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피커 자작을 생각하면 일단 멋진 스피커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입니다. 세상에 멋진 스피커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 여러가지 스피커들을 생각하면서 정말 아름다운, 작품같은 스피커를 하나 만들 수도 있겠다 싶어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위 스피커들은 조금쯤 독특하거나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스피커들입니다. 저중에는 몇천 달러 안하는 모델도 있지만 몇만 달러이거나 몇십만 달러인 모델도 있습니다. 스피커 자작을 한다고 생각하면 뭔가 그런 멋들어진, 아름다움에 매료될 수 있는 그런 스피커를 만들면 좋지 않나 싶어질 수 있습니다.
인클로저 제작이라는 난점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것은 스피커 인클로저 제작이라는 난관입니다. 실로 난관입니다. 목공 취미를 가진 분이 얼마나 되실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몇가지 전동공구를 다뤄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입니다. 물론 그래봐야 루터/트리머를 다루는 일과 테이블 쏘를 조작하는 일과 그리고 샌딩기를 돌리는 것 밖에는 없기도 합니다. 뭐 때론 그라인더에 목공용 특수날을 사용하기도 합니다만 종류 자체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루터나 테이블 쏘나 그라인더나 위험한 전동공구이기 때문에 잘 다뤄야 하는 것임과 동시에 하다보면 얻게 되는 상당한 노하우도 존재합니다. 노하우가 존재한다는 건 생각처럼 안되는 일이 발생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실 스피커를 만들면서 하게 되는 목공의 스킬은 일반적인 가구 제작의 스킬과 좀 다르기도 합니다. 스피커 턱가공만 해도 그렇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유닛이 장착될 부분이 다른 부분에 비해 약간 파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유닛의 가스켓이 인클로저 위로 올라오지 않고 인클로저와 딱 맞아떨어지도록 만들기 위해서 실행하는 가공입니다. 똑바로 만든 스피커라면 이런 종류의 턱가공이 무조건 되어 있고 거기에 스피커 유닛을 장착시킵니다. 약간 고가의 스피커들 중 그렇지 않게 만든 경우도 있지만 솔직히 기본을 안지킨 것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턱가공을 하기 위해서는 역시 트리머/루터가 사용됩니다. 그러면서 지그도 만들게 됩니다. 우리말로 치공구죠. 실제 가공을 하는 공구는 아니지만 가공 대상을 고정시키거나 가공이 이루어지는 방식, 범위 등을 고정해주는 역학을 하는 것들을 치공구라 합니다. 보통 지그라고 하죠. 웃긴게 이 턱가공을 위한 치공구 같은게 시중에 파는 것이 별로 없고 있어도 범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턱가공은 당연히 스피커 가스켓의 지름에 맞춰서 해야 하는데 그렇게 1밀리 이하까지 잘 설정해서 가공할만한 치공구를 파는게 별로 없습니다. 그러면 다음 수순은 이에 사용되는 치공구를 직접 만드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지그를 팔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 지그의 경우에도 고정시키는 부분과 루터 비트가 지나가는 부분이 많이 가까워지지 못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트위터의 턱가공이 불가능한 경우도 꽤 있습니다. 몇몇 트위터의 경우 개스캣의 직경이 불과 50 밀리 조금 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 위의 지그를 사봤자 쓸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자신이 사용하는 전동공구에 맞춰서 그리고 사용할 용도에 맞춰서 몇개의 지그를 만들게 마련입니다. 저는 투명하게 만드는게 작업할 때 용이하기 때문에 투명 아크릴로 만드는 편입니다. 물론 제도만 해서 아크릴 판매하는 곳에 넘기면 레이저 가공해서 보내줍니다.
