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라고 하면 뭔가 망을 사용했으니 당연히 돈을 내야할 것 같은 어감을 주는데, 의도된 용어인지는 몰라도 혼란을 주기에는 적절히 잘 만들어진 단어인 듯 합니다.
망 사용료라는 단어가 왜 애매한 단어인지 알려면... 인터넷이 어떻게 만들어져있는지를 알아야 할 거 같습니다.
근데...
의인화해서 대화체로 하기에는 디테일한 내용이 빠져버리고
고속도로 같은 걸로 비유하기에도 정확히 안 맞는 부분이 많아서
그냥 의인화, 비유 같은 거 없이 날 것 그대로 노잼으로 갑니다...
주의
isp 말이 옳다, cp말이 옳다 등의 논점을 다루지는 않을 겁니다.
국익에는 무엇이 이롭고, 무엇이 정의인지 뭐 그런 거 전혀 없이 그냥 최대한 드라이하게 가려고 합니다.
일반 사용자
대부분 일반 사용자는 망 사업자(ISP)에 요금을 내고 ISP의 회선에 가입합니다. 그래서 보통 회선 가입자라고 부르죠. 회선 가입자는 ISP에서 제공한 회선을 통해 ISP의 망에 접속되는데요, 회선 가입자는 ISP에 종속된 형태로서 다른 망(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KT에 가입한 회선 가입자는 KT에서 제공한 광케이블로 된 가입자 회선을 통해 KT 망에 접속되는데요, KT 망의 일부에 속한 상태에서, LG나 SK 등 다른 망에 연결할 수 있습니다.
망 운영자
KT와 SK, LG, 이들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은 일반 사용자와 다릅니다. 자체 망을 운영하고 있는 망 운영자끼리는 일반 사용자처럼 다른 망에 속하는 형태가 아니라, 망 대 망으로 접속합니다.
굳이 이걸 구분하는 이유는, 회선 가입자가 망 사업자의 망에 접속하는 목적은 오직 인터넷에 연결되기 위해서이지만, 망 운영자끼리 상대방 망에 접속하는 목적은 여러가지이고 방법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피어링 peering (1:1 연결)
위 그림에서 WestNet과 MidNet이 서로 접속하면서 피어링 관계를 설정했고, MidNet과 EastNet도 서로 피어링 관계를 설정했습니다. 이러면 WestNet과 MidNet은 서로 통신할 수 있고, MidNet과 EastNet도 서로 통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피어링 관계에서는 내 망을 경유해서 다른 망과 연결시켜주는 역할은 제외되기 때문에 WestNet과 EastNet은 MidNet을 경유해서 서로 통신할 수 없습니다.
즉, 피어링 관계에서는 피어링한 관계 내에서만 통신하기로 약속하는 것입니다.
트랜짓 transit (1:1:N 연결)
그런데 모든 망 운영자가 서로 피어링을 맺기에는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n개의 망이 있다면, n*(n-1)/2개의 접속이 필요하니까요.
만약 이전 그림에서 WestNet과 EastNet은 서로 직접 접속되어있지는 않지만, MidNet을 경유해서 서로 통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때 MidNet이 WestNet과 EastNet에게 트랜짓 서비스를 제공하면 됩니다. MidNet이 자기의 망을 통해 다른 망과 연결시켜주는 거죠.
이 트랜짓 서비스라는 것은, 경유시켜주는 쪽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위 그림처럼 보통 트랜짓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Transit ISP)이 요금을 받습니다. 전전 그림에서는 MidNet이 WestNet과 MidNet에 트랜짓 서비스를 제공하고 요금을 받겠지요. 일종의 통행세 같은 겁니다.
이때 트랜짓 서비스 제공자끼리도 서로 피어링을 하거나, 다른 트랜짓 제공자에게 트랜짓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피어링 vs 트랜짓
다시 말해서 피어링은 상대방하고만 1:1로 통신하기 위한 접속이고, 트랜짓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통해 다른 망과 통신하기 위한 접속입니다.
그러면 트랜짓만 하면 되지 뭐하러 피어링을 할까요?
첫째, 트랜짓은 유료고 비쌉니다.
