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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지적 성장을 위한 '나의 독서 모임 가이드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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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8 11:14:57 수정일 : 2019-11-18 11:37:45 165.♡.115.223
명랑청년™

독서 모임의 진정한 가치는 모임 안에서 어떠한 가치 있는 생각들이 오고 갔느냐일 것입니다. 그러나 곡식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토양을 만들고 성장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듯, 독서 모임 그 자체도 바로 그러한 앎이라는 나무의 성장을 위해 다듬어 나가야 할 토양입니다. 아래의 글은 2011년부터 19년까지 제가 경험한 모임을 바탕으로 적은 가이드입니다. 이러한 글을 쓴 까닭은 독서 모임을 새롭게 만드는 분에게는 여러 모임의 형태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함에 있으며, 독서 모임 진행하거나 참여하고 계신 분은 자신과 같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봄으로써 공감하고 자신의 모임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그 어떤 도움이라도 얻는다면 그것으로 더이상 바랄게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래의 내용은 저의 브런치에도 올려두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와 더불어 해당 부분은 '나의 독서 모임 가이드'라는 연재분 중 1, 2화입니다. 독서 모임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해당 연재물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제 브런치를 참고 부탁드립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아래부터는 편의상 존칭을 생략하겠습니다.)


브런치: https://brunch.co.kr/@wringkle

글:

1부 https://brunch.co.kr/@wringkle/102 

2부 https://brunch.co.kr/@wringkle/103 



독서 모임에 관하여.


독서 모임에 관한 글은 상당히 많다. '모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좋은 모임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또는 '모임 후 후기' 등을 담은 글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여가 시간이 늘면서 취미 활동으로 모임을 운영해보려고 하거나 혹은 참여하고자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독서'는 본인이 원한다면 공간이나 시간에 제약을 거의 받지 않으면서, 글자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대단히 좋은 취미 활동이다. 반면에 고도화된 정신 운동으로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대체로 눈으로만 책을 읽어나가기 때문에 대단히 피곤하고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활동이기도 하다.

책 읽기 역시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일종의 운동이므로 체력 운동처럼 꾸준히 해나가야만 정신적 체력이 높아질 수 있다.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는 초심자들이 근육 운동을 하면 그 피로감이 꽤 오랜 시간 지속되듯, 독서 활동 역시 그렇다. 이러한 까닭에 많은 이들이 체력 운동을 꾸준히 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운동을 하는 헬스장에 등록하거나 개인 레슨을 받듯, 독서 역시 도서관에 가거나 독서 모임을 찾는다.


독서 모임의 장점


독서 모임의 장점은 무엇일까? 독서 모임의 목적이나 성격, 그 주제에 따라 다르겠지만, 크게 세 가지를 꼽아본다면 '분위기, 토론, 소속감'일 것이다. '분위기'란 모임을 통해 자신들이 책을 꾸준히 읽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게 되는 마음이다. 이는 굳이 집에서 운동하지 않고 헬스장이나 운동장으로 나와 운동을 하는 까닭과 유사하다. 말하자면, 주변에 자기처럼 운동하기를 바라며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보고 자극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제한된 시간 동안에 하나의 책을 선정해 토론을 진행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모임은 '주어진 제한 시간'이라는 틀 안에서, 자극을 받으며 책을 꾸준히 읽어나갈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형태에서는 어떤 책을 선정하느냐에 따라서 초심자의 경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거나 지나치게 어려우면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있기에 공통된 책을 선정할 때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토론'은 독서 모임이 가지는 실질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는 책을 읽음에 따라 지식을 습득하도록 한다면 토론은 그 지식이 가지는 의미를 대화를 통해 숙고하도록 하고 단편적인 지식들이 인류가 만들어낸 다른 지식의 관계망과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살필 수 있도록 한다. 물론 홀로 하는 독서 속에서도 숙의를 통해 이러한 통찰을 할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의 지식은 언제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어 토론하는 중에 일정 부분의 성과나 피드백을 얻게 된다.