이 경우에 꼼수를 쓰기도 합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면 턱가공이 두군데 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러면 턱가공이 필요없는 홀 가공이 된 형태로 가령 18T 목재를 CNC 재단하고, 턱 높이에 맞춰 홀을 뚫은 4T 짜리 목재를 CNC 재단합니다. 그렇게 한 다음 두 목재판을 접합시키면 턱가공이 된 모습으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일종의 꼼수죠. 다만 이 경우에는 턱 높이에 해당되는 두께의 목재가 존재해야 합니다. 흔히 사용하는 MDF는 매우 여러가지 두께가 있지만 다른 목재인 경우에는 두께가 다양하지 못해서 이 꼼수가 적용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사실 턱가공이라는 매우 당연하면서 또 뻔한 작업에도 이렇게 생각처럼 쉽지 않은 측면이 존재하고 꼼수를 쓰기도 하고 꼼수에 따라서는 목재의 선택이 달라지기도 하는 것이 스피커 인클로저 제작입니다. 사실 가장 위의 사진에서 보여지는 저 대단하고 아름다운 스피커들은 스피커 제조사들이 오랜 기간 목공을 해오면서 스피커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꾸준히 쌓아온 결과입니다. 그걸 한번에 따라잡아서 손쉽게 만들어낸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일종의 내공이 쌓여야 하는 일입니다.

이런 꼼수들 중에서는 적층이라는 방식도 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면 동일한 모양으로 여러개를 CNC 가공해서 파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동일하게 만들어진 것들을 층층히 접합하게 되면 나름 그럴듯한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상당히 용이하기도 합니다. 위의 사진과 같이 측면과 후면에 곡선이 많은 스피커를 적층이 아닌 방식으로 만들고자 하면 테이블 쏘를 통해 목재의 접합면을 정밀하게 각도를 줘서 절단하는 작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수준의 카빙과 샌딩이 행해져야 합니다. 그런데 저렇게 적층으로 만들게 되면 말 그대로 뚝딱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렇게 만드는 과정에서는 목재도 많이 소모되고 CNC 가공비도 상당히 들어갑니다. 정말 비싼 유닛을 박아서 정말 공들여 만들 작정이 아니라면 인클로저의 순수 비용만해도 너무 많이 듭니다.
마감의 문제
인클로저 제작에 있어서 또 하나의 문제점은 마감입니다. 아무리 멋진 모양으로 만들어놨다고 해도 MDF의 싸구려 재질이 그대로 드러나서는 스피커를 만드는 보람이 없을 겁니다. 보통 인클로저의 마감은 두가지로 크게 나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무늬목이나 시트지를 이용해 겉에 무언가를 붙이는 방식입니다. 무늬목은 대패밥처럼 목재를 아주 얇게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이걸 MDF 위에 붙이면 일반 원목으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아래 사진 왼쪽이 무뇌목들입니다. 시트지보다는 훨씬 나은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그냥 원목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그 재질이나 결방향 등을 잘 고려해서 만든다면 말 그대로 원목이기 때문에 특별한 마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자작하는 사람들이 원목을 많이 쓰는 것이 이 이유 때문입니다.
원목은 딱히 다른 물건을 위에 입힐 필요가 없어서 단순하지만 무늬목을 붙이려고 한다면 당연히 여기에도 노하우가 존재합니다. 무늬목을 약간 적셔놓고 조금 기다려야 한다던가 붙일 표면에 목공 본드를 잘 발라놓고 꾸덕해지게 조금 기다려줘야 한다던가 하는 부분들이 존재합니다. 그렇게 잘 붙였다 싶어도 어느 부분에 풀이 좀 많거나 혹은 적어서 보기에 썩 좋지 않게 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합니다. 그러면 붙인 무늬목을 샌딩으로 다 제거해주고 새로 붙여야 하는데 참 만만치 않은 작업이죠.

