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왜 우리는 오디오에 신경쓰기 힘든가
안녕하세요,
영상 제작하시는 분들, 혹시 오디오에 신경 많이 쓰시나요?
오디오에 신경을 쓰고 싶긴 한데, 혹은 오디오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기는 한데 현실이 녹록치 않은 경우가 많으시죠.
일단 제가 주변에서 보고 듣는 이유만 해도:
- 오디오에 신경 쓸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러느니 차라리 영상 하나를 더 만들고 말지.
- 오디오에 신경 쓸 당위성이 없다: 오디오에 신경 써봤자 티도 안난다.
- 오디오에 신경 쓸 줄을 모른다(?): 언제 배우고 언제 써먹나, 그 넓고 심오한 세계를.
뭐 이정도가 될 것 같은데, 사실 다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오디오에는 문외한에 가까워서 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습니다만, 영상을 제작하면서 오디오에 대해 느껴지는 현실적/기술적 문제의 벽이 굉장히 높다는걸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내가 가진 지식 범위 외의 분야여서 그런가 싶었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 "오디오"이기 때문에, 그 태생적인 특성 때문에 힘든 점이 몇가지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시간을 굉장히 많이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는 점인데, 왜냐하면 빠르게 넘겨가며 편집점을 찾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면 비디오는 그렇지가 않죠. 원하는 곳을 찾아가기도 쉽고 빠르게 몇배속으로 돌려도 어느 정도 맥락의 파악은 됩니다. 하지만 오디오는 대충 휘리릭 넘길 수가 없어요.
그리고 세세한 문제점을 찾기도 무척 어렵습니다. 말 그대로 "오디오"이기 때문에 대충 들어서는 안되고 꼼꼼하게 "잘" 들어봐야 합니다. 게다가 직전에 언급한 "편집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특성과 합쳐지면 오디오 편집을 위한 시간 소모는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예를 들어 이런겁니다. 한 문장을 녹음했는데 중간중간 실수로 총 다섯번을 녹음했습니다. 이제 이걸 가지고 편집해서 하나의 문장으로 완성한다고 생각해 보죠. 소리만 들으면서 다섯번의 문장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느 부분을 어떻게 쪼개고 잘라서 붙여야 할지 한번 상상해 보세요.
뭔가 이상하게 녹음된 소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 이 부분이 잘못된 것 같은데?'. 그런데 소리를 귀로만 들어서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디에서 잘못됐는지, 얼마만큼 잘못됐는지 명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오디오 편집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이, 어디에서, 얼마만큼 잘못됐는지 명확하게 "시각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이죠.
어도비 오디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오디오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일단 막귀인데다가 오디오에 관한 지식을 쌓은 적도, 취미를 가져본 적도 없습니다.
오디오 편집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같은 세상에 어느 한 분야에 관련된 소프트웨어가 어디 한두가지뿐일 리가 있겠습니까만, 굳이 "어도비 오디션"인 이유는 어도비 CC를 구독할 때 패키지 안에 딸려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게 이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된 오직 유일한 이유였습니다. 물론 쓰다보니 어도비 프로그램들과의 호환성이 좋아서 매우 편리하다는 점을 발견하기는 했죠.
사실 이 프로그램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제가 쓰는 기능은 손에 꼽을 수 있는 몇가지 뿐입니다. 하긴, 라이트룸이 없었던 시절 썼던 포토샵 역시 사진 크기 조정, 레벨, 커브, 잡티지우기, 글자 넣기 뭐 이런게 전부였던걸 보면 어도비 프로그램들을 쓰는 제 수준이란게 이정도인 모양입니다.
포토샵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복잡하게 쓰려면 한없이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쓰려면 또 한없이 간단하게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죠.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들이 그렇듯이, 아무리 간단한 기능이라도 잘 알지 못하면 무척이나 막막합니다.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집니다. 아주 간단하고 별거 아닌 조작으로도 막강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데, 잘 모르니 어색하고 막막한거죠.
그러니 여러분들은 오늘 이 글을 잘 클릭하신겁니다. 이제 최소한 쩝쩝거리는 소리 정도는 오디션에서 없앨 수 있게 될거거든요.
파일 열기
일단 파일부터 오디션으로 불러와 보죠. 일단 불러와야 뭘 고치건 지우건 할테니까요.
파일을 불러오는 방법은 크게 두가집니다.
