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제가 배움이 짧아 클리앙에 잘 아시는 분이 보시기에 혹여 틀린 곳은 말씀해주시면 반영해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고자 작성한 글로, 현실의 검찰이나 법원을 비롯한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비판하거나 옹호하거나 하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최근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은 사람들에게 무혐의는 무죄가 아니다(...)라고 하는 글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읭??? 했는데 모 배우신 분들이 계신 곳에서도 무혐의와 무죄의 차이를 잘못 써둔 글이 올라와 있는 걸 보고 한 번 정리를 해보려고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모공에 썼는데 글이 길어져서 팁과강좌 게시판에 쓰는 게 낫겠다 싶어서 팁게로 쓰게 되었습니다.
글이 길어지므로 여기에 결론을 미리 적어두겠습니다.
(1) 무혐의는 검찰이 하는 것, 무죄는 법원이 하는 것 (2) 동일 사실과 증명이라면 검찰은 무혐의를, 법원은 무죄 판결을 할 것 (3) 무혐의가 무죄 판결보다 더 좋음
1. 범죄란 무엇인가?
무슨 하얀 바탕에 빨간색으로 가로줄 그어져 있고 한자로 형법총론이라고 써있는 책에나 나올 거 같은 말이지만, 무혐의와 무죄의 의미와 차이를 이해하시려면 먼저 범죄가 무엇인지 아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
한 줄로 말하면, 범죄란 1)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2) 위법하고, 3) 책임이 있는 4) 행위입니다.
도식으로 나타내면 범죄 = 구성요건해당성 + 위법성 + 책임 + (행위)입니다. (행위는 당연하다고 전제합니다. 우리가 행위론까지 공부할 필요는 없으니깐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1) 구성요건해당성이란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함을 말합니다. 그럼 구성요건은 뭐냐? 법에 이러이러한 행위는 징역 몇년 형에 처한다에서 '이러이러한' 부분입니다.(모르셔도 되지만 구성요건과 처벌규정이 한 조문에 있는 경우도 있고, 도로교통법처럼 별개의 규정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형법 제250조 제1항은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사람' '살해' '자'가 각각 범죄를 구성하는 요건인 구성요건입니다.(각각 객체, 행위, 주체입니다.) 그리고 어떤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 것을 구성요건해당성이라고 합니다.
일단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위법성조각사유나 책임조각사유가 없는 이상 일응, 위법하고 유책(책임이 있는)하다고 추정합니다.(조각이라는 말이 어려울 수 있는데, 쳐서 내친다는 뜻입니다. 법률용어 순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최고, 표현대리와 함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예일 정도로 무슨 뜻인지 딱 봐서는 모릅니다 ㅠㅠ)
그래서 2) 위법성은 많이 들어보셨을 정당방위와 같은 위법성조각사유가 없는 이상 인정되고, 3) 책임도 많이 들어보셨을 형사미성년과 같은 책임조각사유가 없는 이상 인정됩니다.
다시 한 번 말하면, 범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 유책한 행위입니다.
2. 무혐의 처분은 무엇인가
통상 무혐의 처분이라고 하지만, (받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는 혐의없음이라고 합니다. 검사는 형사사건을 수사한 후 이를 종결하면서 결정을 하게 됩니다. 검사의 결정은 크게 나누면 공소제기결정(공소제기를 줄여서 기소라고 합니다.)와 불기소결정이 있습니다.(송치결정은 몰라도 됩니다) 그리고 이는 법무부령인 검찰사건사무규칙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 제3항 제2호에 따르면, 불기소결정 중 혐의없음은 가. 혐의없음(범죄성립안됨)과 나.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이 있습니다.
이 중 혐의없음(범죄성립안됨)은, '피의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수사를 해보니 사건이 '구성요건해당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집에서 혼자 울고 있는 행위는 법에서 범죄로 구성하는 요건(구성요건)으로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혼자 울고 있는데 (그럴 리가 없겠지만)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하면, 검사의 최종적인 결론은 이렇게 나옵니다. '혐의없음(범죄성립안됨)'
그리고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은,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는 경우'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게 소위 말하는 증거불충분입니다. 왜 이런 게 있냐면, 형사소송에서는 기본적으로 기소를 하는 검사가 범죄의 입증책임을 집니다. 즉, 검사가 위에서 본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이 피의자(기소 후에는 피고인)의 행위에 있음을 모두 입증해야 하고,(다만 위법성과 책임은 위에서 본 것처럼 추정되므로, 오히려 피고인과 변호인이 방어수단으로 조각사유가 존재함을 다투어야 합니다.) 그 것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해야 하며, 이는 증거로 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307조) 그래서 검사가 보기에 피의사실(혐의를 받는 사실을 말합니다.)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거나 부족하면 어차피 이를 증명할 수 없고, 그래서 애초에 기소 자체를 하지 않는 혐의없음(증거불충분)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검찰사건사무규칙은 동조에서 다른 불기소결정도 규정해두는데, 위에서 본 위법성조각사유나 책임조각사유가 있어 위법성이 없거나 책임이 없는 경우도 범죄가 되지 않는데, 이 경우에는 '죄가안됨'이라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동조 제3호)(물론 그 전에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혐의없음(범죄성립안됨) 결정을 하게 됩니다. 범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하는 순서도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실에서 무혐의 결정(처분)은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이를 증명할 충분한 증거가 없을 때 내리게 됩니다.