끝으로 '소속감'은 모임이 지속함에 따라 그 안에서 사람 사이의 좋은 관계가 맺어질 때 생기는 마음이다. 독서 토론 모임은 대체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학술 모임이라기보다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동등한 입장에 서서 생각을 나누는 모임이기 때문에 수평적 관계가 형성된다. 그 관계 속에서 깊이 있는 생각들을 지속해서 나눔에 따라 친밀감이 생기고 모임에 대한 소속감이 생기게 된다. 최근에 전문적으로 생겨난 독서 관련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많은 모임은 취미활동의 영역에서 자발적으로 소모임을 형성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이럴 때 소속감을 주어야 충성도 높은 모임으로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독서 모임의 세 가지 장점은 다른 의미로는 이 세 가지가 갖추어진 모임이 좋은 모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셋 중 하나라도 없다면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모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초기에는 이 세 가지를 만들어가는 게 쉽지 않다. 이는 구성원 하나하나가 노력을 해야만 가능하며 잘 갖춰져 있는지를 지속해서 살펴야 한다. 물론 지금 언급하고 있는 독서 모임은 일반적으로 동호회나 소모임 형태의 모임을 의미한다.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 모임에서도 위의 세 가지는 상당히 중요하나,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니 가급적 언급을 피하겠다.


조직의 형태


모임은 소모임 형태이든 혹은 동호회나 좀 더 큰 단위의 모임이든 간에 대체로 운영 주체와 참여자로 구분된다. 운영 주체는 대체로 모임을 최초로 계획하고 만든 운영자와 함께 독서 모임을 운영해 나가는 운영진으로 구분된다. 이들은 대체로 모임을 진행할 공간을 대관하고 모임을 홍보하며 토론을 위한 책 선정 및 발제를 준비한다. 또한 회원제라면 회비를 걷고 위의 목적에 올바로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대체로 이들은 다른 참여자에 비해서 모임에 대한 소속감이 높으며 이들끼리의 친목이 강할 때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이러한 점이 다른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참여자는 모임에 일반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다. 대체로 다른 일에 바빠서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것 이외에 별도 모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모임에서 인간적인 유대감을 느끼고 싶어 찾아왔어도, 운영 주체나 기존 인원들의 결속력이 강하면 그저 토론에만 충실히 참여할 수도 있다.

운영 주체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는 참여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모임이 발전하려면 그저 일주일이나 이주에 한 번 모임을 참여하는 것만을 넘어서서 운영 주체로서 발제를 만들거나 토론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이것을 참여자들에게 유도하기가 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반해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이에 대해서 발제를 만들고 토론을 해보고 싶어도 아직 자신이 없으며,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이들은 운영진이나 다른 기존 참여자들과 친해지고 싶어도 결속이 강해 쉽게 그 안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둘 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단은 이 고민에 대한 해결책보다도 앞서 언급한 좋은 모임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을 개인적 경험을 통해 모색해보겠다.




좋은 독서 모임을 위한 세 가지 조건.


누구나 참여 가능한 분위기 형성을 위한 노력.


어떤 모임을 바르게 이끌어 가려면 초기 조건을 잘 설정해야 한다. 처음 참여하는 사람들은 모임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초기 조건들을 대체로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초기 조건에서 모든 이들이 운영 주체를 도와 참여해야 함을 명시해야 한다. 가령, '한 분기에 1권 이상의 책을 선정하거나 자신이 선정한 도서에 관한 발제를 만든다.', '모든 인원은 한 달마다 돌아가며 홍보를 담당한다.' 등등으로 과제를 부여해 주고 운영 주체는 그 일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조건을 따르게 하기 위하여 회비나 벌금제를 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혹은 모든 사람에게 독서 토론을 위한 발제를 한 권의 책이나 정해진 페이지 안에서 한 가지 이상 만들어 오라는 것도 방법이다. 이러한 룰은 모임의 성격이나 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하되 가급적 다수의 참여자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임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일반적인 소모임이나 동호회 형태에서 참여자들이 그저 서비스를 받고 간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모임을 위한 장래의 운영진을 양성하는 데에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운영진은 현재의 운영을 책임진다는 생각과 더불어 참여자들을 훈련시켜 모임의 가치를 공유하고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운영진'이라는 말속에서 운영을 책임지는 것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당연히 하게 될 일이나 모임의 가치를 공유하고 지속 가능토록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면 그냥 넘겨 버리게 되므로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내 경우에는 여려 형태의 독서 모임 중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모임에서는 미리 한 두 달 동안에 진행할 도서를 미리 선정하거나 참여자 가운데 독서 모임의 목적에 부합하는 책 가운데에서 원하는 도서를 선정토록 한 뒤에 나눠 골고루 배정했다. 또는 한 권의 책에서 목차를 구분 지어 해당 책에서 제시하는 주제에 대해서 자유롭게 발표나 발제를 준비해보라고 했다.


