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환상적이었던 일요일 저녁, 운동을 마친 후 샤워를 하고 나오니 아내가 양고기와 소갈비살을 굽고 있었습니다. 어떤 와인을 마실까 고민하다 셀러에서 꺼낸 와인은 바로 일리아다 레드와인 이었죠.
일리아다 레드와인의 정식명칭은 '일리아다 카베르네 소비뇽 템프라니요 시라(Iliada Organic Cabernet Sauvignon Tempranillo Syrah )' 입니다만 너무 길어서 저는 일리아다 레드 라고 칭하겠습니다. 이 와인은 스페인의 발렌시아 DOP 와인인데요. 발렌시아는 스페인의 동쪽에 위치한 와인생산 지역이죠. 발렌시아 와인 은 가성비의 천국으로 저렴하지만 훌륭한 와인이 아주 다양하게 나오는 지역입니다. 모스카토도 있는데 알코올이 15도가 넘는 하드한 것 부터 5.5%, 4,5%의 저도주도 많이 나오고 있죠.
Anecoop 이라는 와이너리의 와인인것 같은데 여기는 수도 없이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는 곳 입니다. 일리아다 레드는 완전 유기농 와인으로 비건 인증까지 받은 와인이라고 하는데요. 비건 인증을 받으려면 동물성 비료를 사용해서 포도를 재배 한다던가 와인을 만들때 동물성 원료, 즉 계란 같은 것을 사용해서 청징 과정을 하면 안됩니다. 비건와인 이라는 인증은 유기농와인 인증을 받는 것 만큼이나 까다로운 일이에요.
일리아다 레드는 양갈비와 소갈비살과 정말이지 너무 잘 어울리는 와인이었습니다. 특히 양갈비와 잘 어울렸는데, 그거 아세요? 소고기와 잘 안어울리는 레드와인은 거의 없지만 양갈비는 잘 어울리는 레드와인을 생각보다 찾기 어렵습니다. 즉, 소고기는 레드와인의 매칭이 정말로 쉬운 편이지만 양고기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죠. 특히 양고기에서 나는 향신료 향과 누린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레드와인 매칭을 잘못할 경우 이와 같은 좋지 않은 냄새가 강해집니다.
아울러 양고기는 질감 때문에 잔류 당분이 있는 와인이나 너무 무거운 와인과 매칭하는 것도 별로입니다. 특히 호주산 쉬라즈 중에 찐득한 것들과는 되게 안 어울리더군요. 그러나 프랑스의 론 지역 시라 Syrah 품종이나 그르나슈 품종과는 아주 잘 어울리는데 너무 바디감이 강하지 않은, 미디엄이나 라이트 바디의 와인이 의외로 잘 맞더군요. 피노누아나 보졸레의 가볍고 후레시한 와인도 썩 잘 어울리는데 가성비가 좋은 것이 흔치 않아서 저희 집 셀러에는 고가의 명품 피노 몇가지만 있는데요.
양갈비와 잘 어울리면서 가성비가 좋은 저렴한 와인은 뭐가 있을까 늘 고민하는데 이번에 확실히 그 해답을 찾은듯 해요. 일리아다 레드는 그냥 마실때도 나쁘지 않지만 시즈닝한 양갈비 구이와는 퍼펙트한 마리아주를 보여줬습니다. 이 와인은 양갈비의 누린내를 중화시켜 주고 잡내를 완전히 잡아주는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도 연육을 해주는 느낌이 있어 고기를 씹으면 씹을수록 부드러우면서도 감칠맛을 주었습니다. 아울러 와인에서 느껴지는 과일 향이 양갈비를 만나자 보다 한차원 다른 고기의 육즙 향으로 변했는데 이것 때문에 고기의 맛과 향이 와인과 함께 부스트 업 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장점으로 완전히 변하게 하는 마법을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생협 자연드림 매장에서 구할 수 있는데 가격도 아주 좋습니다. 저는 세일할 때 한박스 사왔습니다. 만약 이 와인을 드셨는데 느낌이 별로셨다면 양고기와 드실것을 강추합니다. 예전에 얼리지 않은 냉장유통 양갈비는 코스트코에서만 구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이마트건 어디건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요. 냉동이든 냉장이든 상관없이 양고기랑 드세요.
아울러 일리아다 레드는 소갈비살 하고도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소고기는 앞서 설명했듯이 잘 안어울리는 와인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웬만한 레드와인과 잘 어울리니까 소고기 드실때 이와 같은 저렴한 레드와인과 함께 하시면 참 좋죠.
저녁 나절에는 선선한 바람이 부니까 거실, 주방 창문 열어놓고 음악과 함께 양고기와 와인 한잔 하시길 바랍니다. 정말 멋진 시간이 펼쳐지니까요. 캠핑 가셔서 고기 구워 드실거면 더더욱 이 와인 한병을 꼭 챙겨가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