 으로 계산을 했을것 같은 느낌이지요.
이 세상에서는 포기하겠습니다 ㅠㅠ
https://www.ddanzi.com/ddanziNews/135996436
계속 그렇게 알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모르겠어여 ㅜ ㅜ ...
감사합니다
다시 정신을 부여잡고 끝까지 정독하였습니다.
클리앙에서조차 폰 노이만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아무도 이해할수 없을것이다라는 각오와 함께 말이죠.
좋은 정리 감사합니다.
완벽히 이해하고 나니(?) 속 시원하네요.
물론 전 이해 못했고요
1+1이 뭔지 그때부터 헷갈리고 있습니다.
답은 창문입니다!
깔-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