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직 마취과의사입니다. 이곳 저곳에 숨어계시는 클리앙 의사분들이 많으셔서 평소엔 저도 같이 숨어지냈는데 요즘 마취과관련해서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마당에 저라도 마취과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희석시키고자 튀어나왔습니다.
별건 아니고, 마취에 대해서 일반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부분중 헷갈리거나 틀린 부분들이 가끔 보여서 그런걸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싶어서요.
흔히들 마취라고 하면 주사 한대 딱 맞고나면 다...안아프다....쿨쿨..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간혹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수술실 들어오시면 환자분들이 많이들 그러세요. "빨리 재워주세요...!!"
이게 반만 맞다는 이유는 일단, 수술실에 들어온다는 전제 하에 마취는 크게 2등분으로 갈리게 됩니다. 안아프게 하는 기전에 따라서요.
1. 전신마취
2. 부분마취 및 국소마취
네, 수면마취가 없죠?
가장 크게 하시는 오해인, '수면마취'는 마취과 입장에선 엄밀하게 말하자면 마취가 아닙니다. 다른 용어로는 진정sedation이라고도 쓰는데요, 대표적인 용례로 수면내시경을 하실 때 받는 수면마취가 그겁니다. 흔히 사용하는 약물인 미다졸람 등의 벤조디아제핀계열 약물들을 써서 쿨쿨쿨 잠들게 만들게 만들어요. 이건 그런데... 말하자면 강제로 깊이 잠드는거랑 비슷합니다. 때리면 깨고, 많이 아프면(자극을 주면) 움직이거나 깨요. 아랫도리 농담중에서 대장내시경할때 아 오빠 거기 아니야~ 같은 소리한다는 그런 말씀 많이들 들어보셨죠? 잠꼬대하듯이 주무시고 계셔서 움직일수도, 헛소리처럼 말을 할 수도, 신음을 할 수도, 약간의 통증과 감각도 느끼기도 하는 겁니다. 대신 불쾌한 기억 자체는 자고 계셔서 기억 못하고, 이완된 상태로 편안하게 시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추천되는 방식인거에요. 몸 자체는 생체반응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로 다시 돌아가서.. 전신 마취/ 부분마취 로 갈릴 때, 전신마취는 정맥주사경로 및 호흡경로를 통해서 대뇌와 온몸으로 약물이 돌면서 완전한 이완 및 의식소실을 유도하게 되기 때문에 주사를 맞으면 쿨쿨 잠드는게 맞습니다. 가스파드의 만화에서 나오는 "십 굵(굳)"하는 바로 잠들어버리는게 이런 형태입니다. 이때는 의식만 잃는 게 아니라 온몸의 근육들도 같이 마취가 됩니다. 근육의 이완이 이뤄지기 때문에 혼자서는 숨을 쉴 수가 없고, 놔두면 호흡곤란으로 10분안에 죽습니다.(...) 그래서 기계가 대신 숨을 쉬어주는 마취기에 붙은 인공호흡기가 산소와 마취제를 호흡시켜주죠. 이걸 위해서 기관 삽관이 이뤄집니다.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큰 플라스틱 빨대같은게 입에 물려져있고 관이 삑삑거리는 기계로 연결되어있는 그거요.
그래서.. 전신마취가 완료된 상태의 환자분은 요런 상태가 되게 되어있습니다. 의식은 완전소실되어있고, 전신 근육은 이완되고 호흡은 억제되서 목의 기도로 삽관된 상태의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죽음과 삶 사이의 딱 중간지점에서 반쯤 살려놓는거"를 완성시키는게 저희 마취과의 목표입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죠. 수술할 때 근육에 힘이 들어가면 수술을 방해하게 됩니다. 아픔을 느낄 정도로 의식이 남아있으면 혈압, 맥박 등이 올라가서 출혈이 늘어날 수도 있고, 무엇보다 환자가 수술에 대한 고통을 겪는 게 최악이겠지요. 그렇다고 너무 억제를 해버리면 환자는 돌아오지 못하고 큰일이 날 수도 있습니다. 복어독인 테트로도톡신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하죠? 마취과입장에선 별 거 아닙니다. 그게 저희가 늘상 쓰고있는 근이완제랑 별다를게 없어요. 수의근의 신경전도차단인데, 일상생활에서 저 독을 먹었을때나 위험하지 저희 마취기와 함께라면 기관삽관해서 숨을 쉬게 해드린다음 독이 소실될때까지 재워드리면 되는 거니까요.