마감은 이것만 문제가 아닙니다. 저도 그랬고 보통 스피커 자작하시는 분들이 흔히 원하는 것은 고광택 마감 흔히 피아노 마감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위 사진 오른쪽이 바로 그 하이 글로시, 고광택, 피아노 마감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윤이 나다못해 거울처럼 비쳐보이는 수준이 되죠. 그런 것을 꿈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또 후끼 작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무턱대고 MDF 위에 후끼를 해서는 저럼 모습이 나오지 않습니다. 목재는 어떤 목재가 됐든 그 자체에 미세한 구멍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쇠나 플라스틱 같은 재질에 후끼를 하는 것과는 또 차원이 다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원목(자작합판, 각종 집성목 등)으로 만드는 편이고 간혹 MDF로 짜게 되는 경우 무늬목을 붙입니다. 이렇게 하는게 마감이 좀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나무의 재질을 외부로 드러나게 해주면 최종마감은 스테인 2~3회, 바니쉬 2~3회를 하게 됩니다. 뭐 사실 이 부분에서도 그냥 그렇게 칠하면 되는게 아닙니다. 앞에서 말한대로 어떤 목재가 됐든 미세한 공간이 존재하고 미세한 보풀이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처음 스테인 하도를 입히고 나면 눈으로는 안보이지만 손으로 만져보면 까슬까슬한 느낌이 남습니다. 이 경우 고운 사포로 아주 살짝 문질러 주고 다음 과정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런 부분에조차 노하우가 존재합니다. 물론 목재들의 접합 후 샌딩작업은 필수입니다. 샌딩도 100~200방 정도로 한번 해준 다음 300방 정도로 한번 더 해줘야 하고 600방 정도로 넘어가야 합니다. 이것도 과정을 그대로 거쳐야 합니다. 실로 반복 노가다 작업이죠.
알고보면 스피커 인클로저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그저 직육면체 박스에 구멍 뚫어 유닛을 장착해도 됩니다. 사실 시중에 판매되는 스피커들 중 대부분이 그것과 별 차이도 안납니다. 그리고 통상 그렇게 뻔하고 단순해 보이는 것들을 실행해보면 밑도 끝도 없는 노하우가 튀어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상보다 잘 안된다던가 생각보다 다른 측면이 있다던가 하는 것들이 수두룩하다는 거죠. 사실 그게 인클로저 제작의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물론 목공을 많이 해온 분이라면 여러가지에서 장점이 있지만 목수가 본업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작업에 익숙할 수는 없죠. 어떤 모양으로 어떤 구조로 만들 것이냐 하는걸 고민하고 구상하는 과정부터 인클로저 제작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인클로저 제작을 위한 여건과 고민
사실 인클로저를 제작한다는 고됨과 전동공구를 사용해야 하는 위험성이나 숙련도의 필요 그리고 마감의 노하우 등등 상당한 문제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인클로저 제작의 진짜 문제는 그 여건에 있습니다. 인클로저는 제작할 때는 말 그대로 목공소와 같은 환경이 되게 마련입니다. 엄청난 소음과 분진이 발생된다는 뜻입니다. 분진의 경우에는 패스툴의 흡기 시스템 같은 것을 도입하면 좋지만 비용이 절대 만만치 않습니다. 보통은 목공용 전동공구에 산업용 진공청소기를 연결해서 사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돈을 쓴다고 해도 분진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거기다 소음은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냥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초당 몇천 회전에서 만회전하는 전동공구를 가지고 목재를 깍아나가는 등의 행위를 하는데 조용하게 일이 처리될리가 없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목공소와 같은 정도의 소음이 발생합니다. 결국 별도의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조건이 따라붙습니다.