하나는 프리미어 프로의 오디오 영역에서 오른쪽을 클릭한 다음 "Edit Clip In Adobe Audition" 이라는 메뉴를 선택하는 방법인데요. 그러면 해당되는 오디오 클립이 (만약 실행시키지 않고 있었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실행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 내에서 짠 나타납니다.
만약 별도의 오디오 파일을 가지고 계시다면 오디션 프로그램 "Open" 메뉴에서 해당 파일을 열어주시면 됩니다.
Spectral Frequency Display
만약 이 프로그램을 처음 실행해 보셨다면 좀 어색하실텐데요. 오늘 알려드릴 내용은 간단한거니까 너무 걱정은 마시고 제가 알려드리는 부분만 잘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본인의 컴퓨터에 나타나는 오디션 프로그램 화면이 여기에서 보여드리는 화면이랑 다를 수 있는데요. 다른건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데, 딱 한가지 켜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에 있는 이상한 모양 그래프가 아마 본인의 컴퓨터에서는 안보일 텐데, 이건 View 메뉴 밑에 "Show Spectral Frequency Display" 라는 옵션을 선택해 주시면 이 그래프 창이 나타날겁니다. 단축키는 Shift+D 입니다.
이 그래프는 소리 파형만으로 잘 파악이 안되는 부분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라는 정도로만 알아 두시면 될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부연설명하자면, 일반적으로 많이 보시는 소리 파형 그래프는 단순히 소리의 크기만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정보의 양이 많이 부족한데요.
예를 들어 소리 파형이 치솟았다고 하면 뭔가 소리가 크기는 큰데, 무슨 소리가 큰지 알 방법이 없죠. 소름끼치는 금속 마찰 소리일 수도 있고, 큰 물건이 떨어지면서 내는 둔탁한 소리일 수도 있을텐데, 여기에서는 그냥 무엇인가 큰 소리가 났다, 라는 정보 뿐입니다.
하지만 Spectral Frequency Display에서 나타나는 그래프는 조금 더 부가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래프의 위아래로는 주파수를 나타내고, 그래프의 색은 강도, 좌우로는 소리의 길이를 나타내는데요. 그래서 아까 예를 들었던 금속 마찰 소리와 큰 물건이 떨어지면서 내는 둔탁한 소리가 여기에서는 구분이 됩니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주파수 대역의 소리이니까요.
하지만 소리의 세기를 직관적으로 보기에는 소리 파형(Waveform)이 더 낫기 때문에, 이 두가지 그래프를 동시에 보면 훨씬 쉽게 녹음된 소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확대 축소 및 타임라인 이동하기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오디오 편집을 하려면 불러들인 오디오 파일의 앞뒤로 왔다갔다 혹은 확대 축소 등을 많이 해야하는데요. 이것부터 알려드려야 이 글의 내용을 따라하시기 수월할 것 같습니다.
일단 확대 및 축소 방법인데요. 소리 파형이 너무 좁아서 잘 보이지 않을 때에는 원하는 곳에서 마우스 커서를 놓으시고 마우스 휠을 올리면 확대가 되고, 마찬가지로 마우스 휠을 내리면 축소가 됩니다.
그리고 원하는 타임라인 위치로 움직이시려면 상단에 있는 막대기(스크롤 바)를 클릭하신 상태에서 좌우로 드래그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는 (특히 확대가 많이 되어 있는 경우) 정확하게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키기가 좀 힘든데요.
그래서 일단 막대기로 대충 원하는 곳으로 이동한 다음, 아래 그래프가 있는 곳에서 마우스 휠 자체를 클릭(마우스 미들클릭)을 한 채로 좌우로 드래그하시면 그래프를 섬세하게 움직일 수가 있습니다. 이건 포토샵에서 스페이스 바를 누르고 드래그하는 것과 같은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Silence
필요 없는 소리를 지우는 첫번째 방법은 "Silence"를 해당되는 곳에 덮어씌우는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묵음을 씌워주는 것인데, 해당되는 곳이 깨끗이 지워져서 아예 아무런 오디오 정보가 남지 않게 되는거죠.
일단 지우고자 하는 부분의 시작점에서 마우스 왼쪽 클릭을 하신 후, 드래그를 해서 끝나는 지점에서 마우스를 떼면 범위 선택이 됩니다.
이제 여기에서 마우스 오른쪽 클릭을 하면 나타나는 메뉴에서 "Silence"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고 소리를 들어보면 소리가 끊어지는 것처럼 들려서 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완벽한 녹음시설이 아닌 다음에야 아무리 소리의 중간 조용한 부분이라고 해도 아예 소리가 안나는건 아니니까요.