반대로 말하자면, 늘상 죽음을 마주보고 있는것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끽 하면 환자가 죽습니다. 물론 무슨 직업이든 그렇지 않겠습니까만... 사천당문의 후계자같은 느낌이죠. 독과 약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어서, 약을 잘못 쓰면 독이 되어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거?
그래서 전신마취는 언제나 부담감을 안고 시행하는 묵직한 마취방법입니다. 아, 마취과 입장에서만 그렇습니다. 환자분들은 안심하세요. 안심시킬만큼의 기능을 배우고 나와야 마취과 행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디서 돌아다니면서 마취과다..하는 사람들은 사람 목구멍에 관을 최소 천개씩은 꽂아본 사람들입니다. 요새는 몇십년전이랑 다르게, 약물도 끝내주게 좋아져서 몸에 후유증을 남기거나 부작용이 있거나 하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아이고 좋아.
그럼.. 두번째 방법인 부분마취는 어떤걸까요? 하고 생각해보면.. 전신마취가 아닌 다른 마취방법들이 사실 죄다 여기에 해당합니다. 수술하는 부위가 마취가 되도록 하는 방법이죠. 대표적으로는 척추마취(하반신마취)가 있겠습니다.
환자의 허리(정확히는 척추 뼈와 뼈 사이) 에 국소마취제 주사를 해서, 척추신경에 약물을 퍼트려 그 아래쪽 척추신경들이 담당하는 영역을 마취시켜버리는 방법입니다. 살이 찢어져서 꼬맬 때 응급실에서 마취주사하고 꼬매신 기억 있으시면, 그때 쓴 마취주사랑 원리 자체는 똑같습니다. 우리 몸에서 감각을 느끼는 건 신경이 담당하는 부분인데, 얘를 뻑 하고 기절시키는거랑 같죠. 단지, 응급실에서 살에 주사한건 그 주변조직만 마취(국소마취)하는데 반해 위의 척추마취같은 경우엔 좀더 중추신경에 가까운쪽이라 해당 담당부위 아래의 전체가 마취가 됩니다.
우리 몸을 군대(...)로, 마취를 전쟁으로 비유하자면 국소마취는 공격해야 할 지역(치료부위)에 폭격을 해서 군대가 남아있지 않게 해버리는 거라면...척추마취등의 부위마취는 해당 지역으로 연결되는 통신망과 수송망을 교란시켜서 해당 지역의 군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패주하게 만드는 방식이 됩니다. 전신마취는? 통수권자(대뇌)를 납치하는거죠. 수술 끝나면 다시 돌려줍니다.
그래서... 위의 비유를 계속 빌려서 설명을 드리자면 부위마취는 통수권자인 대뇌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의식도 있고, 수술중에 일어나는 일들이 내일은 아닌것같지만 다 기억도 하죠. 불안도 하고..무섭고... 그래서, 마취에는 관계가 없지만 "재워드려요"서비스를 하는겁니다!
어떻게? 저어어어 위에 적힌 "수면마취"로요! 마취가 안 되어있다면 당연히 아무리 수면마취(진정)를 시켜봤자 수술시작하자마자 악 하고 아파서 깰겁니다. 자는데 누가 푹 찌르면 안 일어날 수 있겠어요? 안 일어나면 그건 죽은겁니다. 아님 누군가 몰래 마취를 해놓은거죠.
반대로 또 말해보자면, 부위마취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수면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됩니다. 순서가 무조건 마취->진정으로 가야지, 진정->마취로 가면 의미가 없죠. 깰텐데.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수술실 들어오시면 빨리 재워달라는 분들이 절반만 틀렸다는 이유는 이제 다들 아실겁니다. 전신마취는 "아 바로 재워드릴게요 ㅎㅎ; 편안한꿈나라로 고고싱.. 깨면 입벌리고 크게숨쉬세요!" 하고 10초만에 재워드리는 게 맞습니다. 부위마취는? "아 마취가 아직 안되서 못주무셔요... 일단 수술할부위가 마취가 다 되면, 그때 재워드릴게요!" 하고 말씀드리는거죠. 그러니 불안해하지들 마시고, 편안하게 순서를 기다리시면 되겠습니다.
