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톱형입니다. 최근 들어 부쩍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워낙 할 줄 아는 게 없는 데다가 아기가 태어나 시간이 없는 바람에 이도 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육아 휴직도 끝나가는 마당에 뭐라도 해보고 싶어서 전공을 살려 클리앙 팁과 강좌 게시판에 뭐라도 올려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네요. 워낙 글 주변이 없습니다.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프랑스 지방의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전공은 성악, 파트는 바리톤입니다. 앞으로 한 곡씩 성악곡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곡은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 중 로드리고의 아리아인 'Per me giunto... Io morro'입니다.
다들 쥬세페 베르디의 이름은 한 번쯤은 들어보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대표작으로 '라 트라비아타', '일 트로바토레' 등등이 있고 '돈 카를로' 역시 대표적인 수작으로 꼽힙니다. 오페라 돈 카를로는 주인공인 돈 카를로와 엘리자베타의 비극적인 사랑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오페라입니다. 요약하자면 에스파냐의 왕자인 돈 카를로가 프랑스 공주인 엘리자베타와 사랑에 빠젔지만 엘리자베타가 정치적인 이유로 돈 카를로의 아버지이자 에스파냐의 왕인 필리포 2세와 결혼하게 되면서 돈 카를로와 필리포 2세와의 정치 싸움과 사랑싸움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정말 대충 요약한 내용이고요, 오페라의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리아의 주인공인 로드리고는 포사 후작이며 돈 카를로의 '깐부'입니다. 로드리고는 돈 카를로가 양 어머니인 엘리자베타를 사랑한다는 것을 돈 카를로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되었죠. 로드리고는 처음엔 놀랐지만 이내 돈 카를로와 우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을 것을 맹세합니다.
이런저런 일이 지나가고, 필리포 2세가 돈 카를로를 투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아리아가 시작됩니다.
로드리고는 돈 카를로에게 찾아와서 내가 너를 구해줄 테니 너는 플란더스를 구해달라고 말합니다. 로드리고는 자신이 돈 카를로를 돕는다면 자신이 죽게 될 것을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카를로를 구하기 위해 온 것이었죠. 로드리고는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친구인 돈 카를로를 구할 수 있었던 것에 기뻐하며 돈 카를로의 손을 잡고 죽게 됩니다.
오페라 돈 카를로의 로드리고라는 역할은 참 매력적인 역할입니다. 제가 특히 좋아하는 역할인데요. 그 이유는 첫째로 악역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바리톤은 성부의 특성상 베이스와 마찬가지로 악역을 많이 맡아서 합니다. 악역이 아니면 늙었거나(...) 하는 경우가 많죠. 악역이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늙지도 않고 누군가의 아버지도 아니고 미움받지도 않는 배역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둘째로 로드리고는 친구를 배신하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친구를 위해 총을 맞고 죽기까지 합니다! 오페라가 진행되는 내내 돈 카를로에 대한 애정을 계속 표현하고 자신의 조국을 걱정하는 멋진 캐릭터입니다.
마지막으로 일단 아리아가 멋있습니다. 멋있으면 장땡이죠. 게다가 그전에 돈 카를로와 함께 부르는 이중창 역시 멋짐이 폭발합니다.
오페라 돈 카를로는 먼저 프랑스어로 작곡되었습니다. 다만 가장 많이 연주되는 버전의 언어는 이태리어입니다. 위의 영상은 이태리어 버전인데요. 불어 버전도 들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여기까지 쓰는데도 이틀이나 걸렸어요… 저녁에 아기 짬짬이 쓰다가 아침에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ㅎㅎㅎㅎ 부족한 점이 많은데 혹시라도 읽는 분이 계신다면 일단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 글 구성이나 설명 부분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분명 머릿속에 든 게 있는데 끄집어내기 어렵네요…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제가 또 게시물을 올린다면 다음 곡은 Che gelida manina로 하겠습니다!
나름 클래식을 즐겨 듣는데 오페라는 정말 모르겠어요. ㅜㅜ 친한 선배가 오페라 매니아라 좋다는 얘기 자주 듣긴 합니다.
그래서 소심하게 두 가지 요청드려봅니다. (가능하시다면요)
초보 입장에서 오페라를 어떻게 듣는 것이 좋은지와, 모짜르트 '피가로의 결혼' 에 대한 해설 부탁드립니다.
그나마 이 오페라의 몇몇 곡은 너무 좋게 들립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편지 2중창 등)
이런 글 좋군요.
아는 만큼 보이고, 듣게 되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앞으로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너무 반갑습니다~
예전에 음악 연습실 에서 모차르트 가곡 das Veilchen 제비꽃 연습하던 어느 여학생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한 적이 있었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