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사게에 달린 리플 몇개를 보고 모공에 글을 올렸다가 몇몇 분들의 격려 말씀에 힘입어 보완된 형태의 글을 작성하여 봅니다. 오늘, 그 힘들고 힘든 한 학기가 끝나서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과 정신은 여유로운(?) 상태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네요.
우리나라 재벌의 유래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시는 분들이 있으신 것 같아서 글을 씁니다. 소위 한국표현으로 재벌이라는 단어가 영어권에서는 chaebol이라고 표현됩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지요.
일본에서는 Keiretsu, Zaibatsu, 인도에서는 business houses, 라틴 아메리카는 grupos economicos, 스페인은 grupos, 대만은 guanxi qiye, 터키는 family holdings 등 독특한 형태의 표현들이 있습니다. 아울러 이들간에 조금씩 다른 특징들을 보입니다.
일단 이들을 통칭하는 용어는 'business group'이고, 이에 대한 정의는 여러 학자들의 의견이 있으나 "시장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회사들이 단일의 경영 시스템 또는 자본에 지배를 받는 집단"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특성중에는 (1)누가 business group을 지배하는가? (2)각 회사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등으로 차이점을 조금씩 보입니다.
예를들면 한국의 chaebols는 창업주와 그의 직계가족들이 지배하는 형태를 보이지만, 대만의 guanxi qiye는 친한 사람간의 파트너십이나 가족 투자자들에 의해서 지배받는 형태를 보이고, 일본의 Keiretsu는 은행에 의해 지배를 받는 형태를 보입니다.
학자들은 왜 이러한 business group이 생성되는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를 좀 더 학문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시장의 불완전성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중에 하나가 시장의 불완전성입니다. Business Groups의 형태가 많이 출현하는 곳이 대부분 저개발국가 또는 개발도상국가이며, 이런 국가들의 시장은 믿고 신뢰할만한 supplier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즉,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신뢰할만한 회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기능을 그룹으로 내부화 시켜버리면서 거대 group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면,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일본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하지요. 하지만 롯데제과를 설립하기 전에 그보다도 더 먼저 작업을 한 것은 롯데알미늄 회사를 세운겁니다. 과자의 포장지 등을 만들어 납품하는 공급자 중에 믿을 만한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지요.
이는 사회학, 그리고 경영학에서 이어받은 신제도 이론에 기반한 설명이 되겠네요.
(2) 거래비용의 최소화
또 하나의 큰 이유 중에 하나는 거래비용의 최소화(Williamson 1975)입니다. 이는 시장의 불완전성과 맞물린 이유인데, 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다면 여러 공급업자들을 선택할 수 있는 대안들이 있을 것이고 서로 경쟁입찰을 통해 낮은 가격 (또는 적정한 가격)에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을 터이나, 시장이 불완전하면 그럴 수 있는 상황이 못 됩니다. 설령 좋은 품질을 생산하는 공급회사가 있더라도 극 소수일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교섭력이 상승할 수 밖에 없어 거래비용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회사를 M&A하거나 또는 아예 새롭게 만들어버림으로써 거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Business Group 형성의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3) 정부의 경제발전 시책과 더불어 성장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가들은 보호무역 정책을 주로 펴왔습니다. 그와 더불어 정부 주도하에 여러가지 사업기회들을 민간 기업에게 열어 주는데, 대부분의 위정자들이 그 사업기회를 빠른 시간 안에 제대로 발전 시킬 사업자를 물색할 수 밖에 없지요. 그 국가 내에서 규모가 제법 큰 회사들이 그 기회를 많이 잡을 수 밖에 없는데, 이들이 Business Group으로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박정희 정권 시절 철강 산업을 발전시키고자 여러 기업들을 고려하던 중 박대통령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에게 철강 사업을 해달라고 권유합니다. 여러 편의를 봐줄터이니 철강 사업에 뛰어들으라고 하였으나 신격호 회장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사업을 준비하던 1년 사이에, 참모들이 철강산업은 기간산업이므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하므로 제의를 철회하였지요. 어쩌면 지금의 포스코가 롯데철강이 되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4) 모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일부 기능을 분사(Spin-offs)시키면서 재벌로 성장
우리 나라 재벌을 보면 그 태동이 되는 모기업들이 있습니다. 모기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일부 기능들을 외부로 분사시켜서 새로운 계열사를 하나 만듭니다. 그냥 사업부 형태로 두면 될 것을 왜 별도의 독립적 기업으로 분사 시키는 것일까요?
