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 노트 필기 방법 Zettelkasten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노트 필기를 어떻게 하시나요? 무슨 목적으로 하고 계신가요?
'노트 필기는 학생 때 하는 거 아닌가요?'
'요즘 같은 스마트폰 시대에 무슨 노트 필기가 필요한가요?'
'검색만 하면 필요한 정보가 다 나오는데 노트 필기를 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하루에 몇 번이나 펜을 사용하여 무언가를 기록하고 계시나요? 요즘 같은 IT 시대에는 기록하기보다는 검색하는 시대이죠. 그렇다면, 노트 필기는 정말 필요가 없는 것인가요?
우리가 생각하는 노트 필기는 학생 때 수업을 들으면서 시험을 치르기 위한 준비과정, 단순히 무언가를 기록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수단, 심심하고 지루할 때 이것저것 글을 쓰면서 노는 오락거리 등 일 것입니다. 사실, 이런 것들이 노트 필기의 목적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중요한 노트 필기의 목적을 배우지 않았고 노트를 활용할 줄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노트 필기의 가장 중요한 목적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노트필기는 중요한 정보를 내 기억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영구 보관이 가능한 방식으로 보관하고, 그 정보를 활용하여 이전에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A라는 책을 읽으면서 A'노트를, B라는 책을 읽으면서 B'노트를 만들었다고 가정합시다. 어느 날, A'노트를 읽어보면서 B'노트와 연결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A'노트와 B'노트의 내용을 합쳐서 C'노트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그러다가, C'노트의 핵심 요점이 D'노트의 핵심 요점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C'노트와 D'노트를 해결할 수 있는 E'노트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이런 과정으로 계속되다 보면, 특정 분야에 대한 탄탄한 지식이 계속 쌓이면서,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둘째, 노트 필기는 과거를 위한 것이 아니고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기존에 했던 노트필기는 무엇을 위한 기록이였습니까? 단순히 시험을 치르고, 누군가에 메모를 전달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미래를 위한 노트 필기는 내가 접한 정보와 자료가 지금도 유용하지만, 미래에는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트는 흘러간 과거가 아니라 내일을 준비하는 유용한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럼, 검색은 소용이 없다는 것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검색도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정보를 찾아서 새로운 지식을 알게 해 주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줍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한 번 검색한 내용은 어디에도 기록되거나 보관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다시 검색하면 되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하루에도 수 만 가지의 정보가 만들어지는 인터넷 환경에서 똑같은 내용을 검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치, 바다에서 한 잔의 유리잔에 바닷물을 담았다가 버리고 똑같은 바닷물을 담으려고 노력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검색을 정보를 찾는 도구일 뿐 그것이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미래지향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럼, 노트 필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노트 필기의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해야 합니다. 노트 필기를 하면서, 노트에 기록된 정보는 무슨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내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정보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목적이 없는 노트는 결국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노트 필기를 꼭 종이에 적는 행위에 국한시키지 마십시오. 요즘 같이 IT가 발전한 세상에서 종이에 적는 것만이 노트 필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에 텍스트로 기록할 수 있고, S펜이나 애플 펜스를 활용하여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필기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카메라를 활용하여 영상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습니다. 노트 필기를 하려고 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 있는 세상입니다.
셋째, 노트 필기가 서로 연결될 수 있게 만들어주세요. 그러면 창의적인 결과물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노트 필기는 그 자체만으로 중요한 정보이지만, 다른 노트와 연결이 될 때 빛이 납니다. 양질의 노트와 노트가 만난다면, 반드시 창의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집니다. 어떤 노트는 다른 노트를 지지하는 이론과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어떤 노트는 다른 노트를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노트와 노트가 연결될 때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노트 필기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노트 필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트 필기 방법으로 니콜라스 루만의 ZettelKasten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Zettelkasten은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에서 독일 학생들의 필기 방법으로 소개가 된 적이 있습니다. ZettelKasten은 영어로 'Slip-box'라고 번역될 수 있는데요. 도서관이나 병원에서 사용하는 카드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상자를 말합니다.
니콜라스 루만은 독일 빌레펠트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였습니다. 그리는 30여 년 동안 사회이론 연구를 하였으며, 연구비를 사용하지 않고, 70권이 넘는 책을 출판하였고 400여 개의 논문을 작성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단순히 계산을 해 보면, 루만은 일 년에 약 3개의 책을 저작하고, 13여 개의 논문을 작성한 것입니다. 일반인이라면 일 년에 책을 한 권 쓰기도 힘든데, 그는 어떻게 이런 저작 활동이 가능했을까요?