피어링은 무료일 수도 있고 유료일 수도 있지만, 유료라 하더라도 트랜짓보다는 쌉니다. 아무래도 내가 갖고 있는 망하고만 통신할 수 있는 피어링보다는, 내 망을 통해 다른 망하고도 통신할 수 있는 트랜짓이 좀 더 많은 연결성을 제공하니까요.
둘째, 트랜짓은 대역폭을 늘리기 어렵습니다.
위 이유하고 비슷한데, 트랜짓 관계에서 대역폭을 늘리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내가 특정 망하고의 통신이 많이 이루어진다면... 그냥 그 망하고 직접 연결해서 지름길을 뚫으면 더 좋지 않을까요?
위 그림처럼 ISP A와 ISP B가 서로 통신량이 많다고 판단되면, Transit ISP를 거치지 않고 서로 직접 피어링해서 접속하기로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때 서로 무상으로 피어링을 맺을 수도 있고, 돈을 내고 피어링을 맺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돈을 내고 피어링을 맺는 건 언제고, 돈을 낸다면 둘 중에 누가 낼까요?
유상 피어링 paid peering
예를 들어 아주 영세한 지역 케이블인터넷 업체하고 KT 같은 최상위 ISP하고는 서로 이해관계가 잘 안 맞을 수 있습니다. 영세 케이블 인터넷 업체는 KT와 피어링 관계를 맺어야 KT 망에 속한 이용자들하고 통신이 가능하니 KT와 피어링 관계를 맺는 게 큰 이득이지만, KT 입장에서는 굳이.... 음... 싶은 거죠.
상위 법이 없는 한, 시장에서는 아쉬운 쪽이 돈을 내는 게 대원칙입니다. 영세 케이블 인터넷 업체는 KT에 돈을 주고 피어링 관계를 맺습니다. 아쉬운 쪽이 돈을 주고 친구 먹자고 하는 거죠. 흑흑..
이 관계에서는... 요금을 어떻게 낼지도 따로 정해야합니다. 언뜻 생각하기엔 종량제냐 정액제냐의 문제만 있을 거 같지만, 상호 정산을 할 건지, 한 쪽만 낼건지도 정할 수 있습니다.
위 예시처럼 어느 한 쪽이 너무 을이여서 일방적으로 돈을 내는 경우가 많지만, 드물게도 상호정산을 하기로 한다면 주고 받은 트래픽 요금만큼 정산할 수 있습니다.
망 사업자 간의 끕 tier
아까 KT와 영세 지역 케이블 인터넷 업체처럼, 망 사업자끼리는 사실 끕이 있습니다. 아쉬울 게 없는 쪽이 보통 끕이 높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가 1티어 2티어 부르는 것처럼 ISP도 그렇게 부르는데, 당연히 티어1이 최상위고, 티어3가 최하위입니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굳이 체급으로 표현을 한다면 티어1은 전세계급, 티어2는 전국급, 티어3는 전국급 내지는 동네급 정도입니다. KT와 SK가 티어2 정도로 분류되고 LG는 티어3 정도로 분류가 됩니다.
근데 이 티어라는 게, 롤에서도 누가 1티어 챔인지 싸우는 것처럼 ISP도 티어를 분류하는 기준이 딱 정해져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정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보통은 티어1 ISP는 트랜짓 없이 피어링만으로도 지구상 대부분 망에 연결될 수 있는 애들을 말하고, 티어2 ISP는, 티어1 ISP의 트랜짓 서비스를 제공받지만 그래도 피어링하는 망이 꽤 많아서 티어3 ISP에도 트랜짓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들, 티어3는 그 나머지.. 애들을 말합니다.
무정산 피어링 settlement-free peering, bill-and-keep peering
반대로 돈을 내지 않고 피어링을 하기도 합니다. 왜 돈을 안 낼까요?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거나, 서로 주고 받는 트래픽이 비슷하거나 등등 서로 피어링을 했을 때 서로 이득이 되기 때문에 굳이 돈을 주고 받지 않기로 한 겁니다. 보통 같은 끕의 isp끼리 이루어집니다.
