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저렴하게 음악을 듣기 위한 라즈베리파이 기반의 올인원 플레이어 제작기를 올린 바 있습니다.
1) 친구 녀석의 기구물 중심 제작기
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6031785?po=0&sk=id&sv=crazy4beat&groupCd=&pt=0CLIEN
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6121875?po=0&sk=id&sv=crazy4beat&groupCd=&pt=0CLIEN
2) 회로물 중심의 제작기
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6265162?po=0&sk=id&sv=crackpot&groupCd=&pt=0CLIEN
앰프를 만들고 나니, 그 동안 만들고 싶었던 스피커 작업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기계쟁이도 아니고 목공에 취미도 없기 때문에 스피커를 제대로 만들기에는 밑천이 너무 없어서 우선은 근처의 스피커 공방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천천히 설계를 했고, 공방에 제작을 의뢰하여 천천히 만들어서 드디어 지난 주에 제품을 수령하여 들어봤기에 어떻게 진행했는 지 공유 차원에서 글 올려 봅니다.
1. 제작 컨셉
앰프는 간단한 모듈을 조합해서 별다른 튜닝 없이 제작이 가능하지만, 스피커는 여러 개의 유닛을 조합하여 제대로 만들려면 유닛 간의 주파수 대역을 설정해주고 캐비넷의 용적이나 유닛과의 매칭 등을 위해서 여러 가지의 튜닝이 필요합니다. 결과적으로 황금귀를 가지고 있거나 제대로 된 계측기를 활용하여 많은 조정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제가 원하는 스피커는 그런 복잡한 구성은 아니고, 풀레인지 드라이버 (하나의 유닛으로 전체 가청 영역을 커버하는 스피커 드라이버) 를 사용한 단순한 구조의 스피커였습니다. 학부 시절 2002년 즈음에 와싸다 였던가 풀빵이였던가 삼미의 8인치 풀레인지 유닛에 알리코 마그넷을 사용한 "하늘과바다" 라는 풀레인지 유닛을 공제했는데, 그 때 만들어서 들었던 소리가 너무 인상 깊어서 나중에 여유가 되면 꼭 다시 만들어 보리라 생각했더랍니다. 어느 덧 20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생활에 여유가 좀 생기고 저녁 시간에 끄적 끄적 물건을 만들어볼 시간이 나서 드디어 프로젝트를 시작 했습니다.
풀레인지의 경우, 네트워크 회로라 불리는 Low Pass Filter 와 High Pass Filter 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음 신호의 위상이 틀어지는 부분이 없어서 전 영역에 걸친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스피커 드라이버가 아주 좋아야 20 - 20kHz 의 모든 영역 소리를 뽑아주는데, 사실상 이 가청 영역을 전부 커버하는 드라이버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풀레인지 드라이버의 주파수 특성을 보면 저역은 대충 50 - 100 Hz 이상에서 제대로 된 출력을 얻을 수 있으므로, 그 이하의 저역은 스피커 캐비넷의 구조와 용적을 활용하여 만들어주게 됩니다.
대표적인 풀레인지 유닛으로는 영국 로더 Lowther 사의 C, A, DX, EX 씨리즈 들이 있는데, 저는 우선 DX3 를 기준으로 캐비넷을 설계했습니다. 실제로 사용한 유닛은 국내 업체인 삼미에서 나온 8인치 풀레인지 "하늘과바다2" 입니다. 예전에 좋아했던 스피커 드라이버의 후속작입니다. 우선은 저렴한 하늘과바다를 쓰고, 나중에 총알이 충분히 모이면 로더 DX3 로 변경할 큰 꿈을 갖고 있습니다.
스피커 구조는 제일 단순하게 나올 수 있는 TQWT 구조를 사용했습니다. 로더 유닛에서 흔하게 쓰는 구조인데, 원래는 꼬깔콘처럼 위로 길고 뾰족하게 솟아 있는 Voigt Pipe 라는 구조의 스피커를, 와이프 등짝 스매싱을 면할 수 있는 수준의 정상적인 스피커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 반 접어서 구성한 Tapered Quarter Wave Tube 라는 구조입니다.