이는 재벌의 오너의 이득과 관계가 깊습니다. 사업부 형태에서 하나의 독립적 기업(계열사)로 분사시키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융자 받기 쉽습니다. 모기업의 담보를 받고요. 더우기 주식을 발행하고 팔아서 자금을 확보하는데 용이하기도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재벌들은 그 발전 초기에 있어 여러 기능을 분사하고 계열사를 만들었었지요. 옛날 삼성그룹의 계열사가 수십개였고 롯데그룹의 계열사가 셀 수 없는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겠네요.
재벌 형태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언급될 수 있습니다.
1. 내부자금시장
먼저 가장 큰 장점으로 내부자금시장(internal capital market)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여러 논문들을 살펴보면 시장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기업보다(Non-Chaebol Firm) 동일 산업내에 있는 그룹 계열사의 회사가 (Chaebol Affiliated Firm) 사업의 투자에 있어 자금의 제약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나있습니다.
다시 말해 독고다이 회사는 Cash flow와 기존에 회사에 유보시킨 자금이 부족한 경우 사업기회가 있어도 뛰어들지 못하는 반면, 그룹 계열사인 회사들은 캐시플로우가 마뜩치 않아도 사업기회가 보이면 그룹 내부에서 자금을 충분히 땡겨와서 바로 사업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어느 회사에 대한 M&A기사들을 살펴보시다보면 "00그룹은 그룹 내부적으로 2조원의 자금을 비축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표현들을 읽으실 수 있을터인데, 이런 내용들이 바로 그룹내부 자금시장과 관련된 이야기들로서 오너와 계열사들 입장에선 상당한 장점을 가지게 됩니다.
2. 내부인재시장
그룹 내부에는 경험이 풍부하고 자질을 갖춘 Talent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Core Business에서 활용되기도 하지만, 그룹이 한 신생회사를 세우고 그것을 꾸려나가고자 할때 새로 세운 계열사로 전보발령을 냅니다. 그 새로 생긴 계열사 입장에서는 시장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독고다이 회사보다 많은 advantage를 갖게 되지요. 경영전략과 조직이론에 보면 Resource Based View (Barney, 1991)라는 유명한 관점이 있는데 이 중에서 Human Resource는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지요.
삼성그룹이 최근 Bio Technology에 뛰어든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삼성에서 새로운 계열사를 만들겠지요. 물론 외부에서 많은 인재들을 끌어오겠지만 초기 시작은 그룹내부에 이미 확보되어 있는 talent들을 투입합니다. 그들은 이미 비즈니스에 충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빠른 시간안에 시장을 개발시킬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요. 이들에 더하여 외부인재들까지 유입되어 일하게 된다면 막강한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독고다이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한계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외에 여러 장점들이 존재합니다. brand sharing, 등등
하지만 이런 재벌 형태에도 심각한 단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Agency Problem인데요.
부작용에 대해서도 추가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글이였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단, 전쟁후 맥아더는 일본 군부세력을 지탱한 이들 재벌그룹을 해체시키는 목적으로
지주회사 를 금지시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재벌이란 단어가 사라지고
지주회사가 없어지다보니 사업을 영위하는 모회사, 자회사 계열 케이레쯔라는 단어가 생깁니다.
요즘엔 일본도 지주회사 금지가 없어지면서 다시 생겨나는 분위기인것 같더군요.
재벌은 Zaibatsu, 자이바추(財閥)에서 유래된 것이 맞는것 같습니다.
일본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
하지만 물론 수직계열화에 대한 비용이 있습니다. Agency Problem을 보다 포괄적으로 이야기하면, 기업이 커질수록 농땡이피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_-) 이를 잘 감시하고 통제해야 하니 감독비용(monitoring cost)이 커집니다. 한편 아웃소싱을 하면 보다 싸게 살 수 있어도(수많은 기업들 중 가장 싸고 좋은 걸 고르기만 하면 되니까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같은 기업 내의 물건들을 비싸게 사주게?하는 문제들도 있지요. 그리고 기업의 조직이 비대해져 빠른 대처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오늘날 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어서 기존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고 재조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저것 다 붙들고 있으면 그런 대처가 어렵죠. 실제로 홍차쪼아님이 말씀하신 내부자금시장, 내부인재시장은 모두 자본시장과 노동시장의 불완전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시장이 다 알아서 해주면 굳이 내부에서 자본이랑 사람들 조달 안 해도 되죠. 시장에서 가장 좋은 사람, 많은 자본을 끌어다 쓸 수 있는데. 오늘날 핵심 역량들만 기업 내에서 보유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하는(애플??) 기업이 많아지는 현상은 경쟁의 심화, 시장의 발달과 관련이 있습니다.