KT와 LG, SK 같은 우리나라 내의 최상위 ISP끼리의 관계가 그럴 겁니다. 이들이 서로 가입자 수나 트래픽이나 고만고만한데... 걍 자기들끼리는 친구 먹고 정산하지 않기로 하는 거죠. (우리나라의 상호접속고시 같은 자세한 얘기는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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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그냥 망 운영자 중 isp만 얘기를 했는데, 또 다른 형태의 망 운영자가 있습니다.
작은 규모의 cp는 일반 사용자처럼 isp의 회선에 가입해서 isp 망에 종속된 형태로 서버를 인터넷에 연결시키지만, cp의 규모가 커지면서 자체 망을 운영하는 거대한 cp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자체 망을 갖고 있는 cp는, isp의 트랜짓 서비스를 제공받아서 인터넷에 연결되는데요, 규모가 되는 cp들은 티어1 isp와 바로 트랜짓 서비스 계약을 해버립니다. 그러면 티어2나 티어3의 사용자들은 티어1를 경유해서 cp의 서버에 연결해야하죠.
cp의 트래픽이 늘수록, 티어2와 티어3에게는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티어1과 계약된 대역폭/트래픽이 있어서 트랜짓 요금 문제도 있고, 대역폭도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속도도 느려질 테니까요.
망 사업자와 cp의 이해관계
만약 티어2나 티어3 isp가 cp의 망과 서로 접속해서 피어링을 한다면 티어1의 트랜짓 비용을 아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피어링은 무정산 피어링이 있고, 유상 피어링이 있다고 했는데 뭘로 해야할까요?
isp는 당연히 cp한테서 돈을 받고 피어링을 하고 싶을 테고, cp는 무정산으로 피어링을 하고 싶어하겠죠. 여기서 isp와 cp간에 싸움이 벌어집니다.
isp 입장에선, 피어링을 하면 cp가 자기 회선 가입자들에게 더 많은 데이터를 보낼 수 있어서 cp가 더 이득이기 때문에 cp가 돈을 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cp는 피어링을 하면 isp가 트랜짓 비용을 아낄 수 있으니 isp한테도 이득이라서 서로 퉁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돈을 내야하는 당위성
법이 따로 없는 한, 아쉬운 쪽이 돈을 내는 것이고 꼬우면 접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isp 세계에서는 꼬접이 종종 있었고요(depeering). 그런데 꼬접이 쉬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로 니가 아쉬운 거라고, 내가 피어링 해주는 거라고(나니까 너 만나주는 ㄱ...?) 주장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 각자 별별 논거를 다 갖고 옵니다. 여기서 대혼란이 일어납니다.
cp가 있어서 회선 가입자도 있는 것이므로 cp는 돈을 낼 필요가 없다
어디선가 어떤 만화에 이런 식의 논지가 있었다고 언급이 되던 것 같은데요, 이건 자유계약 하에서 협상의 근거이지, 돈을 낼 수 없는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마치 중고거래할 때 내가 멀리 왔으니 교통비 좀 빼달라 같은 얘기인 거죠. 안 들어주면 그만인 것(꼬접).
회선 가입자가 돈을 냈으므로 cp한테도 받는 것은 이중징수
cp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얘기로 위 얘기도 정말 많이 언급이 되는데, 이건 근거 자체가 희박합니다. 인터넷이란 구조가 일반 사용자와 cp로 딱 나누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따지다 보면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 절반은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되거든요. 거기다 이미 지금도 cp들은 티어1 isp와 트랜짓 계약을 맺으면서 돈을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일 혼란을 주는 건 망 사용료라는 단어입니다.
망을 사용했으니 사용료롤 내야하고 안 내면 무임승차
여기서 혼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cp와 isp가 피어링으로 직접 접속된 경우랑, 트랜짓으로 다른 isp를 경유해서 간접적으로 연결된 경우가 있는데, 각각 사안이 다른데도 그냥 '망 사용'이란 모호한 말로 퉁쳐버리기 때문입니다.
우선 isp와 cp가 트랜짓 서비스를 통해 제3의 isp를 거쳐서 간접적으로 연결된 경우는 cp는 직접 연결되지 않은 isp에 돈을 줄 이유가 없습니다. 한국의 kt에 접속된 가입자가 미국의 comcast에 접속된 가입자와 통신하려면 서로 상대방 isp에 돈을 줘야 하나요? 이건 그냥 애초에 말이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진짜 논란은 피어링 관계에서 일어납니다. 무정산 피어링도 있고, 유상 피어링도 있기 때문이거든요.