3. 그럼 무죄 판결은 무엇인가?
여기까지 오셨으면 무죄 판결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검찰의 결정과 법원의 판결은 서로 대응되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는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본 문구가 나오는데요.
먼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입니다. 이 부분은 '범죄'가 되지 아니한 경우입니다. 즉, 위에서 본 것처럼 1) 구성요건해당성이 없거나, 2) 위법성이 없거나, 3) 책임이 없어서 범죄가 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무죄 판결을 내립니다.(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무죄라고 합니다.)
다음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입니다. 위에 혐의없음(증거불충분)에서도 같은 의미의 말이 있습니다. 즉, 범죄사실(수사단계에서는 피의사실, 즉 혐의를 말합니다. 기소 후에는 공소사실이라고 합니다.)이 검사에 의해 '합리적 의심 없는 정도의 증명'이 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도 무죄 판결을 내립니다.(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라고 합니다.)
정리하면, 무죄 판결은 1) 피고인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위법성이 없거나, 책임이 없어서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 또는 2) 범죄사실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한 경우 내려집니다.
4. 무혐의와 무죄의 비교
도식으로 표현하자면, 위에서 본 것처럼 검찰에서 혐의없음 결정과 죄가 안됨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는 설사 기소가 되었더라도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지게 됩니다. 아래와 같이 대응됩니다.
혐의없음(범죄성립안됨) 또는 죄가안됨 :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무죄
혐의없음(증거불충분) :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
검찰은 무죄가 될 것 같은 사건은 기소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2015년도 전국 1심 평균 무죄율은 0.58%에 불과합니다. 검찰은 확실히 유죄가 아니면(그리고 유죄를 입증할 수 있지 않으면) 기소하지 않고 불기소결정을 하여 사실상 0심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검찰의 결정들이 법원의 판결들과 대응되는 점도 이러한 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혐의없음 결정은 무죄 판결보다 좁은 경우입니다.(무죄 판결은 죄가안됨 결정까지 포함한 경우이므로)
그럼 소위 말하는 무혐의와 무죄 중 뭐가 좋냐? 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무혐의일 겁니다. 일단 기소가 되면 길고 지루하고 번거로운 재판을 거쳐야 하고, 검찰이 기소했다는 것은 유죄를 입증할 확실한 자신이 있기 때문인데 이를 꺽고 1심에서 무죄를 받는 것은 0.5% 정도의 확률을 뚫어야 하는 등등... 당연히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를 받는 것이 백배 더 좋다고 봅니다.
다만, 동일한 사실과 증명의 정도라고 전제했을 때, 검찰은 이를 무혐의로 결정할 것이고, 법원은 이를 무죄로 판결할 것이기 때문에 무혐의와 무죄는 이러한 점에서는 같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5. 결론
글솜씨가 좋지 못해 설명에 한계가 있네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1) 무혐의는 검찰이 하는 것, 무죄는 법원이 하는 것 (2) 동일 사실과 증명이라면 검찰은 무혐의를, 법원은 무죄 판결을 할 것 (3) 무혐의가 무죄 판결보다 더 좋음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두서없이 쓴 글이 이해가 잘 되었으면 하는 건 제 욕심이겠지만... 팁게에 어울리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죄 = 피고소인의 고소내용을 보아하니 피의자가 그런적있음 그러나 죄를 물을 사안이 아님 또는 고소내용과 달리 피의자가 그런적 없음
이렇게 이해하고 있는데 팩트는 체크 부탁드려요.
그러면 무혐의 = 무죄라고 쓰신 걸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다른 부분은 '고소한 내용을 보아하니'와 '고소내용과 달리' 밖에 없는데.... 이것도 내용 따지면 결국 같은 얘기일거고요
'피의자가 그런 적 없음' 부분은 구성요건해당성이 없음 혹은 증거불충분(피의자가 그랬다는 걸 입증할 수 없으므로) / '있지만 죄를 물을 사안이 아님' 부분은 구성요건에 해당하나 위법성조각사유나 책임조각사유가 있음
그런데 본문에서도 썼다시피 후자는 혐의없음 결정의 대상이 아니라 죄가없음 결정의 대상입니다. 즉, (제가 해석한대로라면) 후자는 소위 말하는 무혐의가 아닙니다.