수술이 무섭다고요? 어...그건 저희가 어떻게 해 드릴수가 없습니다......
수술할 의사선생님께 패스.....
수술은 무섭죠.. 저도 무섭습니다. 근데 제 입장에서는 수술방으로 들어오시는 환자분이 제일 무섭습니다. ㅋㅋ 사실 마취의 난이도는 환자분의 상태가 결정하는 거기 때문에.... 20대환자 10명하는것보다 90세노인 1명의 마취가 훨씬 까다롭고 힘들고 신경이 마모가 됩니...
젊은이가 더 어려운 이유가 뭘까, 아무래도 의사 샘께서 간단하게 사례라도 주셔야 이해가 빠를 듯 합니다.
좋은 지식과 정보, 감사드립니다.
잘못 읽으신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생각대로, 젊은이가 훨씬 쉬워서 10명을 해도 힘이 덜 든단 얘기를 드린 거였습니다. ㅋㅋ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왜 전신 마취를 하나 했더니 근육 긴장을 막기 위해서였나 보네요
부위마취중 상완신경총마취 라는 방식을 사용하면 어깨쪽 관절경시술도 부위마취를 할 수 있습니다. 선택은 마취과나 수술의 부위나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순 있지만요. 국소마취로는 할 수 없습니다... 보통은 전신마취 or 상완신경총마취 둘 중 하나를 상황에 따라 취사선택합니다. 아마 그 마취과선생님의 이유가 있으셨을 것 같네요.
이번에 충수염 수술받았는데 뭣도 모르고 있었다가 배워갑니다.
글도 이해도 쉽고 재밌게 잘쓰시네요, 감사합니다.
코로나시즌에 응급수술하시기 빡세셨을텐데 고생하셨습니다. 충수염이면 대표적인 쉬운 수술같지만... 수술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과정은 다른 수술이랑 진배없이 힘드셨을테니...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마취과 의사가 좀 있으면 의베충 소리 들으면서 욕을 먹을것같아서, 최소한 우리가 어떤 구조로 일을 하는지정도는 다른 사람들이 잘 알고있어야 그나마 좀 욕을 덜 먹지 않을까...? 사람은 모르면 욕을 하고 보니까...하는 생각에 서둘러 휘갈겨썼는데 감사를 받으니 제가 더 감사하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ㅋㅋ 밑의 전공의들 들어올때 간단하게 우리의 일을 설명할때 써먹던 관용어구였습니다...
궁금증 하나... 전신 마취시 전신 근육은 이완되서 호흡이 곤란한데 심장은 꿋꿋하게 견뎌 움직여 외부 도움 없이 전신 혈액순환은 되고 있는 건가요?
넵. 심장은 근육자체가 다른 애들이랑은 완전 따로 놉니다. 얘는 아예 종류가 달라서...그냥 혼자 자발적으로 뛰어요. 물론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등에 자극을 받아서 더 빨리, 혹은 느리게 뛰거나 할 수는 있지만.. 일단 뜁니다. 달려라 하니처럼.
동업자의 냄새가...?ㅋㅋ 일부러 한번도 언급하지 않은 흡입마취제 이야기라니.. 로컬에선 대부분 세보플루란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ICU에선 보통 한가지 이상의 목적성을 띠고 약물을 쓰게되는데, 진통/진정/근이완의 3가지를 동시에 다 할 필요가 보통 없기 때문에 흡입마취제를 사용하지 않는 편입니다. 반대로, 수술마취에는 저 세가지가 동시에 필요하구요. 게다가 관리와 지속시간 면에서 iv가 압도적인 편리성이 있다보니....
