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은 현대 평등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시작 물음이자 핵심 물음입니다
무엇을 평등하게 만들 것인가.
우리는 당연히 평등이 옳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평등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우리는 평등에 대한 막연한 관념만을 가질 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곤 합니다
현대 평등주의(egalitarianism)는 그 자체로 정치철학의 한 분야일 정도로 다양하고 깊게 발전했기 때문에 제가 여기서 다 다룰 수는 없지만 (지식도 없어서..), 한 번 유명한 이론들 위주로 간단하게 살펴봄으로써 '그럼 나는 무엇을 평등하게 만들고 싶은가' 물어보고, 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봅시다
1. 기회 평등주의(luck egalitarianism)
두 종류의 인간들을 생각해봅시다
A: 100만큼의 자원을 가졌고, 100만큼의 자원을 테니스 선수가 되기 위해 전부 사용했지만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해서 가난하게 사는 사람
B: 100만큼의 자원을 가졌고, 100만큼의 자원을 농부가 되기 위해 전부 사용해서 부를 축적한 사람
A와 B의 선택의 결과 그 둘은 불평등한 관계에 처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이런 불평등을 보고 '공정하지 않다'거나 '정의롭지 않다'고 말할 것입니까 아니면 반대로 '공정하다' 또는 '정의롭다'고 말할 것입니까?
기회 평등주의자들은 기회가 평등했다면, 결과의 불평등은 공정하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기회 평등주의자인 드워킨은 개인의 야망에 의한 결과물과 천부적 운에 의한 결과물을 구분하고, 후자는 정의가 중화(neutralization)시켜야하는 반면, 전자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앞의 두 사람을 보면, 둘의 불평등의 원인은 기회가 불균등했기 때문이 아니라, A의 야망과 B의 야망의 차이 때문이기 때문에, A의 가난은 부정의한 상태가 아닌, 정의로운 상태라는거죠
롤즈가 과연 기회평등주의자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죠
드워킨과 롤즈가 자주 묶이긴 하죠 왜냐면 롤즈는 원초적 입장(the Original Position)에서 '운'에 달려있는 것들을 무지의 베일 속에 넣어버림으로써 기회 평등주의자가 하듯, '운'이 작동할 요소를 없앤 뒤에 정의의 원칙들을 세워야한다고 하기 때문이죠
즉, 정의의 원칙이란, 운이 작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모든 사람들이 합의할 수 있는 것이어야한다는거죠
왜냐면 그런 경우에만 사람들은 설령 운이 작용하더라도 여전히 그들이 '공정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의의 원칙들에 합의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 반면 후기 롤즈는 이런 식의 '운'에 초점 맞추기보단 공공성(publicity)으로 대표되는, 시민들의 정치적 평등에 좀 더 초점 맞췄다는 점에서 단순히 기회 평등주의자로 읽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여튼, 기회 평등주의는 우리가 보통 '평등주의'를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평등주의입니다
2. well-being egalitarianism
well-being은 간단히 번역하면 '좋은 상태'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인간들은 모두 평등하게 '좋은 상태'를 누릴 때, 진정으로 평등하다는 관점입니다
앞의 A와 B의 경우를 다시 보죠
분명 기회 평등주의의 관점에서는 A의 가난한 삶은 부정의하지 않죠 왜냐면 그것은 자신의 선택의 결과물이었고, 기회는 평등했으니까요
하지만 well-being의 관점에서는 B는 '좋은 상태'에 있는 반면, A는 '좋은 상태'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상황은 불평등의 문제가 됩니다
이렇게 보면 기회 평등주의와의 차이가 살짝 보이죠
웰빙 평등주의는 단순히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결과에서의 평등도 강조합니다
실제로 웰빙 평등주의의 일부 관점들은 맑시즘에서 영향을 받기도 했고요
물론, 극단적으로 모든 결과가 같아야한다는 걸 주장하는 관점은 없지만요
간단히 말해, 웰빙의 관점에서 보면, 결과에서의 차이 또한 기회 평등주의에서처럼 완전히 방치돼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기회가 평등했어도, 결과가 극단적으로 나뉘면 안된다는거죠
따라서 설령 누군가 자신의 야망에 의해 도전했다가 실패하더라도, 그가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면 안되고, 오히려 성공한 사람보다 부족하더라도 그래도 '나쁘진 않은' 삶을 살 수 있어야한다는거죠
2.1
이런 웰빙의 관점은 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basic needs egalitarianism이라는 관점입니다
이름에서 보듯, 결과에서의 평등은 OK. 하지만 결과에서의 평등은 basic needs 차원에서 이뤄져야한다는거죠.
