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x5라고도 불리는 30% 키보드에 최적화된, 어고노믹 (인체공학) 레이아웃 중 유명한 miryoku 배열을 소개해 봅니다.
여기서 배열은 꼭 물리적인 배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키와 레이어의 할당과 관련된 소프트웨어적인 배열을 의미합니다.
자세한 철학과 구현은 https://github.com/manna-harbour/miryoku 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일단 기본 구조는 알파열 30개에 엄지열 6개를 활용합니다. 이런 배열이 나온 이유는
1. 엄지와 검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은 기준열 (home row)에서 위아래로 딱 한 칸만 움직임
2. 검지는 예외적으로 안쪽 한 칸을 더 움직일 수 있지만 colemak 등 변칙 배열을 통해 안쪽 열의 사용을 최소화
3. 엄지는 가운데 기준 위치에서 양쪽으로 한 칸씩만 움직임
4. 모디/레이어키는 대칭적으로 위치하고 알파키와 조합되어 사용될 때는 무조건 반대손을 활용
5. 간단한 키 조합으로 외우기 쉽고 활용성 극대화
결국 손가락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손의 뒤틀림을 방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2번은 사실 일반적인 쿼티 열을 사용해도 큰 차이가 없어서 저는 익숙한 쿼티를 사용합니다.
엄지 배열에는 알파열만큼이나 자주 쓰이는 스페이스, 백스페이스 등이 위치합니다.
물론 물리적인 키가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레이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 배열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그 레이어 활용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어 실제 활용에 큰 무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모든 숫자키와 특문은 좌측 배열에 숫자패드처럼 3x3 형식으로 포진해 있습니다.
애초에 일반 배열에서는 돌기로 구분이 되는 f와 j에서 숫자열이 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정석적인 터치타이핑이 힘듭니다.
따라서 조금만 이 배열을 익히면 오히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특수키들에 접근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숫자키에 한해서 레이어키를 하나 눌러야 하는 희생이 있지만 그 레이어키가 바로 엄지 홈 위치라서 큰 문제는 아닙니다.
상당히 자주 쓰이는 ()같은 괄호키가 일반 배열에서 얼마나 누르기 힘들게 위치했는지 생각해보면 수긍이 됩니다.
이 배열에서 가장 핵심은 사실 이런 일반적인 레이어의 활용이 아니라 Tap-Mod라는 기능입니다.
모드는 쉬프트 컨트롤 같은 모디파이어를 의미하고 일반적인 40% 3x6배열은 양쪽 새끼에 모디행이 하나 더 존재합니다.
문제는 이런 모디키들을 새끼로 누르는 동작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소지에 큰 무리가 갑니다.
탭-모드는 알파키와 모디키를 누를 때 서로 다른 두 가지 동작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하나의 키가 두 가지 역할을 하게 합니다.
간단하게는 가령 캡스락 키를 꾹 누르면 컨트롤 모디로 동작하고, 빠르게 눌렀다 떼면 원래대로 캡스락 키로 동작하게 합니다.
꾹 누르는 것과 누르고 떼는 시간을 잘만 구분해주면 이 두 가지가 혼동될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사실 위에서 말한 엄지키들도 꾹 누르면 레이어키로 동작하도록 이 기능이 사용되었지요.
miryoku 배열은 이 기능을 아주 적극적으로 적용합니다. 바로 알파열에요.
이걸 일반적으로 home row mod라고 부릅니다. 모디키들을 기준열에 중첩시켜서 위치시키는 일반적인 방법론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https://precondition.github.io/home-row-mods 를 정독해보시기 바랍니다.
즉 손가락이 기본적으로 위치하고 돌기를 통해 바로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완전 꿀땅인 home row를
단순히 알파벳 입력에 사용하는 것은 아까우니 이걸 모디키로도 같이 활용해보자는 겁니다.