수술실에선 조금 얘기가 다르지만, icu에선 자발호흡을 살릴 수 있다면 살리는 것이 훨씬 좋은 이야기라서 그렇습니다. tiva는 흡입마취제를 사용할때와 비교하면 서로 장단점이 있어서 어떤 수술인가, 어떤 환자인가에 따라 선택할수있는... 그런 선택지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거같아요.
작년부터 선별급여도 되는것 같고
http://m.medicaltimes.com/News/1134530
anaconda 라는 제품으로 썼습니다.
https://www.sedanamedical.com/?page_id=4639
보통 이런 종류의 처치는 부위마취regional anesthesia가 아닌 국소마취local anesthesia가 시행되는데, 국소마취는 그 한계가 있습니다. 치료를 해야할 조직에 국소마취제(리도카인 등)를 뿌리듯이 주사를 하는 방식으로 하는건데 이게 여러가지 이유로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염증이 심하다거나, 열이 많이 난다거나 할 경우에 효과가 떨어져요. 아마 그런 이유로 통증을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국소마취는 완벽한 마취방법이 아닐 수 있다보니 수술실에서 마취과가 수술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좀 그랬으면 좋겠다 싶어서 쓴 글인데 다행이네요.
아이러니하게도 마취과는 환자에게 말을 가장 덜 하는 과중 하나라는게.... ㅋㅋㅋㅋ
말과 걱정을 하시는데 선생님꼐서는 어떤 재치있는 답변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학술적인것 말고요)
"맞습니다, 한 200살 정도 사실거 지금 마취하고나면 한 150살정도밖에 못사셔요~그나마 제가 마취 잘 해드릴테니 170살정도는 사실겁니다." 하고 말씀드립니다. ㅎ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 소리를 농담으로 받아드리면 환자분 긴장도 풀리고, 아 헛소문이구나 싶기도 하실테니까요.
약간 시적인 분위기를 내보자면.. 박완서 작가 아드님이 마취과 의사로서 하신 말이 있어요.
https://brunch.co.kr/@hoseongikim/13
이 글 중간에 나오는 에피소드입니다. 그 쓸쓸함도 있지요.
사람들은 대부분 뭔지 모를 것에 더 화를 내기 쉬운 것 같습니다. 가족, 친지, 친구들에게 무턱대고 욕을 하지 못하는것 처럼요. 그래서 마취과가 하는 일이 뭔지 모를때 더 폄하하거나 오해하기 쉽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왜 위험한 일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면 그게 왜 더 큰 위험을 부른다는 말 자체도 전혀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것이고 경고를 알리는 말조차 흔한 밥그릇싸움이나 1그램도 손해 안보려드는 극한의 이익충마냥 보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그냥 마취가 어떤일인지 좀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보면 진짜로 의대들어와서도 마취과라는 분과를 인지조차 못하다가 인턴들어가서야 아 이런거하는구나..하고 깨닫는경우도 엄청 많잖아요? ㅎㅎ 그럼 의사 아닌분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냥 주사놔서 안 아프게해서 꼬매거나 수술하게 하나보다 싶지.
알려드린 다음에, 그 다음에 화를 내시거나 욕을 하시거나 비판을 하시거나 하는게 의미가 있다 싶어서 천천히 글을 좀 써봤습니다. 꾸벅.
마취과는 진료 난이도나 힘듬보다는 사고터졌을때 1순위로 타겟이 되니까
그것감안하여 수가(또는 월급)이 책정된다는 얘기들었습니다.
맞는 얘기인가요??
사실 수가에 대해서는 저어어언혀 저희가 터치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거니와, 월급은 조금 더 먼 이야기입니다. 말씀하신 상황은 오히려 미국 의료시장에 가깝습니다.
마취과는 사실 마취만 할 경우 굉장히 수동적인 과입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수술 안 하는 병원에서 마취과는 뭘 하고 있을까요? ㅎㅎ; 그래서, 수요과 급여 역시 수술하는 과의 수술과 맞춰지게 되어있겠지요.
아이고 고약상자님. 무슨 말씀을... 늘 쓰시는 글 볼 때마다 꼬박꼬박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제 글은 전문성을 열심히 희석하려고 방방 뛰어다닌 결과물인 것 같아서 사실 부끄럽습니다. 잘 쓴 글은 아니지요 ㅎ;
장기가 장시간을 의미하는 건지, 아니면 내장기관을 의미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어느 쪽이든 내장들이 타박상을 입을 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몇 조만에 잠들고 눈 떠보니 머리가 개운하고 상쾌해서 '중동성' 없다면 그것도 관심이 가더라구요.
