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앙 지난 글(1부)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4293990?od=T31&po=0&category=&groupCd=CLIEN
클리앙 지난 글(2부)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4306714CLIEN
독서 모임의 진정한 가치는 모임 안에서 어떠한 가치 있는 생각들이 오고 갔느냐일 것입니다. 그러나 곡식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토양을 만들고 성장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듯, 독서 모임 그 자체도 바로 그러한 앎이라는 나무의 성장을 위해 다듬어 나가야 할 토양입니다. 아래의 글은 2011년부터 19년까지 제가 경험한 모임을 바탕으로 적은 가이드입니다. 이러한 글을 쓴 까닭은 독서 모임을 새롭게 만드는 분에게는 여러 모임의 형태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함에 있으며, 독서 모임 진행하거나 참여하고 계신 분은 자신과 같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봄으로써 공감하고 자신의 모임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그 어떤 도움이라도 얻는다면 그것으로 더이상 바랄게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래의 내용은 저의 브런치에도 올려두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와 더불어 해당 부분은 '나의 독서 모임 가이드'라는 연재분 중 4화입니다. 독서 모임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해당 연재물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제 브런치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번편은 경험에서 비롯한 전반적인 기획, 발제 만들기 방법 등의 구체적인 방법을 서술했습니다. 과학적인 데이터 등이 아니라 오로지 몇년간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반드시 옳다라고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그저 모임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기본적인 체크 리스트 정도로 이해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아래부터는 편의상 존칭을 생략하겠습니다.)
브런치: https://brunch.co.kr/@wringkle
글: https://brunch.co.kr/@wringkle/107
모임의 홍보와 공간-재정적 지원
아마 처음 독서 모임을 시작해보거나 참여하고자 원하는 사람들은 이전 글에서 언급한 첫 번째 형태의 모임 - 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읽어오고 정해진 날에 모여서 발제를 바탕으로 토론하는 모임 - 을 고려할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기도 하거니와 장소만 있으면 어디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처음에 이러한 형태로 만들어 몇 년간 모임을 진행했었다.
이러한 모임을 만들면 홍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에는 지자체나 여러 소모임을 모집할 수 있는 앱,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 그 밖에 여러 모집 사이트(카페, 독서 소모임란이 존재하는 대형 사이트 등)까지 있어서 모집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몇 가지를 나열해보자면, 학생을 중심으로 모집을 할 때는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학교를 중심으로 하면 좋은 점은 학교에 있는 공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면, 우선은 지역 도서관을 추천한다. 대체로 지역 도서관에서는 독서 모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장소를 빌려주고 홍보까지도 대행해주는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되도록 이런 곳에서 홍보를 대행해주는 것을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정기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그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문화 센터 역시 그러한 모임을 위한 공간을 지원해주고 있으니 고려해볼 만하다. 마찬가지로 무료이며 이런 경우 공간뿐 아니라 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홍보와 재정적 지원을 해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 안에도 이러한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활용해봄 직하다.
재정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연초나 연말에 지자체나 혹은 도서관 등에 계획에 관하여 메일을 보내보거나 관심 있는 사이트에서 홍보하고 있는지 찾아보는 게 좋다. 생각보다 많은 지자체나 독서 관련 단체, 출판사 등에서 인문 교육 등의 목적으로 이러한 모임 등을 활성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곳들을 활용하면 적어도 도서 구매나 모임의 다과 등에 따른 비용 등은 절약할 수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모임을 만들어볼 기회도 생긴다. 물론 재정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다.
사실 간단한 형태의 독서 모임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치 않다. 그래서 자신은 아무 지원도 받기를 원치 않는다 싶으면 그저 인터넷 사이트나 앱에 모집 글을 올리고 기다리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장소는 조용한 커피숍이나 회의 공간을 제공하는 스터디 카페에서 진행하면 될 것이다.
적당한 참여 인원과 시간
이렇게 모임의 형태를 결정하고 홍보까지 했으며, 이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 연락까지 줬다. 그렇다면 독서 모임은 몇 명 정도 참여하는 것이 적당할까? 그리고 몇 시간 정도 하는 게 좋을까?
일반적인 형태의 독서 모임을 기준으로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면 최소 4명 최대 8명 정도가 적당하다. 필자는 초기에 회원을 받아 그 사람들만 참여하는 닫힌 형태의 모임으로 진행하기보다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열린 형태로 진행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저 숫자보다 인원이 적은 적도 있으며 많은 적도 있었다. 토론에 참여하여 발제자로서 진행까지 맡아서 하는 상황에서 나를 제외한 최소 3명이 있어야 원활하게 대화가 진행되었고 8명 이상일 경우 발언을 못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터라 저 정도가 적당치 않을까 싶다. 참여 인원의 수는 모임을 진행하는 시간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이 있을 때 하나의 발제에서 다음 발제로 넘어가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참여 인원의 숫자가 적어도, 하고 싶은 말이 말은 경우 시간은 길어질 수 있다. 대체로 3시간 정도를 토론 시간으로 잡았으며 이 시간도 짧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참여자들에 따라, 이 시간이 넘어서면 지치는 느낌을 받는 때도 있었다. 참여자를 관리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데, 계속 모임을 운영할지에 대한 운영자의 의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떤 모임들은 참여하는 인원을 고정하기 위해 소규모 스터디 그룹 형태로 운영하되, 벌금제도 등을 통해 참여자를 관리한다. 소모임보다는 모임이 큰 20명 이상의 모임의 경우 미리 선정 도서에 따른 참여자를 선착순으로 받은 뒤 모임을 진행하기도 한다. 인원에 대한 관리는 오픈 카톡이나 밴드, 혹은 모임의 모집과 홍보를 위해 특화된 앱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도서 선정.