이미 얘기한 것처럼 피어링이 반드시 무정산이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반드시 유상이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무상으로 피어링을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돈 받고 피어링 해주고 싶으면 하는 거고, 안 주면 말면 됩니다. 꼬접인 거죠.
망 사용료를 받지 않으면 국내 cp에 대한 역차별
근데 심지어 더 나아가서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피어링 관계에서는 돈을 낼지 말지는 당사자간의 자유니까 제외고, 트랜짓 서비스 얘기를 한다면, 해외 cp사들은 자기들이 직접 접속한 해외 isp에 돈을 내고 트랜짓 서비스를 받습니다. 국내 cp사들도 자기들이 직접 접속한 국내 isp에 돈 내고 트랜짓 서비스를 받고있습니다. 다만 국내 트랜짓 요금이 비싼 게 문제일 뿐이구요...
애초에 역차별도 아니지만, 만일 억지로 이 얘기를 역으로 적용하면 한국에 서버가 있는 네이버가 미국의 comcast에 접속된 사용자한테 데이터를 보내려면 네이버가 미국 comcast한테 돈을 내야한다는 얘기도 됩니다.
캐시 서버는?
트랜짓 비용을 아끼는 데에는 피어링 말고 캐시서버를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특정 isp 망 내에 캐시 서버를 두고 그 캐시서버로 해당 isp 가입자들한테 데이터를 보내도록 하면 되거든요. 그렇게 하면 피어링을 하지 않고도 트랜짓 비용을 아낄 수 있겠죠. 망과 망 사이의 대역폭은 제한적이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자기 망 안에서의 대역폭은 상당히 여유가 있고 저렴한 편이니까요.
하지만 이것 역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팔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서로 자기는 목 안 마르다고는 하고 있지만요.
isp는 "우리 망에다 데이터를 많이 보내고 싶으면 우리 망 안에 캐시 서버 직접 설치해. 회선 요금도 내고"라고 할 수 있죠.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cp도, "거기에 캐시서버 놓으면 너네도 이득을 보는데 요금 내면서는 설치 못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할지 말지는 자유니까요.
각자 자유에 의해 계약을 할지 말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isp가 아쉬우면 요금을 안 받고 설치하게 해줄 것이고, cp가 아쉬우면 요금을 내면서도 설치를 할 테니까요.
입법부 등장
중고장터에서 잡동사니를 나눔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그 잡동사니를 돈을 받고 팔기도 하고, 누군가는 돈을 주고 쓰레기로 버리기도 합니다. 그 거래에 응하는 건 순전히 계약 당사자의 자유의지에 의할 뿐인 거구요.
하지만 법이 만들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가령 법으로 'cp는 isp와 피어링하기 위해선 법에서 정하는 일정 금액을 isp에 지불해야한다'는 조항이 만들어지면 돈을 줘야 하냐 말아야 하냐의 문제는 거기서 종결되는 겁니다. (법 조항 자체에 대한 논란은 제외하고)
캐시 서버도.. "부가통신사업자(cp) 중 일정 규모 이상은 캐시서버 설치 등과 같은 품질 유지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설치 시 법에서 정하는 일정 금액을 isp에 지불해야한다" 같은 조항이 만들어질 수 있는 거구요.
결론
말이 길었는데, 결국 cp가 isp한테 돈을 주냐 마냐의 문제는 순전히 누가 더 아쉬운가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공짜는 없기 때문에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할 것이고, 최종 부담 주체는 최종 소비자가 되겠지요...
출처
https://www.slideshare.net/SmartenIT/2013-0916-sociallyaware-traffic-management
1. 우리니라는 ISP에게 불리한 시장환경인가? X
2. 우리나라의 ISP가 망유지비용으로 손해를 보는가? X
3. 우리나라의 ISP가 네트워크 인프라에 제대로 투자를 하는가? X
4. 우리나라의 ISP가 사용자에게 약속한 품질을 유지하는가? X
망 사용료 지불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서 이 문제가 왜 발생하게 되는지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내용을 이해한건 아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었네요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해외 cp사들은 자기들이 직접 접속한 해외 isp에 돈을 내고 트랜짓 서비스를 받습니다. 국내 cp사들도 자기들이 직접 접속한 국내 isp에 돈 내고 트랜짓 서비스를 받고있습니다. 다만 국내 트랜짓 요금이 비싼 게 문제일 뿐이구요..."