발제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


참여자들이 모임의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나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발제를 만들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참여자들의 능력에 따라 처음 모임을 해 보았어도 발제를 잘 만들어 오거나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러 번 참여했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각자가 주어진 능력 안에서 발제를 만드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프린트를 위해서라도 미리 발제를 받거나, 받아서 양이 미흡하다 싶으면 양해를 구하고 보충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명이 발제를 만들 때 발제를 위한 게시판이나 카카오 앱의 게시판 기능을 이용하여 서로 발제를 만들어 미리 공유하기도 했다.

참여자들이 원하는 도서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발제를 스스로 준비할 때에는 사람에 따라 발제와 발췌를 충실히 준비해온 사람도 있었고 시간이 없어서 발제만을 몇 개 준비한 사람도 있었다. 전자의 경우에는 그대로 모임을 진행하면 되지만, 후자의 경우 모임에 따라 주어진 시간을 다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항상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모임을 위한 여유 발제를 만들어 두었으며, 사전에 참여자들의 발제를 사전에 받아 보충했다.

이렇게 없는 시간을 할애하여 발제를 만든 사람들에게는 잘했건 못했건 비교하지 말고 칭찬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이게 본업이 아니며 여러 일로 인하여 바쁜 데도 없는 시간을 할애해 책을 읽고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누구도 처음부터 잘하긴 어렵다.


유대감 증진을 위한 친목 도모


독서 모임은 대체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다. 그래서 회원 간의 친목이나 유대는 모임의 탄탄한 성장을 위해서 대단히 중요하다. 물론 몇몇 사람들만이 모여 친목을 한 것만큼 모임을 망치는 일도 없지 않지만, 신규 회원들을 포섭하고 그들의 참여를 계속 유도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모임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물론 이것은 모임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가령 대학생을 중심으로 하는 모임이라면, 졸업 후에는 모임을 떠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속해서 회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직장인이나 대학을 졸업하여 특정 장소에 삶의 터전을 잡고 사는 이들의 경우 회원을 받지 않아도 그들이 나가지 않는 이상 모임은 유지된다. 여기에서는 신규 회원을 지속해서 받는 모임을 기준으로 설명을 하겠다. 신규 회원을 계속 받는다는 것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학생을 중심으로 하는 모임이거나 혹은 분기별로 새롭게 시작하는 모임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면 시스템과 원칙에 의해 분위기와 토론 운영이 이미 형성되어 있어야 운영진과 참여자들 사이에 피로감이 적다. 신규 회원을 잘 받지 않고 폐쇄된 형태로 움직이는 모임의 경우에는 대체로 시스템이 없어도 다들 오랫동안 함께하던 모임이라 어렵지 않게 모임을 유지한다. 그러나 신규 회원이 많거나 혹은 관계가 아직 긴밀히 형성되지 않았다면, 운영 주체의 노력에 따라 독서 모임이 잘되고 안되고 여부가 결정된다. 이럴 경우 서로 간에 긴밀한 유대감을 빠르게 형성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뒤풀이나 MT와 같은 친목 도모 방법이다. 물론 그전에 반드시 회원이 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의무 사항들을 명시한 뒤에 친해지는 것이 좋다.