[ 이것이 Voigt Pipe 입니다. 대충 만들어도 상하 길이가 무려 1.8m 로, 이런 걸 거실에 들였다간 와이프님의 매서운 등짝 스매싱을 피할 수 없습니다. ]

[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반 접은 TQWT 입니다. 겉에서 볼 때는 단순한 직육면체로 보입니다. ]
어쨌든, 풀레인지 유닛을 활용하면 복잡한 네트워크나 튜닝 작업이 없어도 대충 이상한 소리가 나오지는 않는 수준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라는 희망을 갖고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소리의 목표는, 제가 좋아하는 김민기 님의 <가을 편지> 노래가 옆에서 읖조리듯이 들리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즉, 사람 목소리와 악기 1-2 개 정도로 단촐하게 구성된 음악을 들을 때,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면 그만입니다. 밤에 조용히 책 읽으면서 음악 듣는 정도의 용도를 생각했습니다.
2. 설계
기본 설계는 뭐, 일하다가 생각나면 전화기에 끄적 끄적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인터넷의 스피커 구조 계산기를 이용해서 치수를 계산하고 하면서 2달 정도에 걸쳐서 진행 했습니다.
혹시 세부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위 파일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원래 풀레인지 스피커는 유닛 한 발로 단촐하게 구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저는 이왕 만드는 김에 약간 변수를 더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8인치 풀레인지 유닛을 메인으로 쓰고 후방에 45도 각도로 4인치 풀레인지를 한 발 더 붙이는 변형을 가했습니다. 제가 보스 501, 901 등의 구형 모델들의 소리를 좋아하는데, 그 시절의 보스는 페이퍼 콘으로 만들어진 트위터를 각도를 틀어 여러 발 설치함으로써 음장감을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그에 착안해서 후방으로 각도를 줘서 유닛을 하나 더 배치했는데 알고 보니 로더 풀레인지 구조 중에 널리 알려진 "아카데미" 라는 구조에서도 유사한 구성을 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후훗, 그럼 그렇지. 제 머리에서 완전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리가 없습니다...)

우선 위와 같이 Visio 로 중요한 부위만 치수를 잡아서 대략적인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1) 스피커 드라이버는 전방, 후방 모두 변경이 가능하도록 탈착식 배플로 구성
2) 전면 유닛과 후방 유닛은 바이와이어링 바인딩 포스트의 각각의 쌍에 연결. 점퍼 케이블로 바이와이어링 단자를 묶어 주면 전/후방 모두 사용하고, 점퍼 케이블을 빼면 전면 유닛만 사용하게 됨.
3) 포트는 좌우 사이드에 3개 씩 구멍을 내어서, 포트를 막으면 간단한 튜닝이 가능하도록.
아무래도 자작 스피커이고 특별한 계측기 사용 없이 대략적인 계산만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유닛 교체와 포트 사이즈 튜닝을 할 수 있게 설계 하였습니다.
3. 제작
이제 대략적인 설계가 되었으니 제작을 해야 합니다. 위에도 말씀드렸지만 목공 쪽으로는 전혀 아는 바 없는 무식 깡통이기 때문에, 캐비넷 제작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집 근처에 있는 스피커 공방 (철가방 https://cafe.naver.com/chulgabang2015) 에 도면을 들고 방문 했습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오면 맡기길 포기하고 몇 년에 걸쳐서 목공을 배우면서 만들 생각이었으나, 마침 공방에서 TQWT 스피커의 공제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의뢰한 디자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작해 주시겠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가 20년 전에 비교하면 인건비가 매우 많이 올랐기 때문에, 예전에 학부 시절 공제 했을 때 보다는 2-3 배의 가격 상승이 있었습니다만, 제 나름대로 정했던 마지노선 보다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 주셔서 제작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공방에서 원래 진행하던 업무의 중간 중간에 짬을 내서 만들었기 때문에, 설계를 맡기고 제작이 되기까지는 약 2.5 개월 정도 소요 되었습니다. 뭐 딱히 제가 스피커 없어서 음악을 못 듣는 것도 아니고, 마침 8월과 9월은 제가 매우 바쁜 달이었기 때문에 기다리기는 수월 하였고 그러던 중에 공방에서 반가운 사진을 올려 주시더군요.

후훗. 캐비넷 제작이 다 되었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이제 유닛 달고 케이블 연결하면 마무리... 위 사진을 보고 2주 쯤 후에 공방을 방문했는데, 제가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약간 의사 소통 미스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정 사항을 말씀 드리고, 추가로 2주 정도 다시 대기.
그 결과, 드디어 완성품을 받게 되었습니다.
4. 산출물

나무 재질은 적층 합판입니다. 색을 입힐 수도 있긴 합니다만, 나뭇결이 살아 있고 밝은 톤의 나무 색상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냥 원래의 색으로 놔뒀습니다.

전면 8인치 유닛을 배플에 달고, 배플은 나사식으로 탈착이 가능합니다. 포트는 좌/우 각각 3발 씩 냈습니다.

