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 3디 프린터를 영입했을때부터 커스텀 키캡을 만들어봐야지... 생각을 했었는데
지인중에 해골 형상을 아이덴티티로 브랜딩 하시는 분이있어서, 생일이길래 선물용으로 제작을 해보기로했습니다.
먼저 모델링은 Forger 라는 iOS용 스컬핑 앱을 사용해서 제작을 해주었습니다.
앱스토어에서 12,000 원에 판매중입니다.
저렴한 가격은 아닌데, 스컬핑 툴을 다뤄본적도 없고 현재 집에 디지타이저가 없어서 지브러쉬나 블랜더를 사용하긴 어렵고
( 그리고 지브러쉬는 엄청 비싸더라고요.. )
혹시나 아이패드 프로로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검색해보니 가장 평점이 많은 앱이고, 당시에 유료 앱 순위에도 있길래
큰맘먹고 구매를 해봤습니다. 별로면 환불하지뭐.. 라는 생각으로..
유튜브에 보면 Forger 의 공식 채널이 있는데, 영어긴 하지만 Forger 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기본 기능들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Forger 유튜브 공식 채널 튜토리얼
https://www.youtube.com/user/forgerapp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1시간정도 틈틈히 영상을 보고 튜토리얼을 따라해보니 어떻게 쓰는지 알겠더라고요.
영상이 너무 쉬워보여서 무작정 도전을 해보았습니다.
그밖에도 노마드 스크럽트 라는 앱도 있습니다. 요건 19000원이던가.
좀 더 비싼데 한번 구매해서 사용해봤는데 이건 좀 더 기능이 많고 파워풀해 보입니다.
노마드도 사용은 매우 간단합니다. 아래 사진은 앱 구매했을때, 튜토리얼 한번 안보고 대충 아이콘만 보고 모델링 해본건데, 이정도는 가능하더라고요. 30분정도 해본것 같습니다. 실제로 뭔가 조소하는 느낌이 듭니다. ( 라고 뇌피셜해봄, 조소 배워본적 없는 공대생 출신임 )
그런데 전반적으로 Forger 가 사용자도 많은 것 같고, 더 심플한 것 같아서 이번에는 Forger 를 사용해서
해골 모델을 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있다면 Forger 랑 비교를 해볼께요.
어짜피 처음에 잘될리는 없겠지! 라는 마음으로 마음 편하게 해골을 제작해봤습니다.
스케치라도 좀 해보고 했어야 했는데, 퇴근후에 침대에 엎드려서 잠깐 쓱쓱 하다보니.. 어라? 생각보다 꽤 해골 같아 보이더라고요.
살면서 해골을 그려본적도 별로없고, 막상 모델링을 해볼려니 좀 막막했는데, 워낙 아이덴티티가 명확하기도하고 구글링해보면 사진도 많고해서, 폰으로 해골 사진들 보면서 2시간정도 대충 작업을 해봤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꽤 그럴싸한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초심자의 행운?
인것보다는 Forger 앱이 강력한것 같습니다. 저는 조소를 배워본적도 없고 어릴때 찰흙이나 지점토 갖고 놀아본게 다인데
제 예상보다 퀄리티가 훌륭한 해골 모델링이 나온 것 같습니다.
예상과는 다르게 작업 결과물이 빨리 나올 것 같아서 후다닥 3디 파일을 익스포트해서 3D 출력용으로 변환을 해줍니다.
OBJ , STL 규격을 제공하더군요. 여기서 주의할점은 꼭 아웃풋전에 Mesh 숫자를 좀 조절을 해주셔야 합니다. 공식 예제 튜토리얼을 다 보셨다면 잘 나와 있는 내용인데, 저는 한시간 대충보고 넘어가서 이것 모르고 슬라이서에 바로 넣었다가 변환하다가 프로그램이 죽어서 좀 살펴보니 하이폴 모델링이다보니 최적화를 안해주면 데이터가 너무 무겁더라고요.
Mesh - > Remesh 를 통해서 해상도를 조정해줘서 쓸만한 정도로 적절히 조정을 해주면됩니다.
처음에는 STL 데이터를 미리 하단 키캡 데이터를 만들어둔 Fusion 360 으로 임포트 시켜서 겹치는 부분을 Boolean 처리해서 출력 데이터를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Fusion 360 도 수박 겉핥기 실력만 갖고 있어서, stl -> surface 데이터로 변환하는 법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검색을 해도 잘 안나오기도하고..
그래서 반대로 블랜더로 해골 모델링과 하단 키캡 데이터를 변환시켜서 임포트 시켜준다음에 폴리곤 데이터 베이스로 Boolean 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잘되군요.
LD-002R 레진 프린터에 화이트 베이스에 미색으로 해골 과 유사한 색으로 조색을 해주고 출력을 해주었습니다. 약 3시간 반정도가 걸렸고, 출력을 걸어놓고 잠을 자니 다음날 아침에 아래와같이 이쁜 해골 피규어 키캡이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론 너무 맘에 들더군요. 무엇보다도 들인 노력대비 결과물이 좋아서 매우 기뻤습니다. 참.. 좋은 세상인거 같아요 20년전에 모델링 배워서 뭐 만들어보겠다고 끙끙 거릴땐 아무리 해도 안되던것들이 이제는 아이패드 프로로 되고 고가의 레진 프린팅이 집에서 어느정도 뚝딱 가능한 세상이 되다니.. 제가 전문 지식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도 아닌 그냥 취미러인데 말이죠.