예를 들어 검지가 위치한 f와 j는 쉬프트 역할도 합니다. ㄲ를 입력하기 위해 ㅓ를 꾹 누를 상태에서 ㄱ을 눌렀다 뗍니다.
이건 ㅓㄱ와 구분되는데 그 이유는 후자에서 ㅓ는 눌렀다가 바로 떼어지므로 전자와 타이밍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그 다음으로 자주 쓰이는 ctl이나 cmd는 d와 k에 할당합니다.
(출처: https://precondition.github.io/home-row-mods )
물론 여기에는 약간의 기술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빠르게 타이핑할 때 한 글자 한 글자 눌렀다 떼지 않기 때문에요.
그래서 qmk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이를 보정해주는 장치가 있고 이를 통해 오작동을 거의 막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세팅법과 가능한 문제점들은 바로 이전 링크에 정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약간의 시행착오가 필요하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새끼손가락에 드는 부하가 드라마틱하게 없어집니다.
결론적으로 어고노믹 키보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 배열은 한 번쯤 시도할 가치가 있습니다.
레이어가 6개이다보니 기존 키보드 배열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 오히려 미디어 키나 마우스 키도 존재합니다.
물론 자세한 구현 중 일부는 나와 맞지 않는 것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건 조금씩 고치면 되고요.
여기선 핵심인 탭-모드만 설명했으나 auto shift 등 qmk의 강력한 기능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얻어 나만의 레이아웃을 고민해보는 게 커스텀 키보드의 한 재미 아닐까 합니다ㅎㅎ
PS. 이 글은 아래 40%스플릿 iris 키보드로 적었고 miryoku 배열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숫자열이나 모디키들이 존재하지만 이제 사용하지 않아서 정말 자주 쓰는 문구나 특문을 입력하는 매크로 버튼으로 활용 중입니다.
PS2. 이 글을 쓰고 삘 받아서 3x5 배열도 무선으로 조립해 보았습니다.
여담으로, 말씀하신 키보드를 직접 써보셨는지 모르겠지만 키보드를 세우는 tenting 각도는 일반적으로 15-35도 사이가 가장 편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사람들이 다 이것저것 실험해보고 내린 결론이고 각도를 너무 높이면 다른 식으로 손에 부담이 갈 수 있지요. 가령 누르는 방향이 중력에 수직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손가락에 큰 힘을 줘야할 수도 있죠.
다만 저렇게 3D 배열로 커스터마이징한다는 개념은 본문엔 적혀있지 않아서 몰랐네요.
참고로 중력에 수직은 아닙니다. 15~35도도 아니지만요. 믈론 말씀하신 중력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만, 다수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써본 결과 15~35도 키보드로는 제 성에 차지 않았고, 마우스 역시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들 중 가장 수직과 가까운 형태의(펭귄마우스)가 가장 편했기에 키보드도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해당 키보드를 사면, 의자 등에 맞춰서 키보드를 고정하고 팔을 아래로 내려서 사용하려고 합니다. 다른 키보드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이건 그게 가능하겠더라고요.
몇 년 전만 해도 개인이 하드웨어적인 키보드를 맞춤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힘들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키매핑을 다르게 하는 식으로 세벌식과 같은 변형 자판을 만들거나 하는 수준에 머물렀지요. 다만 요즘엔 3d 프린터의 발달과 아두이노 등 소형칩을 개인이 프로그래밍하기 쉬워지면서 이 두가지를 모두 통합시켜서 커스터마이징 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dactyl-manuform 키보드 등이 그 예입니다. 케이스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당연히 팔을 아래로 내려서 사용하는 형태로도 제작 가능하고요.
dactyl-manuform은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끼 손가락을 안 사용하고, 엄지도 3개만 사용하는 배열이군요.
대문자를 연속으로 사용할때는 좀 귀찮기는 하겠습니다만.
3x5 배열 무선 완전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OS가 세벌식을 지원하지 않아서 불편했는데.. 함 도전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