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간 추돌사고를 당했습니다. 저는 당연 승객이구요.
안전벨트를 했지만 얼굴을 앞 좌석에 받았구요. 버스 전면부는 유리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으로 거의 박살이 났더군요.
탑승자는 전부 경상이지만, 피를 쏟은 승객이 꽤나 많았습니다.
아마 목이나 허리 불편해진 분들 많을겁니다. 저도 코피가 쏟아져서 옷을 상당히 버렸거든요.
그런데 천만다행으로 저는 자고 있지 않고 차가 박는걸 눈으로 다 지켜봤습니다. (그때의 공포감이란....이러다 죽는거 아냐 싶더군요)
그래서 CT, 엑스레이 찍어보니 골절은 없다고 합니다.
다시 제가 사는 곳으로 와서 한방병원 갔더니....이거 완전히 나일롱 환자 양성소더군요.
무조건 입원하랍니다. 언제 도질지 모르니까요.
하루 진단받고, 한약 처방받고, 침치료, 한약재 주사 등 맞고 왔습니다.
솔직히 한방병원 입원이 합의금 받기에는 최적의 조합이라고 하던데...저는 한의학을 근본적으로 불신했고 의사들도 정말 믿음이 안가더라구요.
그래서 그 담날 정형외과를 갔더니....전치 2주 나오더군요. 그냥 타박상으로요.
입원하는게 좋냐고 물어보니까 조금 난감해하면서 맘대로 하셔도 되는데 좀 애매하다~라고 해서 저도 입원 안한다고 했습니다.
문제가 주변에 물어보면 열이면 열 다 입원하지 왜 바보처럼 입원 안하냐?라고 혼났습니다.
주변 분들 말씀도 맞긴하죠. 교통사고는 사고후 1주에서 1달뒤에 갑자기 도지는 경우가 많은데 1주일 이후에 가면 나일롱 환자로 취급되어 병원에서도 거부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무조건 입원하고 보라는 것도 아주 틀린 조언은 아닌거 같더라구요.
사실 지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멀쩡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현재까지는 일단 몇군데 멍든데 조금 아픈거 외에는 크게 불편한게 없습니다.
크게 3가지 방법이 있겠죠.
1. 아파 죽겠다고 하고 병원 입원
2. 그냥 일주일에 한두번 정형외과 가서 물리치료나 잠깐 받기
3. 아예 모든 진료 중단
1번은 사실 지금 계획에 없구요. 합의금 1-2백만원 더 받으려고 멀쩡한 몸으로 누워있는거 도저히 양심상 못하겠습니다. 답답하기도 할거 같고....2번으로 갈까 하는데 이때 합의금은 아주 소액이려나요??
3번으로 가면 아예 합의금을 안주는건 아닐까 싶더군요.
정말 두려운건.....제가 양심적으로 입원안했는데 1-2주 지나서 어디가 크게 아픈 경우입니다.
이때는 진심 아픈데 나일롱 환자 취급받을게 뻔하거든요. 병원에서 입원도 안시켜준답니다.
저는 부당한 이익을 받을 생각은 없는데...
교통사고로 인한 스트레스, 주말 및 1주일 이상 회사업무도 못하고 그냥 아까운 시간들 날린것들, 그리고 자잘한 경비들(피묻은 옷들 세탁비, 스마트폰 액정 교체비, 이런저런 교통비 등등)과 위로금 등은 받아야 할거 같아서요.
제가 어떻게 해서 어느정도 합의금 받으면 그냥 적당히 합리적으로 처리했다는 소리 들을 수 있으려나요??
혹시 저랑 비슷한 상황에 처해보신 분 계시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PS) 참고로 합의는 1달 이내 할 생각 전혀 없습니다. 합의금 높이기 위한 꼼수가 아니라 1달 이내에 큰 병 도질까봐 그게 항상 걱정이거든요.
최대한 본인 몸 생각하시는 게 맞습니다.
양심상 여러 기타 피해 보상은 못 받으시더라도 최대한 병원 치료는 오래 받으시는 걸 권합니다.
사고난지 3일 지났는데 너무 멀쩡해서 저도 좀 당황스럽습니다. 몇군데 멍든데가 누르면 아프긴 하지만....
오늘도 정형외과 가서 그냥 물리치료나 해주세요~ 하고 억지로 받고 왔어요. 사실 안받아도 될거 같아서요.
그렇다고 보험사에 저 안아파요~ 집에서 그냥 쉴께요. 이랬다가는 그냥 아주 만세 부르실거 같고...
안아픈데 물리치료 계속 받아야되나 싶기도 하고...
혹시 나중 일때문에 정직해지고 싶어서 정직할수가 없는 구조더군요.
그냥 정신적으로 짜증이 납니다. 1년 지나서도 어딘가 아프면 혹시? 이런 피해의식 들거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이번 일로 인생이 참 허망하다 싶더군요.
사실 고속버스 교통사고로 다칠 확률이 매우 낮은데 그런일이 나한테도 일어날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섭더라구요. 나이들수록 왜 세상이 점점 무서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실제 지출한 비용 영수증이나 잘 챙겨놔야겠네요.
만약 제가 몸이 멀쩡하다면 기본 치료만 해주고 합의금이 없거나 아주 소액이라는건데....
입원 안했다고 쥐꼬리 만한 합의금 준다는게 나이롱 환자는 어쩌면 보험사에서 만드는거네요.
막말로 고속버스 안에서 인생에서 겪어보지 못한 공포 느꼈다는거 자체로 위로금을 줘야 하는거 아닌가 싶거든요.
그리고 이래저래 정신적 스트레스, 시간낭비 이런거는 돈으로 측정하기 힘들겠지만 이것도 엄청난 손해이구요.
뭐 법이 그렇다니 어쩔수 없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