그냥 제가 보는 눈이 낮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출력후 하단 키보드 키캡부분과 결합해서 키보드에 껴보니 사무실에서 쓰는 키크론 K4 의 경우는 키보드 간극이 좁아서 키가 안꼽히더군요. 그래서 키캡사이즈에 맞는 키캡들의 간섭이 발생하지 않을 사이즈의 소형 해골도 작업을 해주었습니다.
이때는 아예 Forger 앱에 키캡 데이터를 임포트 시켜주고 사이즈를 봐가면서 모델링을 했습니다. 쓰다보니 왜 Forger 앱이 유료 앱 순위에 높게 있는지 알겠더라고요. 저처럼 초보자가 쓰기에 여러모로 아주 훌륭한것 같습니다. 직관적이고 편리하고. 사용자가 더 늘면 좋겠네요.
그결과 탄생한 키캡 친구들. 작은 녀석들 역시 하단 키캡 결합부를 따로 출력해서 순간접착제를 활용해서 붙여주었습니다.
서포터를 제거한 부분을 간단히 정리해준뒤에 몇몇은 실버 서페이서를, 하나는 블랙 서페이서를 사서 칠해주었습니다.
3~4년전쯤에 건프라 도색을 해보겠다고 사놨던 도색 도구들이 이렇게 쓰이게 되네요. 3년이 지나서 많이 군더 있어서 신너에 녹이면서 색을 칠해줬더니 아직까지도 방에서 신너냄새가 납니다. ㅠㅠ
도색후 마감재를 발라줬는데, 예전에 어디서 크롬계열 서페이서는 마감재를 쓰면 안된다고 들은 기억이 있어서 큰놈은 마감재를 안뿌려줬고 작은놈은 실험겸 테스트로 유광 마감재를 뿌려줬습니다. 아, 마감재는 저렴한 IPP 마감재를 사용해줬습니다. ( 마감재는 따로 미리 사놓음 )
그러니 역시나 실버 부분이 녹아내리더라고요. 그래서 망했다!! 하면서 이왕 이렇게 된게 질감이나 살려주자하고 붓을 이용해서 리터칭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니제법 멋있어 지더군요.
그 후에 키보드에 장착해준 모습. 보시는 것처럼 붓으로 덧칠을 해주니 오히려 무늬가 살아나서 메탈릭한 느낌이 강화된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론 아주 만족 스럽습니다. 다만 해골 보다는 좀 아머드 고릴라 같은 느낌이...
반대쪽에는 큰 해골바가지들을 배치해주었습니다.
큰녀석은 마감재를 따로 뿌려주진 않았지만 실버 서페이서만 바르니 메탈락힌 느낌이 좀 부족해서 사포를 활용해서 표면을 살짝 연마해주면서 스크래치를 만들어줘서 질감을 살려줬습니다. 그러니 좀 강려크한 느낌이 살아난 것 같아요.
키캡들을 재 정렬후 풀샷으로 찍어준 느낌.
원래 키캡들 색이 그레이톤이라서 좀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인 것 같습니다.
저 키보다 2만원때 싸구려 키보드인데, 뭔가.. 돼지목에 진주목걸이 느낌이군요 키캡을 커스텀하고 나니 집 키보드도 바꿔주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무선..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에 심플한 디자인이.. 뭐가 있을까?
전반적인 제작 과정 및 간단한 사용기는 유튭 영상으로 제작해서 업로드 해놨습니다.
좀 더 많은 사진들과 개인적인 의견들은 개인 블로그에 올려뒀습니다.
http://blog.soonsoons.com/222134271997
이상으로 Forger 앱과 광경화 3D 프린터를 활용한 자작 커스텀 키캡 제작기를 올려봤습니다.
팁으로 정리하면서 적은 내용이기도 하지만, 참 자작 하기 좋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저처럼 만들어보고 싶은게 많은 자작러들에게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나 여러가지로 축복받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동시에 어릴때 시간과 열정이 많을때 이런 환경이 구축이 되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며..
( 요즘은 일과 육아때매 ㅠㅠ 취미를 즐길 시간이 부족..해요 ㅠㅠ )
지금이라도 이렇게 바라던대로 패드류로 모델링을 하고 가정용 프린터로 출력을해서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축이 되는 것을 겪어보는것이 축복인것 같기도하고 많은 생각이 드네요.
여담으로 자작 키캡 제작은 꽤 즐겁기도했고 결과물도 만족스러워서 좀 더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을 해보려합니다.
어떤 디자인이 좋을지 틈틈히 고민해보면서 Forger 앱도 더 연구해봐야겠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작해보시면 알겠지만 재료값보다는 인건비가 더 들 것 같습니다 ㅎㅎ 그냥 누른다고 뿅하고 나오는게 아니다보니, 출력 파일 만들고, 뽑고 (오래걸림), 세척하고 마감하고 도색하고 마무리하면 시간이 꽤나 걸립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단순 레진비 + 프린터 운용비 + 인건비 + 도색비 + 마감재등 재료비 등등하면.. 꽤 비쌀것 같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