정답은 바로 Zettelkasten 이었습니다. 루만은 Zettelkasten을 방법으로 90,000 개가 넘는 카드 노트를 만들어서 개인 위키로 사용했습니다. 루만은 개인 위키를 만드는데 끝나는 것이 아니라, 카드 노트와 카드 노트가 연결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Hyperlink의 개념이 없던 시절에 Zettelkasten으로 아날로그 hyperlink를 구현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A라는 카드 노트가 B라는 카드 노트와 연결이 되며 C라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내는데, 그 근거는 D라는 카드 노트에서 가져옵니다. 이런 방식은 루만은 뛰어난 업적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Zettelkasten 활용 방법은 이렇습니다. 우선, 책이나 어떤 정보를 접했을 때, 기록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되면 노트에 기록합니다. 노트에 기록할 때는 인덱스를 만들고, 정보를 요약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정보를 인용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도 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즉, 정보를 Copy and paste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노트 안에는 정보와 자신의 생각까지 고스란히 담겨야 비로소 쓸모가 있는 노트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나중에 그 노트를 봤을 때, '내가 왜 이 정보를 기록했지?'라는 의구심이 들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최근에 Sönke Ahrens이 'How to take smart notes'라는 책을 통해 니콜라스 루만이 어떻게 zettelkasten을 만들고 사용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Zettelkasten 노트 필기 방식에 대한 구체적이 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Zettelkasten을 다시 부각시켰습니다. 이 책은 Zettelkasten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입문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국내에 번역본은 없는 듯합니다.
ZettelKasten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은 제 블로그의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https://kys4620.tistory.com/category/%EB%91%90%EB%B2%88%EC%A7%B8%20%EB%87%8C/Zettelkasten
그런데 30여 년 동안 사회이론 연구를 하였으며, 연구비를 사용하지 않고, 70권이 넘는 책을 출판하였고 400여 개의 논문을 작성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단순히 계산을 해 보면, 루만은 일 년에 약 3개의 책을 저작하고, 130여 개의 논문을 작성한 것입니다. 이부분은 계산이 좀 잘못된거 아닌지요.
저도 이맛클^^/
무한 반복 ㅋㅋ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가네요
클리앙에서도 뵙네요 :)
저도 해봐야겠네요. 글 기다리겠습니다!
Roam쓰다가 무료 기간이 끝났어요.
다이나 리스트가 백링크를 제공하나요? 한참쓸때는 그냥 가벼운 아웃라이너였는데
노트 필기 하면 기억력에 도움이 되겠군요.
저는 기억력이 어려서부터 매우 안좋았는데 폰메모 말구 노트도 써봐야겠어요.
감솨합니다~!
처음 들어보는 기법이랃 더더욱 관심이 갑니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제가 메모를 할때 급하다고 카피만 해 놓은게 있고 주석등을 달아서 메모한게 있는데..
전자의 경우 시간이 지나서 자료를 보면...이게 뭐지? 하면서 고민하다가 결국 지워버리고 맙니다.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메모한걸텐데... 그렇게 버려지더군요... 이유가 위에 나와있었네요 좋은내용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노트필기를 좋아하지만,
어떻게 정리하는지가 늘 고민중 하나지 싶습니다 ㅠ
좋아보이는데... 뭔가 복잡해보입니다 ㅠ
아직 이해가 잘 안가네요 ㅠㅜ
어릴때 접했다면 삶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어릴 때 접해도 천성이 한량이라 공부 못한 것은 매한가지...이겠지만요 ㅋㅋ
다만 기록한다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찾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적절히 필기하고 인식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생산할 수 있도록 뇌를 준비시키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논문 읽고 쓸 ㄷ마다 메모도 많이 하는데요.
보통 논문 pdf에다 직접 추가메모를 하는데 이러니까 dropbox에 수백 편들이 짬뽕이네요..
방식을 좀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한 편 좋은 어플들이 많다는 것은 잘 알지만, 어플을 통한 정리는 영속성(?)이 없는 것에 대한 걱정이 들더라구요.
10년 뒤에 줄곧 써오던 어플이 서비스 종료 해버리면 난감할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