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스피커를 아느냐'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약간 겉멋부린 것이거나 혹은 조금 어글을 끌어보려는 의도일 뿐입니다. 스피커가 뭔지는 다들 알죠. 스피커 하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게 모두 있을텐데 그게 바로 스피커입니다. 물론 그게 이른바 '스피커'의 어떤 정의에 걸맞는 것이냐는 다르겠지만 어쨋든 그게 스피커 맞습니다. 이 글은 스피커의 원리적 측면을 살펴보는 내용이 될 것입니다.
스피커는 전기신호를 소리신호로 바꾸는 모든 기기를 의미합니다. 하이파이 스피커라던가 블루투스 스피커라던가 이어폰/헤드폰이라던가 메가폰 혹은 보청기 같은 것이 모두 스피커에 해당합니다. 모두가 전기신호를 소리신호로 바꾸는 물건이기 때문이죠. 그러면 대체 어떻게 전기신호를 변환해서 소리신호로 만들어내는가. 그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소리란 무엇인가
소리는 파동이며 공기의 밀도 변화가 전파되는 것입니다. 모두 아는 바와 같이 공기는 질소, 산소, 수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분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별다른 변화나 힘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이 공기분자들은 일정한 밀도로 퍼져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밀도를 한곳에서 빠르게 변화시키게 되면 그 밀도의 변화는 옆으로 옆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가령 현재 1기압의 상태라고 한다면 한곳에서 갑자기 2기압이 발생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 한곳이 막혀 있는 곳이 아니라면 그곳의 기압이 높기 때문에 주변으로 그 높은 기압을 퍼뜨리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소리의 정체입니다.
위 그림이 바로 소리를 나타낸 것입니다. 검은 점들은 모두 공기 분자들입니다. 원래는 아주 균일하게 퍼져 있었을텐데 위의 그림에서 보면 밀도가 높은 곳도 있고 낮은 곳도 있습니다. 이것은 소리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한 부분을 정지시킨다는 상상으로 그려진 것입니다. 위에 보이는 밀도가 높은 부분이나 낮은 부분이나 처음 발생된 곳으로부터 먼곳으로 전파됩니다. 그리고 그게 소리의 전파입니다.
이런 소리라는 것은 위 그림과는 다르게 아주 미약한 것에 속합니다. 위 그림에서 보면 공기 분자가 빽빽하게 모여 있는 곳도 있고 아주 성기게 모여 있는 곳도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저 그림처럼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차이가 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겁니다. 가령 100 데시벨이라고 하면 아주 큰 소리입니다. 100 데시벨 소리가 나도록 오디오 틀고 있으면 아파트 위층 아래층에서 전부 소음 신고합니다. 그렇게 큰 소리인 100 데시벨은 대략 2,000 파스칼 정도의 압력 변화에 의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표에서 활동하는 우리 주변의 통상적인 기압은 얼마나 될까요? 1기압이죠. 그리고 1기압은 대략 100,000 파스칼 정도 됩니다. 즉 우리는 10만 파스칼의 압력이 작용되는 공기 밀도 속에 살고 있는 것이며 그 속에서 98,000~102,000 파스칼로 변화하는 아주 미미한 차이를 100 데시벨이라고 부르고 귀아프다고 하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귀는 대단합니다.
어떻게 소리를 만드는가
소리를 만드는 것은 사실 원리상은 단순합니다. 그냥 진동판을 앞뒤로 빠르게 움직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아래의 이미지는 바로 그런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피커의 진동판 부분이 전후로 떨고 있죠. 이렇게 앞으로 뒤로 움직이기만 하면 소리가 납니다. 이유도 매우 단순하죠. 만약 진동판이 앞으로 빠르게 나온다고 합시다. 그러면 진동판 앞의 공기는 순간적으로 찌부러들 것입니다. 그러면 공기의 밀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동판이 뒤로 빠르게 후퇴합니다. 그러면 진동판 앞의 공기는 밀도가 갑자기 줄어들게 되겠죠. 그걸 반복하게 되면 공기의 밀도가 높고 낮고를 반복하게 되고 이는 주변으로 퍼져나갑니다.