가령, 아무리 실패한 사람이어도, 먹고 살 수는 있어야한다는 거죠
여기서는 그 사람이 실패한 결과 사회의 정상적인 구성원이 되지 못해도 그것은 문제 없다고 봅니다
왜냐면 기초적인 필요는 충족해줬기 때문에, 그 외의 문제는 결국 각자의 agency 즉, 주체성과 노력 등의 문제라는거죠
2.2
다른 하나는 flourishing egalitarianism입니다
이 관점에서는, 인간은 단순히 기회의 평등도, 기초적 필요에서의 평등도 아닌, '동등한 번영'을 누릴 때, 진정으로 평등하다고 봅니다.
번영은 아주 넓고 이것 자체가 해석의 여지가 있는 개념이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걸 단순한 정신적 쾌락과 대비되는 '좋은 삶'에 해당하는 행복(eudaimonia)으로 이해하기도 했고요
맑스식으로 본다면,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상태' 같은 걸 의미하겠죠
당연히 여기서 말하는 결과에서의 평등은 '먹고 살 수는 있음' 정도가 아니라 '동등하게 번영함'이기 때문에 결과에서의 평등의 정도가 심해지겠죠
가령, 실패한 예술가가 있어도 그가 사회의 정상적인 구성원일 수 있도록 그에게 정규 직업을 주거나해야겠죠 (e.g. 미술 강사, 거리의 퍼포머 등등)
3. functionality/capability egalitarianism
이것 또한 번역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단어에서 보듯이 대략 이런 뜻입니다
인간이 진정으로 평등하려면, 각자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동등해야한다
기회 평등과 대비해봅시다
기회의 평등은 각자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어떤 결과를 갖게 되든 상관없고, 오직 기회만 평등하면 된다는 식이죠 (물론 이건 극단적인 기회의 평등적인 관점이지만요)
웰빙 평등주의는 기회의 평등만이 아니라, 결과도 어느 정도로 동등해야한다고 보는 식이죠
functionaity/capability egalitarianism은 이 둘 사이의 개념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기회의 평등만으로는 각자가 사회 속에서 '동등한 상태'에 놓여있지 않을 수 있다는거죠
가령, 기회 평등주의적 법 덕분에 제가 많은 지원금을 받았다고 해봅시다
근데 저는 사실 비영어권 출신의 이민자여서 영어에 서툴기 때문에 아무리 돈을 제게 많이 쥐어준대도 절대로 남들과 동등한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도 없을 수도 있죠
가령, 영문학 시험을 볼 경우, 기회의 평등을 제공해주기 위해 제가 사전을 사용하거나, 시험 시간을 더 길게 가져간대도, 저는 절대로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 만큼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겠죠
이런 경우는 '기회'를 평등하게 만든다고해서 그 기회의 평등의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모두 '동등한 상태'에 있지는 않다는 걸 보여주죠
그들이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바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의 층위겠죠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영문학 시험에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겠죠
모국어가 아닌 자들은 '할 수 없는' 것들을 그들은 할 수 있다는거죠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들과 '할 수 없는' 것들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functionality/capability egalitarianism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가져야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동등해질 것이냐,
많은 관점이 있겠지만 제가 잘 모르는 관계로, 제가 아는 것만 언급하면, 일단 '문화'에 대한 동등한 관점 같은 게 필요하겠죠
언어가 대표적인데요, 우리나라는 그런 경우가 아니지만, 가령 미국은 스페인어 사용자가 많으니 복지 혜택을 안내해주는 정부책자를 영어만이 아니라 스페인어로도 적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영어사용자와 스페인어 사용자가 그 복지혜택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의 차이를 줄여주겠죠
가령, 모두 영어로만 적혀있다면, 나는 그 복지 혜택을 아예 못누리거나 (내가 모르는 언어로 쓰여서 그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아니면 그것을 누리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희생해야하는데, 그 희생을 감수할 정도로 여유가 없을 수도 있겠죠 (가령 주말을 통채로 날려서 영어를 번역해서 알아봐야한다거나 등등)
4. 관계 평등주의(relational egalitarianism)
관계 평등주의는 이제 뭘 평등하게 만들려고하는지 눈치채셨겠죠
바로 관계를 평등하게 만들어야한다는 관점입니다
인문학 텍스트를 조금 심도(?)있게 읽어보신 분들은 이런 단어에 익숙하실 겁니다
억압(oppression). 지배(domination).