이런 문제를 아는 목공소에서 한다던가 목공방에 수강을 끊어서 해결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목공을 할만한 공간이 있어서 거기서 목공을 합니다만 아무튼 별도의 공간이 따로 필요하다는 것은 스피커 인클로저 제작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고 어려움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목공 잘하고 별별 기술과 노하우가 다 있어도 공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손도 대볼 수 없는 것이 인클로저 제작입니다. 밀집된 환경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주거 여건은 정말 쥐약이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 목공 파트, 인클로저 제작 파트는 다른 방법을 쓰려고도 합니다. 가장 흔한게 전문 목공방에 주문하는 겁니다. 간혹 스피커 제작 커뮤니티에서는 어느 목공방과 손잡고 특정 인클로저를 공동구매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가 비교적 싼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남들과 다함께 인클로저를 공동구매한다는건 스피커 자작의 의미를 많이 퇴색시킵니다. 그럴거면 기존에 나와 있는 스피커를 사는 것과 얼마나 다르냐 싶어지는 거죠.
자신만의 인클로저를 구상하고 계획해서 목공방에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직육면체 모양의 평이한 물건이 아니라면 가격이 매우 비싸지는 경우가 태반이고 때로는 그런 모양새로는 만들어줄 수 없다는 답을 듣기도 합니다. 참 애매한 장면이죠. 흔한 그 모양새로 만든다면 뭐하러 인클로저를 따로 제작하는 건지 이해가 안가는데, 독특한 모양새를 만들고자 하면 지나치게 큰 비용이 지출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이 인클로저 문제에서는 확실히 고민이 많이들 생깁니다. 인클로저를 직접 만들기 위해서는 목공 기술과 노하우와 그리고 약간의 손재주(정말 약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게 점차 쌓여간다고 하더라도 그 공간이 없으면 애당초 시작할 수도 없는 일이 인클로저 제작입니다. 그런데 전문 업체에 인클로저를 구상해서 주문한다고 하면 일단 비용이 크게 들 뿐만 아니라 그게 '자작'이라는 의미도 엄청나게 퇴색시키기 때문입니다. 스피커에서 인클로저를 자기 마음대로 구상하고 제작하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네트워크 튜닝 이외에 없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스피커를 자작하는데는 세단계 혹은 세 부분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스피커를 구상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클로저를 제작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네트워크 튜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클로저를 직접 제작하지 않는다면 애당초의 스피커 구상에서도 제약이 많이 생길 뿐만 아니라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스스로 하는 부분이 네트워크 튜닝 뿐이라는 불완전함이 생깁니다. 그래서 많이 고민하게 되는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인클로저를 직접 만들거냐 아니면 업체에 주문할 것이냐 말입니다.
다음 편은 네트워크 튜닝 관련입니다.
정말 바보짓이죠..
보통은 비싼게 괜히 비싼게 아닙니다
결국 없어진 SEG라는 스피커가있습니다
저는 MDF+무늬목을 즐겨하다가 최근엔 피아노 광택을 적용하는데 본문에 언급하신 이유 등으로 개인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 수준으로 완성도를 높이긴 상당히 어렵더군요. 자작 적층은 CNC 가공도 번거롭지만 본딩된 면이 1,2년후 변형되는 것이 생각보다 크고 음향적으로도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해 잘 선호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선호하는 분들은 엄청 좋아하시죠..
인클로져 제작의 어려움 중 주로 목공 기술/외양과 관련된 부분을 많이 설명해 주셨는데, 음향과 관련된 부분으로 말을 보탠다면 인클로져는 설계에서 발생한 오류나 시행착오를 만회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 있죠. 적정 체적의 변경이나 진동 제어, 재질 변경이나 형상의 수정 등등 최종 음질 튜닝 단계에서 네트워크/유닛 만으로는 해결이 안되고 인클로져에서 담당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유닛이나 네트워크는 교체나 변경이 그나마 쉬운 편이지만 인클로져는 이게 매우 힘들죠. 다 만들어놓고 보니 진동을 잡기 위해 내부 보강목이 추가로 필요한데 이미 접착이 끝나서 유닛 홀만으로는 내부에 작업이 불가능하다든지, 체적이 과다하면 다른 물건을 넣을 수 있지만 부족한 경우엔 늘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경우도 있고, 유닛 궁합이 안맞아서 유닛을 교체하려 보니 직경이 다르다는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