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게시판에도 올린글입니다만 몇가지 추가한 내용이 있어 이곳 게시판에 다시 올리게 되었습니다.
PC와 관련된 제품, 특히 수입되는 제품을 사용하다가 무상보증기간 이후에 고장이 났을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작년 봄, 사용하고 있는 외장 스토리지가 HDD를 인식하지 못해 A/S센터로 갔습니다.
시간이 걸리니 연락처 남기라고 해서 전화번호 알려주고 왔습니다.
그 다음날 A/S 센터에서 연락이 왔는데 "부품이 없어서 수리를 안됩니다" 하더군요.
구매한지 1년은 넘어서 무상수리기간은 끝났고 유상으로 수리를 할려고 했는데 "부품이 없으므로 수리가 안된다"란 답변을 들었습니다.
"무상으로 수리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비용을 들여서 수리를 하겠다는데 정식 수입하고 유통 그리고 A/S 센터까지 있는 업체가 무상보증기간이 끝난 제품에 대해서는 부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하는게 말이 되는가?" 이렇게 따졌지만 해당 업체는 부품을 구할 수 없어서 그렇다고만 합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해도 되겠냐고 하니 "그렇게 하세요" 해서 소비자보호원에 FAX를 보내 접수를 했습니다.
다시 업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들도 제조사로 부터 부품을 받아와야하는데 이메일로 문의해봐야 한답니다.
만약 제조사에서 부품을 줄 수 없다고 하면 어쩔꺼냐고 하니 그럼 법규(소비자기본법) 대로 감각상각해서 환불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법규는 강제력이 전혀 없습니다.
업체도 강제력이 없는 것을 언급하며 자기들 사내 규정이 우선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그 다음 연락이 왔습니다.
부품을 받아야하는데 부품비에 관세, 운임비를 제가 부담해야한다고 합니다.
만약 업체가 수리 부품을 보유하고 있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이 있다고 생각해서 좀 낮춰달라고 했습니다만 업체쪽은 안된다고 했고 저는 생각을 좀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다시 연락이 왔는데 제조사에서 부품을 보내줄 수 없다고 한다, 고장난 제품을 제조사에 보내서 수리를 해야하는데 그 운임비와 관세를 제가 부담해야한다고 하더군요.
해당 제품은 업체가 정식 수입하고 유통하며 -그 당시에도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A/S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상보증기간 -1년입니다- 내 고장이 나면 새제품으로 교체를 해준다고 합니다.
문제는 1년이 지난 후에 고장난 제품을 수리하기 위해서 A/S센터쪽에서 수리부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해당업체는 그러질 못한 것이였습니다.
수리를 위한 부품이 없어서 오랜 시간을 소비하고 부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건 아닌것 같아서 감각상각 해서 환불해달라고 했습니다.
이 제품을 이렇게까지 해서 수리를 한다고 쳐도 다음에 또 고장이 났을때를 생각해보니 이건 아닌것 같아 환불요청을 했으나 업체는 거부 했습니다.
고장난 제품은 PC 메인보드처럼 단일 기판 제품이 아닙니다.
수리를 위한 부품이 없어서 발생하는 부가적인 비용을 부담하기 싫으니 환불을 해달라는 요구였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를 하면 3개월 안에 합의를 볼 수 있도록 담당관이 조정을 시도합니다.
업체쪽에서 합의 -감각상각하여 환불해줄것을 거부- 를 하지 않았고 담당관은 소비자 분쟁위원회로 넘길지 물어보더군요.
저는 소비자 분쟁위원회까지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24일 해당 사건에 대한 소비자 분쟁 위원회가 열렸고 저는 월차를 내고 문정동에 위치한 서울지부에 가서 증언을 했습니다.
변호사들, 소비자 단체 사람들, 사업자 단체 사람들 등등 2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해당 업체에서는 오지 않았구요.
지난 월요일 업체는 저에게 환불을 해줘야 한다는 결정문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 결정문 마저도 업체에서 거부의사를 밝혀도 됩니다.
하지만 이 결정문은 업체쪽에 어느 정도의 압박감을 주기에 쉽사리 거부를 할 수 없고 또 15일내에 거부 의사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하여 소비자 보호원에 내용증명으로 보내야합니다- 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쌍방간에 합의가 된것으로 간주되며 그때부터는 집행할 수 있는 강제력을 가집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한 이후로 약 10개월 걸렸습니다.
유선상으로 말하는 건 정식 접수가 아닙니다.
FAX를 보내야만 정식으로 접수가 됩니다.
소비자기본법과 한국소비자원에서 정한 규정들은 전혀 강제력이 없습니다.
수리부품을 일정기간동안 보유해야한다는 규정도 해당 업체가 따르지 않더라도 제재를 가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문 또한 강제력은 없기에 업체쪽에서 거부를 해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다만 소비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문은 소비자가 취할 수 있는 -민사소송을 제외한- 가장 영향력 있는 방법이기에 업체도 이 결정문을 쉽사리 거부하지는 못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업체가 결정문을 거부한다치면 결정문을 받은 날짜로 부터 15일 이내에 한국소비자원에 서면으로 거부의사를 밝혀야 하는데 그리되면 불성립 통지서가 쌍방에 등기우편으로 보내집니다.
이 불성립 통지서가 알려지게 된다면 아무래도 해당 업체의 이미지는 나빠질 수 밖에 없다는 부담감을 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이런 낙관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업체가 결정문의 내용을 받아주지 않을 수 있고 그렇다고 해도 강제력을 띄지 않기에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 없습니다.