이것은 차별이 아니죠. 그런데 해외 CP사에게 국내 (캐시)서버를 무료로 제공한다면 돈을 내고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국내 CP사 입장에서 볼 때 차별이 되는 거죠.
만약 유튜브급 영향력이 되는 국내 cp사가 있다면 해외isp한테도 무상 피어링을 제시하거나 캐시 서버 비용을 isp에 부담시키려 할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국내 vs 해외로 볼 것이 아니라, 시장지배적이어서 협상력이 큰 CP vs 그렇지 못한 CP로 볼 수도 있구요.
시장 자율에 맡겨두니까 불공정과 차별이 발생했고, 그것이 경쟁을 저해하는 (작은 CP가 경쟁하게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정부가 개입할 명분이 있는 것이죠.
그리고 isp들의 세계에서는 지금도 그 힘의 논리에 의해 돌아가고 있습니다. 가령 kt가 보유하고 있는 망과 그 망에 연결된 가입자들과 연결하려면, 지역 영세 케이블 인터넷 업체는 kt에 돈을 내고 kt망과 접속해야하지만, at&t 같은 티어1 isp는 오히려 돈을 받고 kt망과 접속할 수 있습니다.
같은 시각으로 보면 국내 영세 케이블 인터넷 업체와 거대 티어1 isp 간에 불공정과 차별이 있다고 봐야하겠죠.
물론 그렇다고 그런 관점이 틀린 건 아닙니다. 그런데 형평성의 관점에서 문제를 본다면, 국내 cp들이 요금을 너무 많이 내니까 해외 cp도 그만큼 많이 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국내 cp가 내는 요금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도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얘기는 쏙 빼놓고서 단순히 형평성을 위해 해외 cp도 돈을 내야한다고만 얘기하는 건, 어쩌면 형평성이란 근거로 isp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볼 수 밖에 없겠죠.
국내법의 힘이 한계가 있으니까 망 사용료 법(?)은 실패하고 국내 CP가 내는 요금을 줄이는 결론으로 갈 수도 있겠죠. 혹은 국내 CP들이 다 망하든가요. 그러면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것이구요.
ISP가 이익을 덜 보면 되는 것으로 끝날 수가 없는 것이, 국내 ISP가 국내 CP들에게 요금을 많이 받아서 수익을 엄청나게 내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작년 SKB 경영실적 보니까 영업이익 규모가 자산 대비 3%, 매출액 대비 6% 수준이더군요.)
망 접속의 비용 부담을 누가 지는지의 문제는, 그냥 누가 더 아쉬운가의 문제이지 누가 더 사정이 딱하냐의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내 사정이 궁하니 니가 선심 좀 쓰라는 얘기는 중고거래 할 때 교통비 빼달라는 얘기처럼 그냥 협상할 때 던져보는 멘트일 뿐입니다. 과거 판도라나 엠엔캐스트 같은 애들이 죽어나갈 때도 isp가 선심 써주지 않은 것처럼요.
누가 더 아쉬운가(힘의 논리)가 현실적으로 통용되는 질서인데, 그 끝은 어디인가를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죠. 그 결과가 좋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로 두는 것이고, 안되겠다고 생각하면 그 질서를 고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죠. 국내법으로 인터넷의 질서를 고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유럽 등 호응하는 곳이 많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죠.
자체 망을 갖고 있는 cp는 tier 1 isp와 트랜짓 계약을 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셨는데
이 때 트래픽이 늘면 tier 2, 3에게 부담이 되는 것인데
왜 cp가 tier 2, 3와 peering을 해야 하나요?
그냥 tier 1과 트랜짓 계약하고 가만히 있으면 tier 2, 3만 부담이 되는게 아닌건가요?