물론 진동판이 앞으로 천천히 나오고 천천히 들어가게 된다면 별 소리를 만들 수 없습니다. 진동판 앞의 공기의 밀도가 높어지기 보다 그 공기 분자들이 옆으로 밀려갈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앞뒤로 빠르게 움직이면 소리가 발생하는데 초당 20번 이상이어야 사람이 귀로 감지할 수가 있습니다. 뭐 실제로는 35번 정도 이하는 음이라고 느끼기 보다 뭔가 진동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아무튼 초당 20번 반복되면 소리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진동판이 앞으로 뒤로 움직이면서 진동판 앞의 공기 밀도를 높이고 낮추는 작용을 하면서 소리가 만들어집니다. 이 원리를 생각하면 흔히 우퍼와 트위터라는 것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어느 스피커입니다. 그리고 위쪽 작아 보이는 진동판을 트위터라고 하고 아래 커 보이는 진동판을 우퍼라고 합니다. 이런 진동판들을 유닛이라고도 합니다.
트위터는 작아보인다고 했지만 실제로 작은 유닛입니다. 직경 0.5인치에서 시작해 커도 1인치 정도 밖에 안됩니다. 즉 진동판의 크기가 1인치 이하라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우퍼라는 유닛은 다들 아시다시피 몇인치 안되는 것도 있지만 10인치가 넘는 대형인 것도 있습니다. 통상 4인치에서 12인치 정도의 유닛이 흔한데 그보다 작은 유닛은 많지 않고 그보다 큰 유닛은 또 흔치 않습니다.
이렇게 트위터 유닛이 작고 우퍼 유닛이 큰 이유가 있습니다. 트위터는 작은 진동판을 가지기 때문에 빠르게 진동하는게 유리합니다. 사람이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20~20,000 헬츠인데 이 말은 곧 진동판이 앞뒤로 진동하는 횟수가 초당 20~20,000 번이라는 것입니다. 트위터라는 유닛은 초당 수천번 이상의 아주 빠른 전후운동을 위해 사용됩니다. 초당 수천번에서 만번이 넘게 진동해야 하는데 커다란 유닛이라면 그게 감당이 안됩니다.
우퍼 유닛은 크기가 큽니다. 이유는 아주 빠르게 전후운동 하는게 아니라 좀 느리게 운동하는 저음역대의 소리를 내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4인치, 7인치, 12인치 같은 유닛이 초당 1만번을 전후운동 하려고 하면 진동판 자체가 우글쭈글 변동되면서 운동하게 될 것이 뻔합니다. 그러면 소리의 질이 매우 나빠질 것입니다. 그대신 우퍼 유닛은 그 큰 진동판 때문에 저음을 제대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가령 진동판이 12인치인 우퍼 유닛이 있다고 합시다. 이 유닛이 초당 50번씩 앞뒤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면 진동판 앞부분인 700 제곱 센티미터 면적의 공기들을 짜부라트리거나 희박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1인치인 트위터가 50헬츠 소리를 재생한다고 해봅시다. 물론 1인치 유닛도 앞뒤로 초당 50번 전후운동을 하겠지만 그 크기가 작기 때문에 전면부의 공기가 짜부라지거나 희박해지기 보다는 옆으로 밀려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1인치 트위터라고 해도 수천헬츠 이상의 소리만 낼 수 잇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1천헬츠 이하의 구간으로 내려가면 소리의 크기가 급격하게 작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7인치 유닛은 수천헬츠까지만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음압 곡선을 살펴보면 7인치 유닛이 5천헬츠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고 1만헬츠까지 무난하게 높은 음압을 기록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사용하지 않고 커트 합니다. 앞에서 말한 바대로 진동판 자체가 변형되면서 소리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음질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스피커라는 물건은 전기를 받아 그것을 소리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소리를 내는 방법은 전후 운동에 의한 진동판 앞 공기의 밀도를 지속적으로 변경시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대략 1편으로 합니다. 저는 오디오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대략 20년쯤 되고 스피커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자작을 해온건 10년이 좀 넘습니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면서 새로 알게 되는 것도 있고 궁금해서 열심히 찾아본 부분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써봅니다. 스피커 따위에 관심있는 분이 얼마나 있을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대략 3부 정도까지 써서 완료할 예정입니다.
