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에서 운영하는 텃밭에 당첨되서 4월부터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모종 대신 씨앗을 심어서 이제 작은 싹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월요일에 갑자기 기온이 낮아져서 새싹들이 냉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늦은 시간 (밤 10시 30분경) 텃밭으로 갔습니다. (AI에게 물어보니 영하가 아니라고 갑자기 기온이 낮아지면 냉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텃밭에 밤에 간 건 처음인데 가로등이 있기는 하지만 매우 어두웠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입구에서 갑자기 사람을 마주쳐 잠깐 깜짝 놀랐습니다. (참고로 그 사람은 젊은 백인 청년)
그 사람은 텃밭을 돌며 산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집에 있던 뽁뽁이 비닐을 새싹 위에 덮고 돌맹이로 고정하려고 주변에 돌맹이를 모았습니다.
그동안 그 사람은 계속 텃밭 주변을 돌고 있었습니다.
씌우려는 비닐 크기가 안 맞아서 가위로 자르려고 하는데 산책하던 사람이 조용히 다가와 핸드폰 플래시로 비춰줬습니다.
고맙다고 말은 했지만 뭔가 사소하지만 사소하지만은 않은 친절에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더 무슨말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처음에 마추졌을 때 흠칫 놀랐던 것, 왠지 그 사람 혼자 조용히 산책하는데 방해한 것 같다는 생각.
처음 보는 낯선 사람과 말섞는데 익숙하지 않은 성향 탓, 그리고 외국인이라 의사소통에 대한 부담감이 더해서 충분히 고마움을 표하지 못한 것같아 주절거려 봤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대처하셨을지 궁금합니다.
늘 인사성이 부족한 일인.
작물이 나면 나눠준다고 하거나 아니면 그냥 지금 키우고 있는게 어떤 작물인지 소개해주면서 고맙다고 할꺼 같아요 뭐 캔커피같은거 있으면 주면 좋고
그리고 호의를 갚는 행위는 빚을 갚고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런 호의를 받았다는 것을 인생에 기억으로 남기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죽기 전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인생의 흐뭇한 장면으로 기억에 남기는 것이죠.
그래서 나중에 볼 일이 있으면 반색을 하고 (위의 세 배 원칙) 그 때 기분이 좋았다, 의외의 도움이었다고 말하시면 됩니다. 캔 커피를 사 마시러 같이 가져도 좋고요. 캔 커피를 마시면서, 열심히 달리기를 하면서 자기 관리를 잘 하시는군요 등으로 그 사람의 장점을 통찰력있게 본 것으로 추켜세우시면 이야기가 술술 풀어집니다. 그 사람도 밤에 텃밭에서 만났던 사람과 그런 이야기를 했던 사실이 인생에 작은 기억으로 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