미리 감사드립니다.
으윽 그놈의 우유주사 ㅠㅠ 약쟁이놈들때문에 좋은 약도 쉽게 못 쓰게 되서 마취과의 철천지원수들..... 그런 종류의 상쾌감에 의존성이 있다는 건 이미 익히 알려진 바 아니겠습니까? 단지 마취할때는 그런 감각같은걸 느끼는 게 없이, 초기의 마취 유도시에 사용후 약물의 효과가 끝나고 한참 뒤에서야 깨기때문에 그런 걸 느낄 새가 없습니다만..
수명단축에 관해서라면, 약물 남용한 놈들치고 오래 산 새끼 못봤다... 정도로 요약해드리겠습니다.
카지노 한 번 갔다고 패가망신하진 않습니다만, 집보다 카지노에 오래 있던 사람이 멀쩡하게 사는 경우는 없지요. 어떤 이유로든 병신이 되게 되어있습니다.
ㅋㅋ
아유 감사합니다. 사실 좀더 할말도 많고, 마취과가 이런 과라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은데 제 미천한 지식이 드러나 전문가들이 눈살을 찌푸릴까봐 조금만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ㅋㅋ
엇, 그게 상완신경총마취- 액와부(겨드랑이)접근법 시술입니다. 잘 받으셨나보군요 ㅎㅎ 전신마취에 비해서 부작용이나 몸에 걸리는 부담도 훨씬 적어서 그런 상지 말단부 수술에서 저도 선호하는 방식입니다.
전신마취하고 개복한후에 심장수술하는거 보면 마취 상관안하고 열심히 뛰고 있던데
자율신경? 자율박동세포도 마취하는 건 없는거...죠?
아 그리고 범인?들이 자주쓴다는 클로로포름은 전신이나 국소도 아니면... 마취제는 아닌거네요?
1. 있습니다. 안그러면 펄떡거리는 걸 수술하기 굉장히 힘들겠죠. 다른 장기랑 좀 다른 특성탓에, 인공심페기와 체외순환 및 심정지가 필요하므로 일반적으로 마취하는 것과는 아예 다른 얘기입니다.
2. 놀라지 마십쇼, 마취제입니다! 그것도 흡입하는 전신마취제입니다. 단, 엄청 오래된...흡입마취제의 애플2 정도 되는 물건입니다. 여기 it커뮤니티니까 이렇게 말해도 다 알아들으시겠지? 아무튼, 범인?놈들이 쓸 때 보면 항상 적셔서 입과 코를 틀어막죠? 이거 맡으라는 겁니다. 기화한 가스를 들이마신 다음에 의식을 잃고 마취가 되는겁니다. 물론 너무 심하게 마취가 되면 어찌되겠습니까? 제가 쓴 글 중간에 전신마취해놓고 놔두면 어떻게된다고요? ㅎㅎ; 숨 안쉬어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소설은 소설이니까.....
저래 납치해서 창고같은데 던져두는게 레알 위험한거였군요;;
레알 위험하죠. 저거랑 비슷하게 위험한 클리셰가 약한 동료의 후두부 가격해서 기절시키고 맡겨놓고 자기 혼자 가겠다고 나서는 놈입니다. 차라리 같이 가는게 낫지, 동료를 자기가 먼저 죽일 셈인가.
마취과 의사는 좋겠어~ 꿀잠자는 마취 주사만 딱 놔주면 땡이잖아. 랑 크게 다르지 않게 생각했었어요. 저도.
막상 돌아가는 상황을 들어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종종 (수술중) 환자의 생명이 왔다 갔다하는 위급 상황에서 모든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판단과 시술을 주도하는 의사가 마취과 의사더라구요. 혈압, 산소포화도, 심장상태, 탈수여부, 출혈상태 등등을 그때 그때 컨트롤해서 어쨌든 살아서 수술실에서 나가도록 하는 (때로는) 전쟁터.