한편 1960년대부터 미국의 대기업들은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요, 세계적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윤율이 저하되자 기업들은 기술적인 관련이 적은 분야로의 다각화를 통해 어려움을 해결하려 하였고 이로 인해 대규모의 M&A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이 결과로 다품종거대기업(conglomerates)이 나타났는데요, 별 관련이 없는 기업들을 한데 묶어놓았다 보니 경영조직의 비효율이 커집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경영진의 전문적인 지식도 부족하고,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과부하가 생기고 경영진들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이래서 M&A들이 나중에는 대거 실패로 끝나게 되었지요.
음, business group을 이야기할 때 수직계열화와 수평적 통합을 구별하여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재벌들을 보면, 수직계열화의 경우도 많지만 서로 관련 없는 사업들도 많이 하죠. 예컨대 삼성은 전자, 의류, 건설, 금융 등등.. 1960~1980년대를 거쳐오면서 정부의 금융지원이나 시장의 자본 등을 재벌이 독점하면서 효율적인 수준 이상으로 재벌의 규모가 커진 감이 있습니다.
1단계. 문어발식 무차별 성장
신규기업창업 및 시장진입이 중소기업에 비해 손쉽다보니, 무차별적으로 영역을 확대하여
자금력으로 밀어붙이기 전략으로 시장 독점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긴다.
이로인해 군소기업 및 자영업의 창업 및 영업이 어려워짐으로써 경제 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
2단계. 세습특권층 탄생
총수일가에게 권력과 재력이 집중됨으로써, 민주주의에 걸맞지않는 세습특권층이 탄생하고,
이로인해 극단적 빈익빈부익부현상이 발생하고, 사회갈등이 증폭된다.
3단계. 실질적인 국가권력 독점
과도한 재력의 집중으로 정치/사법/언론까지 사유화하는데 성공하면,
실질적으로 일국의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재벌일가는 범법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으며,
국가의 자원을 마음대로 전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4단계. 국가의 미래 독점
국가의 미래 및 발전방향까지 재벌의 이익을 위해 바꾸어버리기도 한다.
미쓰이,미쓰비시,스미토모 등 일본의 대표적 재벌들은 제국주의일본의 군국주의화를
일부분 주도하고, 일부분 뒷받침함으로써 성장했다.
*해결책
미국의 독점금지법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하게 비대화하여 국가적 위협요인으로까지 성장한 스탠다드석유회사 등의 트러스트들을
규제하기 위해 탄생한 독점금지법은 독점재벌의 부작용을 어느정도는 완화시켜줄 수 있는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제 major가 경영학이기 때문에 경영학 기반의 아티클들입니다. 경제학과 사회학에서 보는 관점들은 다른 분들이 보충해주시면 좋겠습니당.
* Claessens, S., Fan, Joseph, P.H., Lang, &Larry H.P. 2006. The benefits and costs of group affiliation: Evidence from East Asia. Emerging Markets Review, 7:1-26.
다음으로 보시는건..
* Almeida, H., Park, S. Y., Subrahmanyam, M., & Wolfenzon, D. 2010. The structure and formation of business groups: Evidence from Korean Chaebol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 Shin, Hyun-Han, & Young S. Park, 1999. Financing constraints and internal capital markets: Evidence from Korean Chabols. Journal of Corporate Finance, 5: 169-191
* Chang, S. J., & Hong, J. 2000. Economic performance of group-affiliated companies in Korea: Intragroup resource sharing and internal business transactions.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43(3): 429?448.
그런데 가상의 재벌 KSK와 계열사 CBA가 ㄱㅅㄲ 와 ㅆㅂㅇ의 이니셜로 보이는 건 저만일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