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우리말 하고 수학은 미국에서 배우는 아이들 아빠입니다. 예전에 아이가 한창 마이너스 헛갈려하던 시기에 썼던 정수(integer) 모형이 있었는데(폭탄 모형이었죠), 거기에서 좀 더 다듬어진 모델 하나를 소개합니다. 이번 글은 수식이 없어서 블로그 글과 완전히 동일합니다.
정수에 대한 모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정수를 처음 배웠을 때에는 온도계를 예로 배웠던 것 같습니다. 온도계는 수직선과 가장 비슷하고, 음수라는 것도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정수의 덧셈 뺄셈을 하다보면 음수(종종 그냥 마이너스라고 부르죠)를 더하거나 빼게 되는데, 온도계나 수직선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되죠. 그냥 마이너스 두 번이면 플러스라고 연산법을 훈련하고 그대로 씁니다. 이 글에서는 빨간점 파란점 모형을 이용해 보겠습니다.
빨간 점 파란 점 모델
마이너스(빨간 점)와 플러스(파란 점)이 모여있는 덩어리를 한 번 생각해볼게요. 마이너스가 몇 개인지 플러스가 몇 개인지는 별로 관심이 없고 무엇이 얼마나 많은지에만 관심이 있어서 그것만 숫자로 표시해 놓기로 했습니다.

마이너스가 플러스보다 1개 더 많으면 -1이라고 쓰고 플러스가 마이너스보다 2개 더 많으면 2라고 씁니다. 마이너스 플러스 갯수가 같으면 0이라고 쓰면 되겠죠.
이제부터는 모든 연산이 맞아들어가게 됩니다. 한 번 볼까요?
4 - 3 = ?
(+)가 4개 더 많은데 (+) 3개 덜어내면 (+)가 이제 1개만 더 많아집니다. 그래서 1
-4 - 4 = ?
(-)가 4개 더 있는데, (+)를 4개 덜어내면 (-)가 8개 더 많겠죠. 그래서 -8
-2 - (-3) = ?
(-)가 2개 더 많은데, (-)를 3개 덜어내면, (+)가 1개 더 많은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답은 1
-1 + (-3) = ?
(-)가 1개 더 많은데 (-)를 3개 더 넣어주면 (-)가 4개 더 많겠죠. 답은 -4
다른 모형들
원자모형
빨간 점 파란점 모형과 가장 비슷한 모형입니다. 양성자(+)와 전자(-)의 갯수 차이로 전체 원자가 얼마만큼의 전하를 띄게 되는지를 모형화하는 것인데요. 양성자를 넣었다가 빼는 것이 전자에 비해 상당히 어렵다는 것과, 원자번호가 100여번에 그치는 것 때문에 필요없는 제한을 하게 되니 쓰기가 까다롭습니다. 이 모형에서 (+)와 (-)의 갯수 차이에만 주목해서 그것만 가져온 모형이 빨간점 파란점 모형입니다.
자산/부채 모형
(-)를 부채로 보는 것은 전통적인 시각이지요. 그런데 자산 부채 모형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알짜 자산(net worth)로 볼 것인가 계좌 잔액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서 해석이 확확 바뀌거든요. 예를 들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알짜 자산은 변동이 없고, 계좌 잔액은 오히려 늘어납니다. 신용카드를 쓰면 부채가 늘어서 알짜 재산은 줄어드는데, 계좌잔액은 한동안 변동이 없죠. 재무 모형에서는 빚을 내든 대출을 받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지출을 하면 줄고, 돈을 벌면 늘게 됩니다. (-)를 빼는 것은 지출이 취소되었을 때에만 가능한데, 100 - (-20) 를 설명하기 위해 100만원 있는 상황에서 옛날 어느 시절에 샀던 물건 20만원어치를 환불해서 가진 돈이 120만원이 되었다고 설명하는 것이 여간 어색한 게 아니죠.
유리수, 실수 범위에서의 (+) (-) 모형
빨간 (유성)잉크, 파란(수성)잉크 모형으로 쓰시면 됩니다. 유성/수성 잉크로 가정하는 것은 아이가 두 잉크가 섞이면 어떻게 하냐 등으로 계산과 상관없는 제약사항을 떠올리기 시작하면 그 때 그 가정을 덧붙여 주시면 됩니다. 끝.
업데이트: 많은 분들이 댓글에서 수직선을 언급해주셨는데, 수직선 모델이 참 좋은 모델입니다. 그래서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것이고요. 다만 마이너스를 빼는 것과 마이너스를 더하는 것을 수직선에서 이해하려면, 플러스가 원래 방향(오른쪽)이고 마이너스는 방향을 뒤집는다라던가 마이너스는 마이너스를 취소하는 힘이 있다 등의 말로 풀어야 하는데, 처음 들으면 뜬금없는 면이 있어요. 그래서 그 개념을 익히는 데에만 빨간점파란점 모델이나 원자 모델을 사용합니다. 익숙해지고 난 다음에는 다시 수직선으로 돌아가 주어야 나중에 부등호를 수직선으로 나타낸다거나, 2차원 그래프를 그릴 때 별다른 이질감없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가끔 아이가 물어보면 당연한거라 설명하기 어려울때가 있는데, 이런식으로 설명하면 도움이 되겠네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나쁜사람(-)에게 벌주는건(-) +,
착한사람 벌주는건 -,
나쁜사람 상주는건 -
ㅎㅎㅎㅎ 웃자고 써봅니다.
문과입니다...엉엉...
자산/부채모형이라는 게 회계학적인 개념을 그대로 빌려온 것인지 그냥 비슷한 용어와 개념으로 설명하신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뭐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회계적으로 자산=부채+자본, 자본=자산-부채를 통해 해당 개념을 설명하기에는 부채의 감소를 '빚을 탕감 받았다(표현은 좀 더 쉽게 바꿔야겠죠)' 정도로 설명하는 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철수한테 돈을 500원 빌려와서 돈이 1000원 있는 상황에서 돈 갚을 생각하면 실제로 내가 맘껏 쓸 수 있는 돈은 500원 밖에 없는 상황인데, 철수가 기분이 좋아져서 혹은 내기에서 철수에게 이겨서, 철수의 부탁을 들어줘서 등등의 이유로, 철수가 200원은 안갚아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 700원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와 같은 예시를 사용하면 어떨까요. (자산을 현금으로만 한정해서 생각한다고 해도 물건을 환불 받아 현금을 돌려받는 건, 자산의 증가(즉 양수의 증가)이지 부채의 감소(즉 음수의 감소)는 아니기 때문에 혼동스럽지 않을까요?)
철수랑 내기하는 게 저는 신선하게 보이네요. 돈내기는 아이들한테 이야기하기가 좀 그러니, 예로 들어주신 것 처럼 부탁을 들어주었는데 돈은 나중에 주기로 한 상황으로 하면, 그 모델로 다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