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분들이 어제 하늘을 바라보면서 오랜만에 펼쳐진 개기월식을 구경하셨을 겁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어서 모처럼 이렇게 장비를 꺼내 삼각대에 올려놓고 촬영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천체 관측용으로 마르고 닳도록 쓰고 있는 니콘 P1000 카메라를 정작 월식 촬영에 써볼 일이 지금껏 없었더군요. 큰 배율로 찍지 않아도 그럭저럭 찍히는 천문현상이라 그랬나 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죠. 천왕성 엄폐 현상이 월식과 함께 일어난다고 했기에 줌렌즈를 제법 당겨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동쪽 하늘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달을 향해 찍어보니 아직 부분식이 시작되기 전이라 그런지 평소 우주정거장이 달 앞을 지나갈 때 즐겨 쓰던 ISO 200 - 1/800초 설정으로도 다소 어둡게나마 찍혔습니다. 그런데 개기식이 한창일 때는 달이 매우 어두워지기 때문에 ISO 설정을 최대한 안 건드리고 셔터속도만 빠르게 바꿔가며 찍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몇 번의 빠른 테스트를 한 끝에 일단 ISO 800에서 시작하고 필요하면 ISO 1600으로 넘어가보기로 했습니다.
다음으로 고민되던 점은 "얼마나 당겨볼 것인가"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우주정거장 촬영 사례를 보시면...
3000mm로 완전히 당겼을 때 사진 안에 해나 달이 다 찍히지 않게 됩니다. 게다가 적도의 같은 장비가 없는 빈약한(?) 환경에서는 수동 추적 촬영을 위해 다소 여유를 둬야 하죠. 결국 딱 중간인 1500mm로 찍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1:1로 영상을 잘라도 넉넉하겠더군요. 조리개는 이 설정에서 허용 가능한 가장 밝은 설정인 f/6.3을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첫 사진은 1500mm - f/6.3 - ISO 800 - 1/250초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그리고 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차근차근 셔터속도를 줄여나갔습니다.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거의 다 가리다시피할 때 쯤에는 1/15초까지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림자가 완전히 드리워져 개기식에 진입하고 나니 이 설정도 너무 어둡더군요. 결국 이 때부터는 ISO 1600에 1/3초 설정을 적용했습니다. 달이 예쁘고 붉게 찍히더군요.

그리고 30여 분을 기다려 보니 카메라 프레임 왼쪽 아래에서 흰 점이 하나 접근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천왕성이 열심히 달을 향해 오고 있었던 것이죠. 셔터 속도가 제법 느려서 그런지 상당히 크고 밝은 점으로 찍혔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움직인 누워서 구르기의 달인 행성은 8시 20분 달 옆구리를 찌르고 뒤로 도망갔습니다.
약 20분 후 개기식이 끝나면서 달이 다시 밝아졌는데,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밝은 달을 배경으로 반대편으로 나오는 천왕성을 찍을 수가 있는가? 잠시 엄폐한 녀석의 도주를 끝까지 보고 싶었던 저는 슬슬 설정을 만져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은 앞서 변경해온 설정을 역순으로 적용시켜 나갔습니다. 행성이 달 뒷편을 빠져나왔을 즈음에는...

초기 설정과 거의 같은 ISO 800 - 1/200초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오른쪽에 보여야 할 게 안 보이죠.

ISO를 그대로 두고 셔터속도를 1/5초로 바꾸니까 비로소 범인의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아쉽게도 얼마 안 있어 준비했던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어서 부분식이 완전히 끝나기 직전에 카메라는 GG를 선언했고 저는 촬영지에서 철수했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건질 건 다 건질 수 있었습니다.

주요 장면을 요약하면 대략 이런 모습입니다. 가운데 사진과 그 오른쪽 사진에 천왕성이 찬조출연한 게 가까스로 보입니다. 그리고 영상으로 전체 과정에서 찍은 사진을 모두 연속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영상 오른쪽은 하늘의 어디쯤에 달이 있었는지 보기 위해 아이폰14 프로의 타임랩스 기능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그럼 향후 비슷한 천문현상을 P1000이나 비슷한 수준의 줌으로 당겨서 촬영할 일이 있을 때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
저는 폰카로 디지털줌으로 찍었더니
완전히 가려져 붉은 빛이 돌때는 썩을 자동 후보정 때문에 완전히 뭉개져 버리더군요 ^^;;;;
컴팩트 카메라도 구매하고 근 2년 간 사진이랑 취미에 관심을 잔뜩 갖게 돼서 저도 나가서 찍어 봤었는데…
135mm로 담아서 ‘이 정도면 됐지.‘ 라는 만족감에 의기양양 돌아와서 보는 괴수분들의 사진이란… 😇
200mm쯤 되면 적당하겠지 하며 보고 있었는데 0이 하나는 더 붙어야 이런 게 나오는 군요 🤣🤣
사진과 노출이나 셔터까지 어떤 느낌으로 수정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잘 배우고 갑니다.
글 너무 감사드려요! 👍
사진 잘 봤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실사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워서 950을 추천하는 글들이 많이 보이네요 이런 이벤트 외에 평소에도 잘 사용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