뒷면입니다. 바인딩 포스트의 뒤 쪽은 후방 유닛에, 아래 쪽은 전방 메인 유닛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진처럼 점퍼 케이블로 연결하면 전/후방이 동시에 울리고, 점퍼를 빼고 아래쪽에만 신호를 주면 전방 유닛만 사용하게 됩니다.

전면: 삼미 하늘과바다2 8인치 유닛입니다.

후면: Markaudio CHR-70 유닛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페이퍼 콘의 소리를 더 좋아하긴 하는데, 같은 라인업에서 페이퍼 제품은 10 - 20 kHz 대에서 출력이 확 낮아지는 특성이 있어서 20 kHz 까지 꾸준히 잘 내주는 메탈 콘 제품을 적용했습니다.
5. 설치

거실에 설치한 모습입니다. 원래 메인 스피커는 한 조만 놓고 쓰는데, 우선 넓은 공간에서 소리를 듣고 싶어서 와이프 몰래 이른 아침에 방에서 꺼내 와서 거실에 설치했습니다.
자, 이제 소리를 들어보시죠.
김민기 님이 우리집 거실에 오셔서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느낌이 좀 납니다. 이 정도면 꽤 만족스럽습니다.
자작 스피커이다 보니, 모든 음악에서 고루 좋은 소리를 내 주지는 않습니다. 전자 악기를 사용한 음악들은 장난감 같은 소리가 날 때도 있습니다만, 단촐한 구성의 어쿠스틱 음악에서는 사람 목소리를 중심으로 꽤 감성적인 소리를 내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앰프는 공제품 풀 디지털 앰프인 AP-3 를 사용했습니다. AP-3의 광입력에 크롬캐스트 오디오를 연결하여 스마트폰이나 PC에서 Tidal, 벅스 뮤직, 유투브 뮤직 등을 이용해서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앰프가 작고 가벼워서 설치도 쉽고, 나름 기본기 탄탄한 녀석인지라 스피커도 잘 울려줍니다.
6. Future Work
이제부터 열심히 돈을 모아서, Pair 에 980 파운드 정도 하는 Lowther DX3 를 향해 달릴 계획입니다. 유닛 가격만 900파운드에, Phase Plug 가 80파운드, 송료가 150 파운드입니다. 거기에 들어올 때 세금을 내면 더 올라가는데, 뭐 어쨌든 직장인에게는 워낙 큰 돈이라... 그리고 후방 유닛도 조금 더 고가의 페이퍼 콘 유닛으로 교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 풀레인지 스피커를 접하고 거의 20년 만에 제작한 스피커이기에 다음 작업을 하는 데에도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또 앞으로 몇 년 후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모델을 위해서 차근 차근 준비해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요에 의해 목공도 배우다가 이제는 가구를 취미로 만들죠. -_-;;
스피커 자작의 큰 문제는 2개가 한계입니다.
3개부터는 등짝이 .. 결국 남 좋은 일만 하게 되더군요 .
멋진 스피커 잘 봤습니다 .
홈팟 2개가 있는데 듣기좋을만큼 음량을 올리면 집밖에서도 울릴만큼 소리가 커서 잘 듣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메인 기기의 경우, 채널당 250와트 파워 앰프인데, 출력 게인을 절반으로 줄여 놓고 씁니다. 프리 앰프의 볼륨은 99가 max 인데 평소에는 30으로 듣고, 50 이상 높여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ㅠ.ㅠ
오래 전부터 언젠가는...하면서 가지고 있는 지멘스 클랑필름 8인치를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스피커 자작기를 보니 참 반갑네요 잘 봤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저도 풀빵에서 하늘과바다 인클로져 공제해서 가끔 듣는데 그걸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로더에 물리는 날이 꼭 오기를 기원합니다^^
그나저나, 클리앙에도 하바 쓰시는 분이 있으셨네요 반갑습니다 ㅎㅎ
그리고 죄송하지만 공방비용이 대략 얼마정도 되는지 그리고 님이 제작한 형태로 저도 만들 수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하바는 있으니 인클로져만 만들면 교환해서 들을 수 있고, 정말 여유가 되면 꿈의 로더 유닛도 바꿔서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초창기 스피커 공작 카페에서 활동하실 때부터 봤는데 여전히 초심 잃지 않고 저렴한 가격으로 주문제작 해주셔서 다행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도면작성 자체가 까다로운 형태라서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6150995CLIEN 제가 직접 만들긴 했지만 작업하신 모양 보니 아주 깔끔하게 잘 나온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