이 세 가지를 잘 이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에 어떻게 원칙을 잘 설명하고 분위기를 유도하느냐에 있다. 그러나 대체로 소모임이나 작은 단위의 동호회 모임의 경우 기존 인원들도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친목을 도모하고 모임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돌아갈 때, 오기를 잘했다고 느낄만한 만족감을 주어야 한다. 공동체에 소속되고자 하는 심리에는 그 안에서 자신의 공허감을 채우려는 의도도 있는데, 시간을 잘 활용했다는 만족감은 그러한 공허감을 충만감으로 바꿔준다. 이러한 충만감을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모임에 만족감을 주기 위한 원칙


첫째, 될 수 있으면 감정이 상할만한 논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논쟁은 사전에 합의되지 않았으며, 토론의 주제에 벗어나 쓸데없이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는 행위를 일컫는다. 독서 모임은 그 성격상 때로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사상적 신념 등은 논쟁을 통해 탄탄한 힘을 얻기도 한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에 나오는 세템브리니는 「표현 방식의 순진함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할까 두려워하는 태도와 악마와 타협하려는 경향이다.」라고 했지만, 모든 사람이 논쟁에 훈련되거나 익숙한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독서 모임은 토론을 위한 공간이지 상대방을 공격하여 승리를 쟁취하는 논쟁의 공간은 아니다. 서로의 생각과 견해를 공유하여 더 나은 생각으로 발전시키는 공간이다. 이러한 논쟁이 되어 버리면 승리자는 만족할지 몰라도 모임의 구성원들은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논쟁이 일어날 것 같다 싶으면 운영자나 혹은 모임을 진행하는 발제자는 화제를 정리하거나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두어서 논쟁을 마무리 짓는 것이 좋다. 혹은 논쟁적 질문이 있다면 사전에 사회자는 논쟁 당사자 간의 견해를 충분히 이해하여 쓸데없는 감정싸움이 나지 않도록 만반을 기해야 한다.

둘째, 단지 몇 사람만 말을 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모임에서 자기주장이 강하거나 혹은 의견을 강하게 보일 때, 단지 몇몇 사람에게만 발언권이 주도적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러면 다른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도 전에 묵살당하거나 혹은 현란한 말솜씨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도 있다. 만약 다른 사람이 그러한 주장을 배우러 온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모임에서 한두 사람이 주도하면, 남아 있는 사람은 들러리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이들이 말을 안 하는데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 경험에 따르면 이들은 말주변이 없을 뿐이지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 사회자는 질문의 형태를 바꾸어 자신이 던진 질문의 의도를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나는 이런 때에, 자신이 책에 나온 이러한 일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를 물어본다. 가령,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고 추상적으로 묻지 말고 「당신이 민주주의를 경험하거나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느낀 때는 언제입니까?」 등으로 묻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질문을 받는 답변자는 그 질문에 자신의 경험을 말할 것이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왜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했는지를 물어본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무엇인가?」를 답변할 수 있게 된다. 모임에서 선정한 책이나 책 안의 구절에 관련된 개인의 경험을 물어보는 것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 개인의 경험이나 느낌을 통해 책이 전하는 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심도 있게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재미있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모임은 재미있어야 한다. 물론 이 재미는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그러한 재미는 아니다. 모임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을 충족해줄 때 느낄 수 있는 재미이다. 어떤 사람은 지적인 자극을 원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대화를 통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를 원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친목 속에서 위안을 얻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지적인 희열이든, 공감대의 형성이든, 혹은 위안이든 간에 이러한 것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다면 그들은 계속 모임에 참여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독서 모임의 기본 목적과 원칙을 지키는 데에 따른 재미여야 한다. 독서 모임은 독서와 토론이라는 목적이 앞서야 하지, 결코 친목이 앞서서는 안 된다.


모임이 끝나고 사람들의 표정에서 만족감을 읽을 수 있다면, 그 모임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모임의 형태가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까?




모임의 형태


첫 번째 독서 모임은 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읽어오고 정해진 날에 모여서 발제를 바탕으로 토론하는 모임이다. 이때 책의 선정은 모임 구성원을 고려해서 내부 토론을 통해 선정하기도 하고 내부나 외부 추천 도서를 바탕으로 선정하기도 한다. 혹은 운영자가 독서에 관하여 충분히 전문가로 인정될 때에는 독단으로 결정하기도 한다.