Delete
두번째 방법은 아예 해당되는 부분을 잘라서 없애버리는 방법입니다.
아까처럼 똑같이 마우스로 범위 선택을 하시고, 마우스 오른쪽 클릭에서 나타나는 메뉴에서 "Delete"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키보드에서는 범위 선택 후 그냥 Del 키를 누르시면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이렇게 하면 아까 Silence와는 달리 해당되는 부분이 사라지면서 범위 선택 직전 부분과 직후 부분이 서로 붙어서 아주 매끄럽게 이어집니다.
한가지 주의하실 점은, 이 방법을 쓰면 전체 오디오 길이가 잘라진 길이만큼 줄어든다는 점인데요. 그래서 이미 전체 오디오 길이가 확정이 된 상태에서는 이 방법을 이용하시면 안되겠죠.
녹음된 문장 사이와 사이에 잡음이 있어서 이 방법으로 지우려고 하신다면, 잡음 소리가 길 경우 자칫 문장과 문장 사이의 공백이 너무 짧아져서 어색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Auto Heal Selection
다음은 Auto Heal Selection 이라는 기능입니다.
마찬가지로 범위 선택을 하시고 오른쪽 클릭을 하셔서 "Auto Heal Selection"라는걸 선택해 주시면 됩니다. 키보드 단축키는 F 인데요, 그러니까 범위 선택 후 그냥 F 키만 누르면 적용이 됩니다.
이 기능은 프로그램에서 해당되는 부분에 소리를 최대한 위화감이 없이 지워주는 기능입니다. 이 기능을 적용시키고 나면 첫번째 알려드렸던 Silence 보다는 훨씬 더 자연스럽고, 두번째 Delete처럼 전체 오디오 길이에도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기능을 제일 많이 사용하는데요. 그런데 영역 설정시 자칫 잘못하면 소리가 왜곡되면서 외계인이 귀에 속삭이는 것처럼 이상하게 바뀌기도 하니까 살짝살짝 범위를 바꿔가면서 적용해 보시고 결과를 살펴보시면 됩니다.
Spot Healing Brush Tool
마지막으로 Spot Healing Brush Tool 을 사용해서 필요 없는 소리를 지우는 방법입니다.
이건 포토샵에서 잡티를 지우는 기능이랑 거의 동일한 기능인데요. 화면 왼쪽 위에 대일밴드같이 생긴 아이콘을 클릭하면 "Spot Healing Brush Tool"이 선택됩니다. 단축키는 B 입니다.
이 도구를 선택한 후 바로 오른쪽에서 브러쉬 크기를 적당히 정해주시고, 아래 Spectral Frequency 그래프에서 지우고 싶은 부분을 문질러서 없애주시면 됩니다.
이 도구는 매우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는데, 왜냐하면 해당되는 소리의 일부 주파수 영역대만 삭제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여러 주파수 대역의 소리가 동시에 녹음되었을 때, 특정 주파수 대역의 소리만 없애고 싶을 때에는 이 도구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간단하게 쓰기에는 좀 번거로워서 저는 Auto Heal Selection 기능을 더 많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맺으면서
흔히 하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은 비디오 퀄리티가 떨어지는건 괜찮아도 오디오 퀄리티가 떨어지는건 못참는다고 하죠.
물론 이런 작업이란게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소리를 깔끔하게 처리를 해주면 시청자들에게도 그리고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에게도 더 좋을거라 생각을 합니다. 쩝쩝거리는 소리가 별로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안하는 것과 못하는건 다르니까, 혹시 아나요, 이런 기능을 익혀두시면 언젠가는 유용하게 써먹을 일이 있을지도 모르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어도비 오디션을 사용하게된 계기 중 하나가 말씀하신 것과 동일합니다. 프리미어 프로에서 오디오 부분을 만져주려니 한계가 있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다가 사용하게 됐죠.
이제부터 신경쓰시는겁니다! :D
네, 예전에 쿨에디트 만든 회사를 어도비가 인수하면서 내놓은게 오디션이라고 하더라구요.
오디오 관련된 분들이 보시면 코웃음치실 내용일 수도 있는데 칭찬해 주시니 제가 되려 감사합니다. ^^
네, 한번 확인해 보시고 혹시 구독하시는 패키지 중에 오디션이 들어있다면 한번 활용해 보세요. 어차피 내는 돈, 하나라도 더 잘 쓸 수 있으면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