의외라서 많이 놀랬어요.
생각보다 엄청 할일이 많고, 다이나믹한 상황도 종종. (물론 젊고 안정적인 환자들은 무난하겠지만요)
그 순간에 마취과의사의 판단력과 기술력에 의해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술하시는 서전이 오퍼레이션 필드 안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시든간에 저희는 명줄을 붙여놓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일없을땐 이거보다 편해보이는 한량이 없습니다. 앉아있을 수도 있고, 노닥거리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게 만들어 놓는게 목적인 과니까요. 맘대로 되면 세상에 이거보다 쉬운게 없죠. 근데 세상 맘대로 되는게 어딨습니까. ㅋ
저는 신입 전공의 들어오면 우리 하는 일은 비행기 조종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설명했어요. 수술이 큰 수술이면 비행기가 크고, 별거 아닌 수술이면 아예 띄우지도 않고 바닥에서 굴리기만 하는 거고. 환자가 젊은 사람이면 대낮에 큰 활주로에 맑은 날씨인건데, 늙고 질환이 많은 환자면 종유동굴 안에서 보잉747기를 이착륙시키는거라고.
어려울 땐 저희가 뛰어다니면서 수혈팩짜고 주사하고 혈관잡고 해야합니다. 수술하시는 서전은 수술만 할 수 있게.
말씀하신 내용들이 저희가 하는 일이지만, 밖에선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왜 아이가 공부에만 전념할수 있도록 밥해주고, 청소해주고, 좋은 학교/학원/선생님 찾아서 등록해주고, 커리큘럼 짜주고, 문제집 골라서 사주고, 스팩 채워주고, 입시전향 분석해서 찾아주고 등등 나머지 모든걸 책임지는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까요?ㅋㅋㅋ
어.. 그 비유를 따르자면,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거 역시 서전(아이)이로군요. 엄마는 아무리 준비해줘봤자 공부하고 결과를 내는 건 아이잖습니까? 저희가 아무리 잘해도 수술의 꽃은 서전이죠. 엄마가 폭력엄마나 집을 나갔거나 하면 공부를 못하게 할 수는 있겠다..싶어서 조금 웃기면서도 무릎을 탁 쳤습니다. 저흰 조연입니다.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몸이 받아주는 한도 내에서, 약물이 모자라지 않는 한 계속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현대과학기술은 대단합니다.
말해놓고보니 식용버섯이야기같네요. 모든 버섯은 다 먹을수 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버섯은 한번만 먹을수 있다...?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 구강구조상 삽관을 할 때 접근이 힘들거나 좁은 경우엔 특히 붓기가 쉽죠. 이완이 덜 된 경우가 특히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응급수술이라던지, 목이 짧고 턱이 작은데 살이 찐 분들이라던지... 전신마취시 맘에 안드는 후유증 중 하나입니다. 부디 별 일 없으시길 빕니다.
정형외과수술을 받으셨군요. 수술 끝나면 몸은 무조건 차가울 수 밖에 없고, 수술중에 들어간 수액 및 실혈로 인한 체열뺏김덕에 뭘 어째도....몸이 추우셨을겁니다. ㅠ 얼른 병동올라가서 이불덮는수밖에요.. 고생하셨습니다.
아뇨, 안 흔합니다. 안 흔하다기보단 전 아예 못봤습니다. 보통 보고되는 바로는 매우 중한 수술인 심장수술같은 케이스에서 발생한다고 교과서에서 뒤져보면 나오는 정도? 수술중 각성 나오면 학회에서 케이스발표를 해볼만 할 겁니다.
아...환자분이 망상?; 꿈 같은걸 꾼 다음에 그걸로 자기가 수술 중에 마취가 풀렸다고 난리를 친 적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후 다 따져보니 전혀 앞뒤가 안맞고 환자가 자기가 들었다고 말하는 상황이 실제로 있지도 않았던 우스꽝스런 상황이었던 관계로 흐지부지된적이 있었어요.
마취가 되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수면을 따로 해주는거라고 알고 있었거든요.
그것에 대한 내용 없으면 질문하려고 했는데 있네요.
