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과 많은 초・중급 연구자들이 잘못알고 있는 참고문헌 선정 기준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1. 참고문헌 대상은 무엇이나 될수 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논문 작성시, 저널이나 저명한 서적만을 참고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론적으로 참고문헌의 대상에 뭐는 무조건 되고, 뭐는 무조건 안되고란 없습니다.
목적과 의도에 합리적으로 부합하면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안된다고 생각하는 위키백과, 나무위키(통칭 위키류), 백과사전, 뉴스, 아동 만화, 심지어 듣보잡 사이트의 익명 게시물도 참고할수 있습니다.
모두가 그렇듯이, 보고서나 논문을 처음 써보는 학부생들은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위키백과를 많이 참고합니다. 그리고 참고문헌에 대해 어설픈 지식을 습득할쯤에, 의도적으로 위키백과를 참고문헌에서 극단적으로 배제합니다. (어설프게 알수록 더 유난떨게되는 경우)
본질을 봐야 합니다. 그 보고서, 논문의 수준 그리고 의도와 목적에 합리적으로 부합하는 참고문헌이 아닌게 문제지, 위키백과나 백과사전을 참고했다는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때부터 논문 내용상 굳이 없어도 되는 내용까지도 일부러 해외의 영문 유명저널에서 찾아서 최대한 많이 채워넣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되면 고만고만한 (특히 비전문가) 사람들이 보기에는 논문이 더 그럴듯해 보이고, 저자 입장에서도 논문이 내용이 더 많아지고 쪽수도 늘어나고, 참고문헌 목록도 그럴듯해 보이지요.
사실 이때가 연구자들이 참고문헌에 대해서 가장 어설프게 알고, 허세가 증가하며, 거품 만들기 좋아할때입니다.
그리고 다른사람의 논문에서 위키나 사전, 혹은 한글 서적 등을 인용하면, 논문 내용도 안보고 무조건 평가절하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소위말해 빈깡통이 요란한거죠.
안일한 시각으로 상대방 논문을 꼬투리 잡기 위해서 참고문헌만 보지 말고, 실제 논문의 내용을 보십시오. 목적과 의도에 합리적이라면, 무엇이든지 참고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목적과 의도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 어떤 유명저널도 참고문헌으로 인용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보여주식 참고문헌 늘리기는 지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참고문헌은 크게 학술적인 근거제시용과 단순한 정보・시사 전달용이 있습니다.
전자는 눈문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참고문헌이고, 후자는 상황에 따라서는 없어도 되는 참고문헌입니다.
저는 전자를 학술적 참고문헌이라 하고, 후자는 시사적 참고문헌이라 칭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학술적 참고문헌과 시사적 참고문헌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3. 학술적 참고문헌은 논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와 뼈대입니다.
따라서 참고대상이 저명한 학술지일수록 설득력이 증가합니다. 혹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위키를 참고했다면 위키내부의 원문 참고문헌을 인용해야 합니다. 내용이 변할수 있는 위키류는 가능하면 피하는게 좋지만, 의도와 목적에 합리적으로 부합한다면 금단의 구역은 아닙니다.
https://www.sciencetimes.co.kr/?news=과학계-위키피디아-인용-급증
모든 논문의 성격은 일률적인 잣대로 규정하려 하지 마십시오. 참고문헌이 하나도 없는 논문도 그 자체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결국 논문의 수준은 논문의 내용이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아무튼 학술적 참고문헌은 엄격한 잣대로 다뤄져야 합니다.
4. 반면, 시사적 참고문헌은 조건이 가볍고, 인용범위 및 활용이 자유롭습니다.
왜나하면 시사적 참고문헌은 논문 주장과 전개를 뒷받침하는 근거용으로 사용되는 참고문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생긴 신조어를 논문에서 언급하고 지나가는 수준이라면, 위키백과 직접 참고도 문제없습니다. 굳이 위키백과 내부의 여러 원출처 중 하나만 선정하지 않아도 되며, 결과적으로 독자의 효율적인 시사정보 획득에 도움이 안될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원출처를 일일히 모두 참고문헌에 넣는것도 넌센스죠. (쪽수 늘리기는 도움되겠으나)
시사적 참고문헌의 경우, 목적과 의도가 확실하다면 저널, 사전, 위키 여부에 연연할 필요 없습니다.
위키의 경우 가장 큰 단점은 내용이 다소 변할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적합한 포인트에서 참고했다면, 논문의 주장과 근거 전개에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논문의 타켓이 대중에게 가깝고, 상식범위거나 시사적인 정보 전달목적이라면 일반적인 백과사전 직접 참고도 무방합니다.
5. 결국 모든 참고문헌은 의도와 목적에만 합리적으로 부합하면 됩니다.
뭐는 무조건 되고, 뭐는 무조건 안되고식으로 접근하지 마십시오.
앞서 말한 학술적 참고문헌과 시사적 참고문헌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의도와 목적에 합리적으로 부합하는지를 파악하면, 이전에 애매하고 찝찝했던 참고문헌 선정 기준이 좀더 명쾌해 질거라 생각합니다.
분명한것은 해당 저널의 심시위원이 단지 위키백과를 참고했다는 사실만으로 논문 전체의 최종 리젝 통보를 하진 않습니다. 그런 사소한 문제는 수정 제출하면 됩니다.
학술적인 부분이라면 심사위원은 관련 내용을 뒷받침하는 다른 참고문헌으로 변경을 요청할겁니다.
혹은 논문 논리 전개에 아무 지장이 없는 부차적이고 시사적인 부분이라면, 내용자체를 빼거나, 내용은 놔두고 그냥 해당 참고문헌 목록만 제외하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걸 읽는 사람이 아니라, 쓰는 사람이 구분 못 해서 문제죠.
그리고 참고문헌 선정에 대한 충분한 개념이 없으면, 독자의 시각으로 논문이나 보고서를 볼때도, 단순히 참고문헌만 보고, 논리적으로 문제 없는 논문을, 일방적으로 평가절하를 하게 되는 폐해가 발생하기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