모임을 만들고 참여 인원과 모임의 진행 일정과 시간을 결정했다. 이제는 아마 책을 선정해야 할 터인데, 어떤 책을 선정할지 고민일 것이다. 회원 수가 적은 소규모의 모임이라면 참여자들끼리 이미 한 번 모여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책을 함께 선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규모가 좀 더 커진 모임의 경우 책을 우선은 임의대로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에는 모임의 성격이나 운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어떤 책을 고르느냐는 앞으로 이 모임을 어떤 색깔로 이끌어가느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그로 인해 참여자들도 계속 참여 의사를 고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여러 대학교에서 간판으로 내건 도서 100선이나 고전을 중심으로 모임을 진행하거나 주제를 정해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들을 선정했다. 참고로 이런 책들은 대체로 읽기 쉽지 않다. 그래서 베스트셀러나 잘 알려진 작가의 책을 선택하는 것보다 참여자들이 덜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운영자가 지식이나 통찰을 위해 다소 어렵지만 좋은 책을 선택할 것인지, 혹은 구성원의 흥미와 친목에 좀 더 관심을 둘 것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물론 후자도 좋은 책들이 많이 있으므로 여러 부분을 고려하여 적절히 잘 선택하는 것이 좋다.
발제는 어떻게?
앞서 언급한 좋은 모임을 위해서도 발제문을 잘 만드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물론 발제문을 만들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책의 후기나 느낌을 이야기하면서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면 좋지만, 이 점은 실력 있는 진행자라고 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예능 버라이어티라도 기본적으로 대본이 있듯이 모임을 원활하고 재미있게 진행하기 위한 대본과도 같은 것이 바로 이러한 발제문이다.
발제는 크게 독서 후기, 인상 깊은 구절, 주제나 문체 혹은 구성에 관한 작가의 의도 등을 물어보는―어떤 책이든 적용 가능하며 책의 이해도와 관련된―일반적인 질문과 책이나 그 안에 담긴 구절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고 생각을 공유하거나, 다른 책의 내용이나 사회 현상과 대입하기, 특정 단락이나 책에 나오는 경험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묻는 브레인스토밍식의 질문, 책에 나오는 어떤 생각이나 논란이 될만한 주제로 찬반을 가르는 찬반토론식의 질문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혹은 책에 나오는 이론을 이해하고 있는지에 관한 이론적인 질문, 경험이나 실천할 것인지에 관한 실천적인 질문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대체로 모임의 도입부에서는 워밍업으로 일반적인 질문을 해보고 점점 책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 사회 통찰, 개인의 경험을 묻는 브레인스토밍 질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브레인스토밍 식의 질문은 독서 모임의 백미이며 경험상 대체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찬반 토론은 좋은 토론이 오갈 경우 상당히 좋으나 자칫하면 논쟁으로 번질 수 있으니 많은 주의를 필요로 한다.
발제를 만들기 어려워하는 초심자에게는 이러한 안내를 하고 자유롭게 만들어보라고 제안하는 것이 좋다. 다만, 제안을 하되 하지 않는다고 억지로 시키기보다 믿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혹은 여러명이 함께 발제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의무 조건을 걸어두는 것도 좋다. 더불어 전적으로 모임의 발제와 진행을 한 사람에게 맡겼다 하더라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운영진은 미리 질문을 만들어두거나, 발제를 모임 최소 며칠 전에 받아보거나, 참여자들이 미리 읽어보고 답변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미리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참여자들이 책을 다 읽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질문의 원천이나 핵심이 되는 책의 단락을 미리 발췌해오거나 이와 관련된 다른 책이나 신문 기사의 글을 함께 발췌하여 질문을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준비하면 비교 읽기를 통해 발제자가 다른 책과의 연관 관계를 익힐 수도 있고 통찰력을 기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초보 발제자들이나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에게는 발제를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면 운영자나 숙련된 발제자들이 함께 도움을 줘서 함께 만들거나 발제를 가볍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 모임은 발제자가 모임까지 진행할 수도 있으며 혹은 발제자와 모임을 진행하는 사회자를 구분해서 진행할 수도 있다. 다만 모임을 진행하는 사회자를 별도로 둘 경우,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할 수 있으니 발제자는 옆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참고로 모임에서 심화 발제를 제외하고도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은 많다. 그중에서 몇 가지를 뽑는다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해당 부분은 테리 이글턴의 '문학을 읽는다는 것'이나 모티머 에들러의 '독서의 기술'이라는 책을 참조하여 정리하였으나, 단순히 문학뿐 아니라 여러 책에서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 아래 질문 중 일부는 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진행자가 토론 전에 설명해줄 수도 있고 문서로 정리하여 본격적인 토론 전에 함께 읽어봐도 좋다.
-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
-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동기와 계기가 있는가?
- 저자는 누구인가?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목적과 의도는 무엇일까?
- 이 책에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 인상 깊은 구절과 그 까닭은?
- 이 책은 어떤 식으로 말하는가? 또한, 이 책의 도입부는 어떠한가?
- 이 책에서 함께 이야기하고픈 부분에 대한 발췌 또는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