감사합니다.^^
^_^ 쓴 보람이 있군요! 마취와 수면이 다른거라는 거부터 알려드리고싶었거든요. 감사합니다.
"사천당문의 후계자같은 느낌이죠."
소싯적 무협지 좀 읽으셨나 봅니다 ㅎㅎ
통증의학 쪽 시술을 하다보면 진짜로 제가 만천화우나 백팔금침역혈대법같은걸 쓰고있는 기분이 들긴 합니다. 거긴 주사와 약물치료가 기본적으로 엄청 많다보니...
오래전 교통사고로 다소 큰? 수술을 위해 마취를 하는데 발끝부터 "지직지직~" 하는 느낌으로 온 몸이 얼어 붙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니 순간 제 몸이 파란 얼음궁전? 얼음나라 같은 곳을 둥둥 떠다니고 있더군요. 그렇게 편안하고 행복한 기분은 처음이었고 잊을 수가 없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도 입에 저런 것을 꼽고 있었을까요? 기억에 없어서요.
저는 제가 그 유명한 프로포폴을 맞은 건가? 하고 추측을 했었습니다.
프로포폴이 이런 수술 마취를 할 때도 사용하는지 혹 지나시다 보시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은 어떤 수술이었는지를 모르면 어떤 마취를 했는지는 추측이 어렵습니다. 보통 크고, 두세시간 이상 갈 오래걸리는 수술을 할 경우엔 기본 선택은 전신마취가 되었을것이고.. 전신마취를 했을 경우엔 첫 마취유도약물로 프로포폴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오래전의 시점이 1990년대 이전이면 포폴보다 다른 약물을 썼을 가능성이 클 것이고, 진로제약님의 연세나 기저질환으로 인해 포폴을 꺼려서 다른 약물을 썼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보니 제가 짤막한 몇 줄만으로 그게 포폴입니다!하고 확답을 드릴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해주십사 합니다. ㅎㅎ;
약 12년전쯤 된 일이고, 턱이 여러조각 나서 아래 잇몸 절개하여 얼굴 가죽 들어서 턱 뼈 수술했던 일입니다.
당시의 그 뿅~가는 기분이 너무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이 기분을 잊지 못해서 그렇게 프로포폴을 맞는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본문을 읽고 문득 궁금했습니다. 댓글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럼 전신마취가 확실하고, 거의 프로포폴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전처치약물 중 마약성 진통제들이 있기도 하기 때문에 그쪽의 가능성일 수도 있습니다. 같이 들어갔을 거에요. 안면부손상이 심한 상태로, 특히 턱손상이었으면 기관삽관을 할때 많이 자극이 될 수 있으니 미리 삽관전 처치를 많이 해뒀을 테니까요. 부위에 따라서 기관삽관을 입이 아니라 코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어땠는지는 제가 알 도리가 없군요. 많이 고생하셨겠네요..
힘든 시기는 지나 잘 지내고는 있는데 말을 안듣건 수많은 마취의 휴유증이려나요.....ㅎㅎ
어이쿠 큰일을 겪으셨었나 보군요.. 병원에 오래 있으면 보호자분들이 두가지로 갈리더라구요. 무뎌지거나 날카로워지거나. 고생하셨습니다..
지금은 별 일 없으신거면, 마취덕분이라고 생각하십시오. ㅋㅋㅋ 건강한 건 마취탓, 말 안듣는 건 수술탓(?)
이게 실제로 일어날만한 일인가요?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이런 사례를 접한 적이 있으신가요?
위에 댓글에 있긴 합니다만, 제가 겪은 사례는 환자가 자신의 꿈이나 상상을 실제로 오해함 이었습니다. 괴담은 괴담이니까 괴담.... 불안감을 더 줄여드리기 위해서, 요즘은 심지어 환자의 각성수준을 측정하는 장비를 이마에 부착해서 수치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뇌활동을 하는 수준으로 수치가 올라가면 마취심도를 더 깊게 해서 의식수준을 낮춰드릴 수 있으니 안심하고 수술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승만 드립 아니니까 진짜 안심하세요!