무죄 부분에 이 쓰신 내용도 결국 무혐의 부분에 쓴 부분과 앞뒤가 다를 뿐 같은 내용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팩트 체크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은, 이 내용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검토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도 썼다시피 이 내용은 검찰사건사무규칙과 형사소송법, 그리고 법무부와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하는 교재의 내용입니다.
No_eyes 님이 쓰신게 결국 같은 내용이길래 그걸 언급한 거였어요 ㅎㅎ
대체로 형법과 연이 없으신 분들은 범죄가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으로 구성되는 것을 모르시는 점, 검사의 결정이 구성요건해당성의 결여가 원인인 혐의없음(범죄성립안됨)과 위법성 또는 책임의 결여가 원인인 죄가안됨으로 나눠지는 점을 착안하여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을 설명하고 검사의 결정을 설명하면 좋을 거 같았는데... 말씀대로 꼭 필요한 건 아닌 거 같아 결론적으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차라리 수사 단계부터 판결 확정시까지 절차적인 면에서 비교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네요...
마지막 2줄이 좋네요.
이 경우 이걸 위로 올려놓고 천천히 설명하는 식이였다면
글이 훨씬 좋았을것 같아요 ㅎㅎ
무죄 - 전단(범죄성립안됨) or 후단(증거불충분)
유죄
이라고 이해가 됩니다.
글을 읽고 욕을 하더라도 좀 알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더 생각해 보니 범죄는 성립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나 무죄 받은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하거나 욕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리고 일반인 입장에서는 검사가 기소한 죄목으로는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 (ex. 상해치사인데 살인으로 기소해서 무죄) 도 혼란스럽더군요.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검사가 동일한 사실을 A라고 기소하여 유죄를 받을 수 있는데 B라고 기소해서 무죄 판결이 나오게 되는 경우가 있듯이 검사가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물론 현실에서는 공소장변경으로 이런 경우를 방지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조금이나마 이해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법성이나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범죄성립은 하나 죄가안됨 인가요?
검찰의 혐의없음(범죄성립안됨)과 죄가없음 결정에서 '범죄성립안됨' 부분 때문에 헷갈릴 수 있는데 이건 그냥 검찰사건사무규칙에서 정한 거니 혐의없음(범죄성립안됨)에서 '범죄'라는 단어에 얽매여서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그냥 고유명사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는 게 편할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범죄 = 구성요건해당성 + 위법성 + 책임인데 왜 구성요건해당성이 없는 경우만 '범죄성립안됨'인가 의구심이 들었는데 그냥 검찰사건사무규칙에서 그렇게 정했으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는 수 밖에 없더라구요... 정밀하고 명확하게 고친다면 혐의없음(범죄성립안됨) 부분을 고쳐야겠지만 검찰사건사무규칙이 개정되지 않는 한 검사들도 계속 혐의없음(범죄성립안됨) 이라고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그래서 질문에 답을 하자면, 위법성이나 책임이 없는 경우에도 강학상 '범죄'는 불성립하지만, 검찰의 결정은 '죄가안됨' 결정입니다. 감사합니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 제3항 제2호에 따르면, 불기소결정 중 혐의없음은 가. 혐의없음(범죄성립안됨)과 나.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이 있습니다.
불기소 결정에 '죄가안됨' 부분이 따로 있었군요. 무혐의로 인한 불기소 or 기소 두가지 선택만 생각해서 범죄 없음 결정을 무리하게 무혐의에 끼워 넣어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친절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 제3항 제2호
1. 기소유예
2. 혐의없음
가. 혐의없음(범죄인정안됨)
나. 혐의없음(증거불충분)
3. 죄가안됨
4. 공소권없음
5. 각하
일사부재리의 차이가 있죠. 무혐의는 다시 수사재기해서 다시 기소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검찰규정상 명백한 불기소처분 사안에 대해 재고소나 고발에 대해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허익범이 노회찬 의원을 괴롭힌 사례를 보시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반면 무죄판결은 확정되면 동일사안에 대해서 일사부재리의 원칙상 다시 기소할 수 없죠.
물론 유죄판결을 재심으로 뒤집을 수는 있습니다.
무혐의처분사안에 대해서 다시 수사나 기소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일단 무혐의 자체가 기소 되어 재판까지 가서 무죄를 받는 것보다는 훨씬 우위에 있다고 봅니다. 기소되면 무죄추정이긴 하지만 유죄의 개연성이 높다고도 보거든요.
무혐의(불기소처분)는 무죄추정자체를 논할 수 있는 단계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무혐의죠....
여러가지 사정으로, 다음 중 딱 1명만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할 것인가?
1. 내 사건을 재판할 가능성이 높은 판사
2. 내 사건을 수사할 가능성이 높은 검사
3. 승소 90%를 자랑하는 변호사
저는 2번을 택하겠습니다.
수사단계든 재판단계든 "증거불충분"을 노릴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