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0790522CLIEN
1년 반 동안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을 사용하고 느낀 점을 간단히 적어봅니다.
평생 쿼츠만 사용하다가(카시오, 쥐샥, 스카겐 등), 몇 년 전 40대 접어들며 기계식 시계에 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해서 이런 저런 브랜드를 둘러봤는데 (실은 아직도 잘 모릅니다. 그냥 메이커 이름이나 아는 정도..), 가는 손목엔 페이스가 너무 크거나, 크로노 있는 것들은 잘 안 어울리고, 이런저런 업그레이드와 그렇게 하기 위한 기웃거림과 학습으로 시간과 에너지 낭비가 싫어서 롤렉스면 변덕 안부리겠지.. 하고 막연한 생각만 하며, 데일리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찾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쥐샥으로 2년 정도를 더 지냈습니다.
그동안 부산 신세계 센텀 매장에 갈 일이 있으면 매장에 들러서 한번씩 구경만 하던 중, 현재 사용중인 제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엔, 사소한 디테일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발길을 몇 번 돌렸지만, 구입을 하게 된 모델은 제가 원하는 조건을 다 갖고 있었습니다.
원했던 디테일들은 확고했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이대로 다 적용하면 선택의 폭이 많이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롤렉스에선 구형에어킹이나 익스플로러1 정도?)
1. 용도: “매일” 사용해야 하므로 사용하기 편하면서, 정장과 캐주얼 모두에 어울리며, 담담하고 보수적인 이미지에, 회사원이 업무할 때 착용 가능하고, 롤렉스 티(?)가 좀 덜 날 것.
2. 크기: 36 mm. 40 mm 이상 제외.
3. 재질: SUS 또는 Platinum. 골드 색상 제외.
4. 베젤: 돔드. 플루티드 제외.
5. 기능: 데이, 데이트, 크로노 제외.
6. 다이얼: 밝은 색상의 다이얼.
7. 인덱스: 바 인덱스. 369 제외.
8. 브레이슬릿: 오이스터 브레이슬릿. 주빌리 제외.
여러 종류들을 이것저것 시착도 해보고, 구체적인 모델이 정해진 뒤인, 마지막 한 달 정도 인터넷에서 가격, 사용법, 유지비, 광고 등을 세세히 찾아보고, 실제 사용하는 분들께 쪽지로 질문도 하다가, 확신이 생긴 뒤, 2015년 12월에 구매로 진행 했습니다.
구입 이후로 현재까지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생각하고 매일 잘 사용하고 있고, 만족감도 무척 큽니다. 전파시계나 휴대전화 같이 정확하진 않지만, 나름의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롤렉스만의 스토리, 부드럽게 흐르는 초침 (4 Hz…), 보석 같이 세밀하게 다듬어져서 끊임없이 나는 광택, 기계식임에도 일오차가 거의 없는 정밀도...
남자든 여자든, 시계를 좋아하든 아니든, 롤렉스인지 알아보든 모르든, 누구나 잠시 눈이 제 손목에 고정될 때가 있습니다. 롤렉스임을 한 눈에 알아보는 눈길보다, 반짝이고 정밀하게 잘 다듬어진 물체에 본능적으로 눈이 머무르게 되는 것 같은데, 그런 상황 자체가 흥미 있습니다. 매일 하루의 공식적인 일과는 시계를 차며 시작되서, 시계를 풀며 마칩니다. 카시오나 쥐샥은 이미 중고 판매를 해서 이제 남은 손목 시계는 이게 유일합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해질 무렵 퇴근길 운전을 할 때, 왼쪽 손목에서 느껴지는 적당한 무게감과 색, 그리고 빛... 그게 그렇게 질리지 않고 좋습니다.
50세 기념엔 또 다른 걸 질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요마...?)
https://www.rolex.com/watches/find-rolex/man.html
반갑습니당.
제 취향도 어느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고 몇 년 동안 조금씩 쌓인 거 같은 느낌입니다.
다음달이면 3년 되는군요. 중간에 몇 주는 좀 질리는 거 같다가, 또 그 시간이 지나면 또 좋다가, 한동안 무뎌지다가, 다시 좋다가.. 그렇게 제 시계가 되어가나 봅니다. “매일” 사용하고 그만큼 만족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