푸코에 익숙하신 분은, 미시권력 얘기할 때 등장하는 개념이고,
영어권 텍스트에 익숙하신 분들은 남성과 대비되는 여성, 남녀와 대비되는 성적 소수자, 백인과 대비되는 유색인종 등등
우리나라 맥락에서는 명문대에 대비되는 그렇지 않은 학교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학벌에 따른 차별 등등
뭐, 온갖 종류의 억압과 지배가 존재하고 조금 오버해서 말하면 몇 년마다 새로운 종류의 억압과 지배가 발견된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억압과 지배는 지역성을 갖기 때문에 서구권에서 제공(?)하는 리스트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가져올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어쨌든 억압과 지배가 뭘 의미하는지는 대충 감이 오실겁니다
관계 평등주의는 바로 이런 억압과 지배를 없애자는 겁니다
관계 평등주의는 흔히 민주주의와 자주 연결되곤합니다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수많은 관점들이 존재하지만, 그 중 하나는 권위의 평등(equal authority)입니다
민주주의의 핵심 이념이 뭡니까?
정치적으로 평등한 사람들이 스스로 통치하는 것. 귀족, 왕, 엘리트 등에게 나를 지배해달라고 힘을 주고 나는 그들보다 열등한 곳으로 내려가는 게 아니라, 설령 대리인을 내세울지언정, 여전히 최종결정권은 전체 시민이 갖는다는 거죠.
이런 정치적 평등을 이해하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내가 던지는 1표는 네가 던지는 1표와 같은 힘을 갖는다는거죠
나는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되었어도, 엘리트인 너와 내가 던지는 표는 같은 힘을 갖는다 이런거요
숙의민주주의의 맥락으로 오면, 단순히 표의 동등한 힘만을 의미하지 않고, 토론장에서 내 관점과 너의 관점은 동등한 힘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죠
나의 이익과 너의 이익, 나의 의견과 너의 의견, 나의 요구와 너의 요구 등등, 이렇게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나'와 '너'는 같은 권위를 갖기 때문에, 민주주의 속의 우리는 어느 누구도 다른 누구로 하여금 '내 말에 복종해!'라고 말할 수 없다는겁니다
가령, 내가 엘리트기 때문에, 너는 내 말에 무조건 복종해! 이런 게 잘못됐다고 보는 거죠
이게 권위의 평등의 핵심 생각이고, 관계 평등주의의 한 갈래가 바로 억압과 지배를 '권위의 평등'과 연결시켜서 이해하는거죠
즉, 너와 나의 관계가 평등하다는 것은 내가 하는 말, 내 이익, 내 믿음, 내 신념, 내 관점 등이 너의 그것들과 동등한 규범적 힘을 갖는다!