만약 티어2, 3 isp가 무상으로 뭔가 해주고 싶지 않는데 cp도 그럴 의향이 없으면 예전 유튜브처럼 재생이 잘 안 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거구요.
이걸 먼저 개선하고 싶어하는 쪽이 비용 부담하게 되는 겁니다. 듣기로 프랑스의 한 isp의 경우에는 그냥 품질이 나쁜 채로 방치시켜서 결국 cp사가 한 수 접은 사례도 있다고 들었고요.
문제는 그동안 잘 운영되어오던 cp/isp 간의 글로벌 룰(관행이라는 단어는 좀 부정적이라서 룰이 더 맞겠네요)을 법을 통해 깨버리면 거기서 오는 혼란도 장난 아닌거죠.
이문제의 경우 1티어, 주요cp는 대부분 미국회사이기
국내법으로 강재해버리면 법으로 자국산업을 보호하는 결과가 되기에 국가차원의 무역분쟁이 될 소지가 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조금 비슷한 예로는 국내산업용전기를 싸게 공급해서 미국에서 한국산철강제품 관세를 크게 매긴적이 있습니다.
망사용료의 개념과 최근 국내 isp/cp간의 갈등에 대한 히스토리의 정리는 위 영상에 아주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삼프로) 1시간 정도인데, 이거 한번 보면 비전공자(?)도 모든 개념과 갈등 요소가 한번에 정리되어 잘 이해되니 추천드려요!
한가지 궁금한 것은 피어링이든 트랜짓이든 연결을 맺으려면 물리적인 회선이 필요할텐데 그 물리적인 망과는 다른 개념인지, 연결을 맺을때마다 회선을 까는건지 궁금합니다.
설명만 들어서는 너무 쉬워 보여서요.
1:N은 보통 IX(Internet eXchange)라는 곳에서 이뤄지는데, 각 망 운영자들이 IX까지 연결한 다음, 그 IX안에서 서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IX에는 보통 대용량 L2 스위치허브들이 있고, 이 스위치허브를 통해서 각 망과 연결되는 구조가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 물리적 연결이라는 것이 꼭 망 운영자가 직접 깐 케이블만 있는 것은 아니고, 직접 깐 것도 있지만 그 케이블을 소유하고 관리만 하는 사업자가 따로 있어서 그 사업자의 케이블을 임차해서 다른 망과 연결하기도 합니다. 해저케이블 같은 게 보통 그렇죠.
결론도 제 평소 지론과 똑같네요. ㅎㅎ 힘의 논리.
콘텐츠와 ISP를 같이 하는 티어3 회사에서 근무 당시 회사 내부에서 입장이 혼동되었는데 지금 보니 그들도 잘 이해 못하고 있었네요.
KT와 LG(구 데이콤) 라고 알고있고
SK는 없?는걸로 알고있는데요
SK가 2티어고 LG가 3티어로 적으신건
대략 무엇 때문인가요?
배경에 무언가 변동이 있나요?
어떤 isp가 다른 isp에 접속하고자 할 때는 그 상대방 isp 내부 망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크게 상관이 없고, 그 isp를 통해 다른 어떤 망에 연결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건물타고 넘어가는 케이블들도 많고요)
인터넷 회사들이 해지를 한후 수거를 안하고 그냥 방치하고 공중 쓰레기로 남게되는경우가 흔한일 이라고 하죠
작년도에 모 구청에서 공중선 정비 캠폐인을 해서 잠깐 참여해봤었는데 생각보다 심각하더라고요
인터넷 회사들도 모 하청에 하청이겠지만 기본적으로 설치해서 그동안 팔아먹고 수익내기만 해왔으면
이제쫌 사후 관리 및 도시 정비 캠페인도 좀 해줬으면 하네요-
나중에 천천히 읽어봐야겠습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짓거리같습니다.
AT&T가 자기네 넷플릭스를 만든다거나, 버라이즌에서 디즈니 같은 영상 서비스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강력한 반독점 법이 있어서 못하는걸로 압니다.
근데 우리나라는 지들이 거기까지 먹으려고 양아치 짓을 하는게 문제입니다.
