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에 별 관심 없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역사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어서 저는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하락장을 보면서, 비트코인 역사에 나름 한 획을 그은 사건인 "BearWhale 대첩" (Slaying of the BearWhale)이 생각나서 공유 드리고자 합니다. (해외에서는 "큰손"을 "Whale(고래)"라고 부르고, "Bear(곰)"는 원래 "약세"를 뜻하는데 이 경우는 "매도"를 뜻하겠지요)
2014년 10월 6일 우리나라 시각 16:00시, Bitfinex 호가창에 매수 주문이 싹 사라지면서 30,000 비트 짜리 매도벽이 $300불에 올라갔습니다. 30,000개 코인은 당시 비트코인 전체 발행량의 0.2%, 글로벌 전체 1일 거래량의 10% 수준의 어마어마한 물량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그 동안 하락장에서 자주 출몰하던 작전 세력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벽을 치우지 않자 사람들이 당황하기 시작 했습니다.
당시 상황이 2013년 11월 $1,100불 버블이 터져 2014년 5월까지 6달간 지속된 공포 장세에 $450불까지 죽 내려갔다가, 6월 $650불까지 반등하면서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는가 싶더니, 다시 4개월간의 2차 약세장에 $300불대까지 빠진 절망의 극이었습니다. 또한, 그 동안 전 세계 단타 세력이 하이에나처럼 몰려들어 개미들을 가두리 쳐놓고 탈탈 털어먹은 게 거의 1년째에 접어들었던 때였습니다.
지난 1년간 우리를 괴롭힌 "BearWhale"이 또 매집에 나섰다고 보는 의견, 그 놈이 아니라는 다른 세력이 나타난 거라는 의견, 세력이 벽을 세워 놓고 거래소 접속 끊겨서 당황하고 있다는 의견(?), 작전이 아니라 진짜로 누군가가 Exit하는 거라는 의견 등등 여러가지 설이 난무했습니다. 작전 세력이라면 체결가가 근접하면 벽을 위로 올릴테고 Exit하는 큰 손이라면 천천히 분할매도 할텐데, 도데체 큰 벽을 세워놓고 조금씩 갉아 먹히게 놔두는 이놈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논란이 오가는 가운데, 천천히 벽이 조금씩 줄어들었고 거래량이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속도가 점점 붙으면서 모두가 "장벽을 허물자!" 하면서 영차영차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6시간의 혈투 끝에 22:00시경 마지막 거래량이 폭발하면서 벽은 녹아내렸고 가격은 순식간에 $345불까지 로켓을 탔습니다. "지난 1년간 개미를 괴롭힌 세력을 모두가 힘을 합쳐 드디어 무찔렀다"며 Reddit은 감동의 물결로 가득 찼습니다. 물론, 이후 가격은 다시 조금 더 하락해 2015년 1월에 최종적으로 $200불에 저점을 찍었지만, 이 사건을 기점으로 1년 동안 계속된 공포장 심리를 털고 기나긴 횡보 장세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BearWhale 대첩"을 기념해 유저들이 만든 작품]
올해 5월, Bearwhale이 갑자기 Reddit에 나타나 본인의 사연을 글로 남겨 화제가 되었습니다. https://www.reddit.com/r/Bitcoin/comments/6d2tp1/i_am_the_bearwhale_uasf_now/
본인은 작전 세력이 아니고 비트코인의 비전에 공감해 $8불이던 시절 올인해서 그때까지 존버했던 초기 투자자였다고 합니다. 당시에 Exit한 이유가 가격 하락을 더 이상 버틸수 없어서인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Core 개발자들이 추진하던 개발 방향이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서 였다고 설명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비트코인이 $1,000불을 다시 찍으면서 다시 관심을 가지고 리서치를 해보니, Github에 개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Segwit 등 관련 Core의 개발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게 오판이었다고 고백 했습니다.
5/27일 기준으로 다시 비트코인에 올인한 상태라고 합니다.
ㄷㄷㄷㄷ
저 시기를 지난 사람들은 확실히 지금 이 시기를 웃으며 넘길 수 있겠네요.
코인장의 역사 또한 정말 재미있는게 많네요. 앞으로도 좋은 얘기 많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당 ㅎㅎ
모든 행동에 이런 스토리가 따른다는 것 같습니다. (너무 거창한가요?)
스토리가 있는 게임이, 스토리가 있는 IT회사가, 스토리가 있는 정부가 사랑을 받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