이걸 의미한다는거죠
** 참고로 평등주의는 이것들만 있는 게 아니라 훨씬 더 많이 있습니다 단지 제가 하나한 설명하기엔 지식이 부족할 뿐...그리고 심지어 여기 설명한 것도 매우 기초적이고 단편적인 것만 적어놓은 것인데다가 민주주의와 연결지은 부분 말고는 거의 저의 석사시절 지식이라...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다양성에서는 다르다는 것을 받아드리는데, 평등에서는 다르면 차이가 발생하고, 차이가 발생하면 평등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극복하려는 시도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근데 말씀하신 문화, 국가, 선입견 같은 건 약간 복잡한 문제 될 수도 있겠죠
왜냐면, 기회 평등은 흔히 말하는 분배적 정의의 일부로 이해되는데요, 분배적 정의란 간단히 말해서, '좋은 것들' (goods)을 정의롭게 분배하는 것에 대한 거죠
goods에는 정말 다양한 게 들어가는데요, 흔히 말하는 재산, 소득, 취업 기회 등등이 대표적이죠
근데 문제는, 흔히 말하는 자존감(self-respect) 같이 감정적인 부분들은 과연 분배가능한 것인가 라는 물음이죠
자존감은 우리가 살아가는데에 중요하죠, 내가 아무리 기회평등주의의 혜택을 받아서 먹고살 수 있어도, 내가 계속해서 누군가보다 열등한 존재로만 살아야한다면, 나는 과연 평등한 상태에 있는가 물어야겠죠
근데 자존감이 분배적 정의의 대상이 아니라면, 과연 이렇게 '정의'와 관련되지만 '분배'의 대상이 아니므로 정의의 문제에서 고려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냐하는 문제가 생기는거죠
이렇게 '돈'과 대비적으로, '자존감' 같이 명시적으로 분배할 수 없는 '좋은 것'들과 깊은 연관이 있는게 언급하신, 문화, 국가, 선입견 같은거죠
그럼 이에 관한 어떤 대답들이 있냐
1) 문화
: Kymlicka가 대표적인데요,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는 간단히 말해, 분배적 정의+문화적 평등입니다
분배적 정의가 이뤄졌어도 (기회의 평등이 이뤄졌어도), 문화에 대한 불평등한 처우가 존재한다면 그건 정의로운 상태가 아니라는거죠
가령, 본문에서 예로 든 것처럼, 스페니쉬 화자가 인구의 10%가 넘는데, 영어로만 복지혜택을 안내하거나 하는 건, 간단히 말해 라틴계 이민자들의 문화를 무시하는거고, 이로 인해 설령 제도가 평등해도, 이들은 문화적 차별로 인해 자신들이 누려야할 것들을 누리지 못하게 되는 부정의한 상황에 처하게 되겠죠
2) 국가
: 이건 좀 애매하지만, 국가를 그냥 nation으로 이해하면 (nation-state가 아니라: 가령, 인디언들은 nation이지만 nation-state는 아니죠), 국제적 문제가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여전히 문제가 되겠죠
가령, 인디언들은 nation으로 이해되지만, nation-state가 아니므로 국내적 문제일텐데, 이들이 과연 다른 백인 nation과 어떻게 동등한 위치를 가질 수 있느냐
이것 또한 제 생각엔 다문화주의로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참고로 nation은 그냥 쉽게 풀면, pre-political community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3) 편견
: 이건 relational egalitarianism으로 이해하는 게 가장 쉬울 것 같습니다
편견은 당연히 분배적 정의의 대상이 아니겠죠
롤즈 같은 경우는 자존감 같은 문제를 분배적 정의가 이뤄지면 따라올 것이라 기대했으니, 편견 같은 것도 분배적 정의가 이뤄지면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여튼, 편견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그 관계가 평등하다는 것이 편견이 없다는 걸 함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령, 우리가 학벌 평등사회라면, 내가 굳이 A라는 명문대를 나왔어도, B라는 명문대가 아닌 학교를 나온 다른 사람에게 편견을 갖지 않겠죠
편견 또한 궁극적으로는 지배와 억압으로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관계적 평등으로 이해하는 게 제일 좋지 않나 싶네요