모임을 진행해오면서 느낀 바는 참여자들이 대체로 책을 지정해서 가져오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이다. 물론 자기가 모임을 주도할 때에는 어떤 책을 선정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모임의 운영자가 여러 책을 선정하면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만약 독단으로 책을 선정할 때에는 사람들이 받아들일만한 이유를 들어주면 좋다.

대체로 독서 모임에 오는 구성원들은 대학생이거나 혹은 직장인, 주부 등일 것이다. 그래서 전문서가 아닌 이상에 사실 어떤 책을 선정하든 책 자체의 수준에 대해서는 크게 무리 없이 선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직장인이 많을 때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없을 수 있고, 대학생은 시험 기간이 겹치면 틈틈이 책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주부도 어린아이를 키우면서는 두꺼운 책을 보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하여금 어려운 고전이나 철학만을 대상으로 읽는 모임이나 인문학을 깊게 학습하고자 하는 등의 특별한 목적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다면, 책을 고를 때에는 구성원들이 제한된 기간 내에 충분히 읽을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 모임의 형태로는 묵독 모임이 있다. '묵독'이라고 말한 바와 같이 특정 시간을 잡아서 자신이 읽기 원하는 책을 가져와서 책을 읽고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각자 다른 취향의 독서 욕구를 만족하게 할 방안이나 묵독 이후 심도 있는 토론을 위해서는 운영자의 능력이나 자질이 중요하다.

세 번째 모임은 낭독 모임이다. 여기서 말하는 낭독 모임은 단순히 '읽는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책을 돌아가면서 읽고 단락별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혹은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모임이다. 강독의 형식과는 달리 자유로운 토론에 가까우며 첫 번째 모임의 심화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책이 두께가 있으면 이렇게 토론을 진행할 때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그래서 매일 또는 격일로 할 수 있는 모임으로 적합하다.

낭독 모임은 어떤 책을 선정하느냐 혹은 진행자의 스타일이 어떠냐에 따라 모임이 전혀 달라질 수 있는데, 경험을 토대로 말하면, 하나의 단락을 읽고 그 안에서 질문을 생각해 내어 던지는 식으로 했다. 이런 방식은 진행자의 능력과 순발력이 중요하다. 이 방식은 인문이나 사회학 서적 등을 진행하면서 해왔던 방식이며, 시 낭독 모임과 같이 그저 천천히 소리 내 다 읽고 그 느낌이나 감상만을 이야기하는 방법도 있다.

네 번째 모임은 강독 모임이다. 이 모임은 고전이나 혹은 특정 책에 대하여 강독을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풀이하는 일종의 수업에 가까운 모임이다. 동아리에서는 인문 고전 강의를 진행하면서 관련 강의를 함께 듣거나 혹은 해당 강의로 훈련을 받은 선배 또는 관련 계통의 지식인이 강독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운영되었다.

다섯 번째 모임은 요약 발표 모임이다. 특정한 분야의 두꺼운 도서를 하기에 적합한 모임으로 여러 챕터를 분할하여 모임의 발표 준비를 해오는 것이다. 이 자체로도 좋지만, 세 번째 모임의 형태에서 두꺼운 책을 특정 기간 안에 끝내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이 부족하면 시도할 수 있는 모임이기도 하다. 진행자의 스타일에 따라 진행자가 모두 요약을 하여 모임을 진행할 수도 있고 각자에게 요청하고 발표식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구성원들에게 모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면 두 번째 방식이 좋다.

여섯 번째 모임은 연구 모임이다. 다섯 번째 모임과 비슷한 형태이나 단순히 요약하고 그것을 토대로 모임을 진행하는 방식보다 심화한 방식이다. 각자 책에 주제를 바탕으로 그와 관련된 것을 조사해오거나 소개하는 모임이다. 가령, 미술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서 그래피티를 주제로 발표한다든지, 함께 특정 사조의 미술 작품을 만들어본다든지 하는 모임이다.

일곱 번째 모임은 시청각 중심의 모임이다. 낭독 모임처럼 특정 책을 바탕으로 하거나 요약된 것을 빠르게 읽고 시청각 자료를 보는 모임으로 미술이나 영화 모임 등에 적합하다.

