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쯤 전에 자칭 게 마니아라는 형님과 홍게를 사다가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 형님은 가게에서 해주는 게 손질이 맘에 안든다고
직접 가위를 들고 손질을 하더라고요.
오!! 근데 그날 진짜 맛있었습니다.
게 다릿살이야 뭐 항상 먹던 그 맛이지만
게살에 내장이 잔뜩 붙어 있는 부분을
간장 게장 흡입하듯이 베어물고 쭉 빨아먹으면
고소하고 녹진하고 크리미한 맛이~!!!
그날부터 게에 맛이 들려서 홍게다 대게다 몇번 찾아 먹었는데
그 형님이 없어서 그런지 안타깝게도 그 맛이 다시 안나더라고요.
머릿속 미화였나보다라고 생각하다가
몇년 뒤에 그 크리미한 게 내장맛을 내는 가게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그냥 그 집이 잘하는 집인가보지 하면서 몇년을 다녔는데,
엊그제 문득 집히는 부분이 있어서 먹은 사진을 찾아보고는
손질의 비밀을 알게되었습니다!!

좌측 사진은 홍게와 대게가 섞인 접시이고요,
우측 사진은 홍게 두마리 접시입니다.
손질 차이점이 보이십니까?
좌측엔 우선 게딱지가 있고요,
몸통 속살은 게 다리로 연결되는 관절부분 밖에 없습니다.
게내장은 아마 게 딱지에 담겨진 것 같아요.
근데 우측 접시는 어떻습니까?

관절 부분 외에도 내장이 가득 찬 살덩어리가 보이지요?
여기가 바로 게 맛의 핵심입니다.
방송 같은데 보면 굳이 게다리살을
게딱지에 있는 장에 찍어먹고 하던데
저는 그렇게 먹어봐야 별로 내장 맛도 안느껴지고 뭐..
게가 막 쪄서 나와서 뜨끈할 때,
저 내장부위를 입에 물고 쭉 짜내는게 진짜 별미입니다.
아..이 비싼 게를 이 허름한 식당에서 먹어도 돈이 아깝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겁니다.
동해바다에 놀러가서 홍게(붉은대게) 맛집 검색할때
후기에 나온 사진을 보고 어떻게 손질되어 나오는지 확인하세요.
일단 저는 정해놓고 가는 가게가 있긴 하지만,
혹시 새로운 가게를 찾게되면
꼭 내장-살 부분이 있는 곳으로 갈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꿀팁..
내장부분은 입으로 쭉 빨아서 먹는게 맛있고요,
관절부분은 격막 같은걸로 안이 나눠져 있어서
입으로 빨아봐야 나오는 것도 없고 귀찮기만 합니다.
관절은 게살포크를 이용해서 격막 사이사이를 결대로 긁어 내리면
흰살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숟가락에 얹어도 먹고 몇개는 남겨뒀다가
게내장볶음밥에 얹어서 드세요!!
주의 1 :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게딱지가 있는 편을 선호하는 분들도 많으실겁니다.
주의 2 : 대게나 킹크랩은 이런식으로 손질된 것을 먹어 본 적이 없어서 더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주의 3 : 여름철이 딱 홍게 금어기입니다. 조만간에 드시게 된다면 꼭 금어기를 확인하셔요.
갑각류 살인마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