그저 감사하게 읽을 따름입니다.
스피커의 원리 꽤 궁금 했었는데 조금은 정리가 되네요.
그 다양한 소리가 진동에 따라 인간이 듣기에 쇠소리 현소리 사람소리등으로 너무 다르게 들린다는 점이 생각해보면 너무 신기합니다.
다음글이 기다려지네요.
스피커 스펙에 재생가능 주파수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HZ ~ KHZ 라는게 있던데,
HZ는 낮은 숫자일 수록, KHZ는 높은 숫자 일수록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면 되는지요?
저음부터 초고음까지 광대역을 출력해준다는 말로 광고를 하는것이죠
우스운것이 스펙상의 수치가 좋다고 꼭 만족도가 높은 건 아니다 보니 직접 듣고 결정해야 한다는게 함정입니다.
비슷한 걸로 "여친남친 폰 비밀번호"가 있지요
한발만 빠졌음에도 천만원 가까이 깨졌습니다.
처음에 "와! 좋다"에서 점점 욕구불만이 쌓여 갑니다.
그리고 그리고
한걸음 더 들어 오라고 자꾸 자꾸 속삭입니다.
견디기 힘든 유혹입니다.
언제부턴가 음악이 아닌 음질에만 집중하게 되는것 같아요 ㅠ 음악도 오래 안듣게됩니다 ㅋ
이거 어떻게 극복하죠?
생물학에서
'호르몬이 무어냐'는 설명를 '신경을 전달하는 물질'라고 하는 말과 비슷합니다.
그러면 '신경은 동물에게서 어떻게 생기고 신경의 작동 원리, 명령자는 또 무어냐'
고로 '신경 전달 물질 = 호르몬'식 설명은 좋은 해설이 아닙니다.
소리=마찰과 공기의 진동이 만들어 내는 것, 이라고 해도 '말끔히 이해되는 것도 아니고요.
일자무식한 사람이 들을 때 '오, 그렇구나' 하는 깔끔하게 이해되는 풀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와 엄청나네요
jbl 4312에 관심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해당 스피커에 대해 어떤 느낌인지 고견이 있으시면 듣고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1편 내용을 요약하자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으십니다^^
출력기준으로 사이즈에는 장사없습니다.
2편이 기다려지네요.
다음글 기대하겠습니다...^^
정독했습니다. 계속 부탁드려요.
너무 멋진 말씀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작성하시느라 넘 수고하셨어요!
설명이 쉽고 술술 읽히네요.
대단하십니다. ㅎㅎ
소리는 '공기 밀도의 변화'의 변화로 이해했는데요. 물속 에서는 정확히 전달은 안되지만 소리가 나는 곳 정도는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방향은 인지할 수 있잖아요? 물속에서 파동이 전달 되는걸까요?
물 속에서도 소리 전달 됩니다.
공기에서보다 물속에서 더 방향성있게 좁지만 빠르게 멀리까지 선명하게 전달된다고 합니다.
사람이 물 속에서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는 것도, 사람 귀가 공기에서 소리듣는데 맞추어졌기 때문이지, 공기를 통하지 않고 물에서 바로 소리 듣게 진화한 물 속 생물들은 공기에서보다 더 멀리에서 나는 아주 작은 소리도 잘 듣는다고 합니다.
https://soryro.tistory.com/164
https://blog.daum.net/bbhongdal/50
https://www.enjoyaudio.com/zbxe/index.php?mid=freeboard&document_srl=5946564
2탄 기대합니다.
너무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