** 근데 적고나서 생각해보니, 만약 문화, 국가, 편견 같은게, 가령 우리나라 맥락에서 조선족이나 동남아 이민자나 서남아 이민자/노동자 등에 대한 얘기를 염두에 두고 하신거라면, 제 생각엔 일단 두 층위로 나눠서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1) 사실
: 어떤 집단 X가 사회의 나쁜 행위인 P를 하는 경향이 있다 (비록 전체적으로 보면 소수여도, 그 집단 내에서 그런 문화/경향이 있다)
2) 평가 기준
: 그 집단 X는 열등하다, 약자니까 언제든 다수인 우리가 쥐고 흔들고 쫓아내는 걸로 위협해서 우리의 명령에 따르도록 할 수 있다
여기서 불평등이 발생할 부분은 1이 아니라 2겠죠
그 집단이 진짜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있거나, 아니면 주류 문화와 갈등을 계속해서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는 건 사실일 수 있겠죠
이건 사실 우리나라는 양반일 정도로, 유럽애들은 무슬림 문화에 학을 떼는 수준이니까 그쪽이 선배(?)긴 하지만요
근데 '그러므로 나는 너희를 열등한 존재로 취급해도 돼'는 별개의 문제죠
이때부터는 차별의 문제가 되겠죠
만약 똑같은 행위를 내가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오히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집단이 행했을 때도 과연 나는 똑같이 그들을 차별하고 억압하려 할 것인가, 아니면 궁극적으로는 똑같이 행동하더라도, 1차적 반응은 '설마 쟤네가 그러겠어' 같은 식으로 갈 것인가, 물어볼 필요가 있겠죠
술을 조금마셔서 댓글이 조금 두서가 없네요, 정신 말짱할 때 한번 수정하겠습니다.
1) 자연적 불평등
: 타고난 재능, 신체적 특징 등등
-> 우리가 흔히 '차이'라고 부르는 것들
2) 도덕적 불평등
: 특정한 사회적/공동체적 맥락에서 어떤 것은 우월한 것으로, 어떤 것은 열등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생기는 불평등
여기서 보통 '평등'을 얘기할 땐 1번이 아니라 2번을 갖고 얘기하곤하죠
인간이 서로 다르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 차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는게 평등주의라고 보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ㅎㅎ
개인적으로 이상적인 상태를 알고나서 현실에 적용 할 수 있게 수정/타협하는데 평등은 이런 접근이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떠한 형태든지 평등주의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다 하더라도, 고민거리가 또 있습니다. 평등의 잣대는 누가 어떤 근거로 하느냐 입니다. 기본소득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 지더라도 그 액수에 때문에 또다시 논쟁과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듯이요. 최저임금처럼.
이런 저런 잡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해답은 못찾고 있는데요.
1. 존댓말 사용은 사회적 평등에 위배되는가 위배되지 않는가.
2. 호봉제가 평등한가 업적에 대한 평가에 기반한 연봉제가 평등한가. 구성원의 합의에 기반한 객관적인 평가는 또한 가능한가?
3. 평등주의는 철저히 경쟁에 의해 돌아가는 자본주의와 충돌하지 않고 조화될 수 있는가? 아니면 진정한 평등주의를 위해서 궁극적으로 자본주의를 포기해야만 하는가? 만약에 자본주의를 포기한다면 국지적 차원으로도 가능한가 아니면 전 인류적 차원이어야만 하나?
혹시 관련해서 추천해 주실만한 책이 있으면 댓글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근데 전 그쪽을 잘 모르기 때문에...
21세기 정치철학을 잘 설명한 한국어책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20세기 정치철학을 잘 설명한 책은 킴리카(Kymlicka)가 쓴 현대정치철학의 이해 추천드립니다 매우 기초적이면서 필수적인 지식들을 다 설명해놔서 이것만 몇 번 읽어도 20세기 정치철학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