결정문을 받은 날로 부터 15일 이내에 한국소비자원에 서면으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합의가 성립된것으로 보고 성립통지서가 쌍방간에 보내집니다.
이때부터는 강제력을 지니게 되어서 업체가 정해진 기일내에 결정문의 내용을 따르지 않는다면 법적인 조치 -강제집행- 가 가능해집니다.
나름 몇가지의 깨달음(?)이 있다면,
1. 업체와 통화할때는 반드시 녹취를 해야합니다.
자신이 대화하는 내용, 즉 유선상의 대화를 녹취하는 건 상대방의 동의가 없어도 됩니다.
업체가 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자신이 어떤 말을 했는지 후에 사실관계 판단할때 큰 도움이 됩니다.
2. 한국소비자원 담당관에 장황하게 자신의 입장을 말하기 보다는 핵심을 잘 정리해서 알려줘야 합니다.
담당관은 해당업체와 연락을 하고 조정을 시도하는데 소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다해주는게 아닙니다.
담당관은 소비자의 이야기를 듣고 업체에 조정에 필요한 부분을 간추려서 말한다고 생각하시면 될것 같습니다.
해서 모든 이야기를 해주길 바라기 보다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정리해서 담당관에게 말해주는게 좋습니다.
3. 한국소비자원의 규정과 소비자 기본법이 강제력이 없기에 실효성이 없다지만 그렇다고 영향력이 없는것도 아닙니다.
담당관의 이야기에 따르면 대기업이나 규모가 큰 업체의 경우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되면 소비자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것이 아니라면 대체로 합의를 해준다고 합니다.
기업 이미지 관리 상 소비자의 주장이 근거가 있다고 판단되면 무리하게 합의를 거부하기 보다는 소비자의 요구하는 바를 들어준다고 하더군요.
4. 수입되어 판매되는 PC 부품 혹은 주변기기일 경우 A/S 센터쪽 직원보다는 영업팀 직원과 이야기 하는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결정문이 해당 업체로 보내진 후에 영업팀 직원이 연락을 해왔는데 그전에 A/S 센터 직원과는 확연하게 달랐습니다.
처음부터 영업팀쪽으로 연락을 취했다면 훨씬 빨리 마무리 짓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5. 만약 소비자 분쟁조정위원회까지 가게 된다면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는 당일 반드시 참여하셔서 본인의 이야기를 하시길 바랍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만, 끝나고 난뒤 곧바로 결정문을 작성하게 됩니다.
즉, 곧바로 결론이 나는 셈인데요, 그 직전에 소비자의 입장을 충분히 말하는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만약 소비자가 불참하고 업체는 참석을 해서 업체쪽의 이야기가 결정문 작성직전에 위원회에 전달되어진다면?
사실 소비자 분쟁위원회까지 갈때까지 별다르게 시간낭비를 하거나 신경쓰실건 없습니다.
그날 단 하루만 참석하면 되는 것이니 반드시 가셔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시길 바랍니다.
6. 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로 민사소송을 대행해주는게 아닙니다.
생활보호대상자나 국가유공자의 경우 무료소송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일 경우는 법률적인 조언만 구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또한 소액 민사소송의 경우 조정위원회가 열려서 합의를 시도하는데 이 조정위원회가 소비자 분쟁조정위원회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고 만약 소비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문이 있다면 어느 정도 영향력을 줍니다.
하지만 민사소송를 진행하게 되면 인지대 비용이 발생하는데 합의를 하게 되면 그 인지대 비용은 온전히 자신이 부담하게 됩니다.
소송까지 가서 승소하면 그 비용까지도 청구가 가능하겠지만 그 전에 합의를 하게 되면 상황에 따라선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됩니다.
제가 구매한것은 외장 스토리지이고 PC M/B처럼 단일 기판이 아닌 여러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제품입니다.
CPU나 RAM등 단일부품의 경우 사실상 수리가 힘들기에 품질보증기간만 있고 그 뒤에 대해서는 업체가 정한 규정대로 진행되지 않나 싶습니다.
진짜 이렇게까지 하는건 돈 때문에 하는게 아니죠~
하는짓이 괘씸하고 짜증나서이고~
더 크게 보자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함입니다.
저도 작년에 분쟁에 휘말렸던 적이 있는데...
패소할 경우 분쟁금액보다 훨씬 큰 금액(변호사 비용 등)을 손해 볼 리스크를 안고
민사소송으로 갔습니다.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까지 생각하면 포기하는게 나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당하면 평생 억울 할 것 같더군요~
결론은, 재판까지 안가고 조정에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만족할 만한 조정 결과는 아니었지만, 억울하게 당하지는 않았다는 것과
좋은 경험했다는 걸로 위안을 삼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소비자 보호에 대한 강제력이 터무니 없이 약한 나라라,
개인이 정말 달려들지 않고서는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기 힘든것 같습니다.
꽤 부담 되시는 일이었을텐데, 좋은 사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가끔 저런 업체 만나면 하고 싶다는 생각 들다가도 포기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법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기업은 배째도 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주셔서 감사합니다.
보통은 귀찮아서 포기하기도 하고
해결돼도 귀찮아서 이렇게 정성스럽게 글 올리기 쉽지 않은데
두 가지 모두 해내셨군요.
추천드립니다.
업체는 이런 번거로운절차를 알기에 끝까지 개기더군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