신뢰성이 없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갑상선 수술을 한 뒤 시험을 1등을 찍던 제 동기는 대체 무슨 초천재였을까요? 수술을 안 했더라면 존스홉킨스에 갔을 인재가 그만 전신마취를 한 바람에....국산(?)이 되버리고 말았군요 세상에나...
아 제가 왜 전신마취를 안했을까요 당장 셀프 기관삽관하고 가스틀러갑니다
수술장이라는곳도 처음가봤는데. 그 긴장감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수술하시는 의사분들은 정말 존경받고 수고하시는 분들이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취과 선생님께서 잘 설명해주시고. 보내주셔(?)서 덕분에 수술도 잘 받은것 같습니다.
전신마취 수술을 하고나면 몸이 잘 안돌아온다(축난다.)라는 말들이 있고,
저도 뭔가 컨디션이 예전 수준으로는 안돌아온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게 느낌적인 느낌일까요?
아니면 수술 자체의 부하가 큰 탓일까 이런궁금증이 있습니다.
에이, 다들 사람사는 일이고 자기 직업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면 의사 아니라도 다 존경받고 하셔야합니다. 그건 모든 직업이 다 똑같아요. 내가 못해주는 걸 남이 해주고 있는거면, 그건 감사해야한다고 부모님께서 그러셨죠. 그게 뭐던간에.
전신마취의 문제라기보다, 수술이라는 큰 프로시져 자체가 몸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일이죠. 칼로 찌른다음 살을 떼고, 그걸 꿰맸는데 아무 컨디션 변화가 없다니 무슨 관운장도 아니고 그럴수가 있겠습니까. 몸이 손상을 이겨내기 위한 반응을 진행할 때 많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근육은 위축이 되고, 체내에선 평소에 하지 않던 단백질합성이 일어납니다. 잃어버리거나 많이 들어온 체내의 약물이나 수액, 전해질의 변화 등이 수술 후에 다시 회복이 되는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과정에서 그런 변화를 체감하고 계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취제가 날아가는데는 수시간에서 수십시간정도면 완전히 체내에서 소실되겠지만, 그 사이에 몸이 약해지신건 사실이겠지요. 적절한 운동과 적절한 섭식이 있으면 곧 다시 회복되시리라 봅니다. 아, 앞으론 기름기있는건 잘 못드시겠군요? ㅎㅎ
간접적으로 관련된 일을 하다보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ㅎㅎ
글솜씨가 부러워요!
그렇죠 그렇죠... 세데이션이 참 헷갈리는 용어입니다. 한글로 번역한 진정이라는 단어는 사실 환자들에게 잘 안와닿거든요. ㅎㅎ 설명하기 힘들고, 이해하는 건 귀찮으니까요. 그래서 오해가 생깁니다.
젊은 환자는 죽었다가도 깨우면 일어나는데, 나이들면 한번 죽으면 여간해선 되살리기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농담반 진담반으로 서로간에 살면서 병원에서 네녀석 만날 일 없었으면 한다고 만날때마다 말하는 사이입니다 ㅋㅋ
사실입니다. 마취의 가장 큰 리스크팩터를 따질때 저어어얼때로 빠질수 없는 게 'AGE'인지라..... 뭐든 젊으면 다 됩니다. "이게 되네?;" 됩니다. 노인분들은..... 될 것도 안되서 후달달거릴때도 많죠. "아니 이게 왜이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취과 착해요 피켓을 들고 흔드는 중)
음...일단.... 수면마취를 안 받으시면 됩니다. 아니 농담이아니라 진짜로. 위에서 길게 설명했지만 수면마취=진정=Sedation은 애초에 그런 의식상태로 만드는 거기 때문에..... 그게 아닌 전신마취시에는 헛소리를 할 겨를이 없으실터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ㅎㅎ 내시경이나 부분마취후 재워달라고 하셨을때만 걱정하시면 되겠군요.
이해하게 쉽게 잘 설명해 주셔서 저도 본문 잘 읽었습니다. :)
p.s. 시기 상 이런 책이였던 듯 한데, 제목이 전혀 기억나질 않네요.
https://books.google.co.kr/books?id=EWT2MgAACAAJ&printsec=frontcover&dq=editions:ISBN8988125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