법을 만들때는 확실히 영역을 나눠서 하는거면 모르겠는데
국내 ISP들이 지들이 깐 망이라고 다른 CP들 사업에 끼어들어서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다 먹겠다고 하는건 양아치 짓이 분명합니다.
cp가 요금을 내야한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에는, 무정산 피어링은 isp 간에만 성립할 수 있는데 cp는 isp가 아니라서 cp는 isp와 무정산 피어링을 할 수 없고 돈을 내고 피어링을 해야한다는 논지도 있습니다.
애초에 무정산 피어링이 isp간에만 해야한다는 규칙 같은 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얘기긴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하더라도 말씀하신 것처럼 국내 isp들이 cp 역할도 하는 마당에 cp는 isp로 보면 안될 이유도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설명만 보면 캐시 서버를 설치해서 얻는 이득이 ISP 쪽이 더 큰데(트랜짓 요금 감소)도 캐시 서버에 대한 요금까지 더 받겠다는 건 권리보다는 일방적인 거래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토가 넓은 다른 나라의 경우는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ISP가 현재 돈이 부족해서 확장이 안되는 상황이라 믿기는 어렵다보니
ISP가 돈을 더 벌면 좋아지는 상황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고
CP가 돈을 더 벌면 새로운 CP가 생기거나 새로운 서비스가 런칭하게 되는 걸 상상해볼 수 있어서
CP에 대한 망사용료 강제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부정적으로만 생각되네요.
덧붙여 꼼꼼한 설명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엄지 척.
유튜브 서버가 있는 1티어 랑 피어링을 맺거나 트랜짓을 해서라도 연결할 수밖에 없는거 아닌가요?
아무리 봐도 유튜브는 아쉬울게 없고 국내 ISP가 불리한 싸움인데......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버퍼링 뜨든말든 장사 안해요 하고 방치하고 창구인 현지 법인도 철수하는게 답입니다. 유튜브도 버벅이는 시대착오적 통신3사로 폭격을 맞겠죠.
기어이 돈을 뜯는다면 구글이 동영상 서비스에 한국으러부터의 접근을 차라리 막아버리겠죠. 그렇게 하면 정부는 쟤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는 척 하겠지만 콘텐츠 검열로 입김 못 불어넣는 외국 서비스가 떠나가서 좋아하겠지요.
그런 관점의 영상도 있습니다. 한국의 중국화(해외 서비스의 접근 방지, 척화비?)로 정리한 거죠.
(????)
1. 국내 통신업체들은 한국정부의 통신망 지원으로 비교적 저비용으로 통신망을 확보 했습니다.
(비교적 인구밀도가 높은것도 장점)
2. 그 통신망을 가지고 한정된 사용자(개인 및 기업)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데, 정부지원으로 확보한 통신망이다 보니 개인대상으로는 매출을 올리는게 제한적이라 기업대상[CP]으로 매출을 확보했습니다.
3. 위 상황에서 본글 내용대로 해외ISP를 통해 들어온 내용을 개인에게 전달해야 하는 일은 돈이 안되는 일이고, 역시 개인에게는 비용청구가 안되니 CP에게 돈을 받을 수 있게 법제화 해달라는 요구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내ISP업체들이 독점적 권한으로 사업을 너무 쉽게 해오다가 사업목적인 (해외)망에 대하여 투자를 잊어버리고 있다가 지금같은 동영상베이스의 환경이 오니 이전처럼 법의 도움으로 쉽게 사업하려 한 상황 아닌가합니다.
과거에 꿀빤 거는 사실인데, 폭주하는 스트리밍 환경에 따라 설비 증설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더이상 꿀빨고 있는 상황은 아닌거죠.
정통부랑 짝짝꿍해서 개인 가입자의 요금은 올리지 않토록 하고서는 이익은 CP에게 빠는 방식으로 해왔는데, 더이상 CP에게 빨지 말라는 여론이 일어나니 대응책이 우수워지는 거죠.
사실 딜레마인게 욕먹더라도 가입자에 대한 요금을 현실화하고 CP 접속료를 낮추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보지만 불가능이고, 해외 CP 접속료를 낮춰주면 국내 CP 차별로 인해 ISP 망하게 생겼습니다 (국내 CP도 소송걸겠죠). 그래서 배째라 수준으로 해외 CP에게 돈내라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