여덟 번째 모임은 원서를 읽는 모임이다. 이 방식은 참여자들의 능력에 따라 그저 원서를 낭독하거나 토론을 진행할 수도 있다.

아홉 번째 모임은 무작위 토론 모임이다. 각자 자신이 읽은 책을 가지고 와서 소개하고 그에 대해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자의 지적 능력이 크게 요구된다. 두 번째 모임인 묵독 모임과 함께 엮어서 진행할 수도 있다.

그 밖에도 여러 모임의 독서 모임의 형태가 있을 수 있으나 아마도 다음과 같은 기준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 시기적으로 본다면 특정일에만 하는 모임과 매일 진행하는 모임, 여러 날 중에 선택할 수 있는 모임.
ⓑ 한 권의 책으로 모임을 진행하느냐, 서로 다른 책으로 모임을 진행하느냐에 따른 모임.
ⓒ 한 권의 책으로 긴 기간에 진행되는 모임, 1회 1권으로 규정되는 모임.
ⓓ 토론 방식의 모임과 수업 방식의 모임, 연구-발표 모임.
ⓔ 독서를 기준으로 본다면, 전체 혹은 특정 챕터를 읽고 와서 토론하는 모임과 한자리에서 같이 읽고 토론하는 모임.
ⓕ 모임의 진행자가 전부 다 진행을 도맡는 모임, 구성원들끼리 나누어서 모임의 진행을 맡는 모임.
ⓖ 발췌나 발제 등의 준비된 자료가 있는 모임, 즉흥적으로 만들어가는 모임.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모임의 아홉 가지 형태에 따라 실제로 어떤 식으로 진행했는지를 알아보겠다. (다음에 계속)

명랑청년™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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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그런 것이란다. 억지로는 안되어 아무리 애가 타도 앞당겨 끄집어 올 수 없고,
아무리 서둘러서 다른 데로 가려 해도 달아날 수 없고,
지금 너한테로도 누가 먼 길 오고 있을 것이다.
와서는, 다리 아프다고 주저앉겠지, 물 한 모금 달라고...

최명희 혼불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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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9]
수리산호랑이
IP 1.♡.110.171
11-18 2019-11-18 11:47:50
·
정말 좋은 글이네요. 독서모임 3년 넘게 하면서 생각하지 못한 내용들도 있어서 정말 놀랐습니다. 정말 고민 많이 하신것같아요.
명랑청년™
IP 165.♡.115.220
11-19 2019-11-19 10:24:37
·
@수리산호랑이님 할 때는 매번 준비하는게 힘들기도 했지만, 하고 나면 매번 하기를 잘했다 싶은 모임들이었어요. 글이 조금이나마 수리산호랑이님께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네요 :)
DDilium
IP 175.♡.81.212
11-18 2019-11-18 19:42:51
·
좋은 글이네요. 7년차 독서모임에 속해 있는 데 멤버들과 공유해야겠네요. :)
명랑청년™
IP 165.♡.115.220
11-19 2019-11-19 10:26:03
·
@DDilium님 감사합니다. :) 7년차 독서 모임이라! 멋지네요. 오랜 기간 한 모임이 유지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모임이 가지는 가치를 알겠네요 :) 아름답게 가꾸셔서 10년, 20년 되는 장수 모임이 되길!
DRIDRI
IP 182.♡.114.38
11-18 2019-11-18 22:49:42
·
독서 모임이 결혼 성공율이 높다더라구요. 미혼이신 분들은 강추합니다.
명랑청년™
IP 165.♡.115.220
11-19 2019-11-19 10:31:52
·
@DRIDRI님 저도... 미혼인데...ㅠ.ㅠ
삼혼4
IP 175.♡.30.157
11-20 2019-11-20 13:39:55
·
글 맛이 다릅니다.
안경쓴당_조
IP 121.♡.169.210
11-20 2019-11-20 23:09:32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비둘기공장
IP 220.♡.9.108
11-21 2019-11-21 14:20:43
·
좋은 정보네요. 감사합니다! 지난번 독서모임에서 사고를 쳤는데 만회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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