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테니스 대회는 테니스 3년차였습니다.
철저히 독학이었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서 엉망이었고, 예선을 가볍게 6:0 / 6:0으로 정리당하고 집에 왔죠. 미친 긴장감 속에서 정말 무력하게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한 경험이었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그래도 여러 대회에 나갔습니다. 대학 졸업 전 대학오픈들이나, 대학 졸업 후 대회등을 나가면서 몇몇 기억이 쌓였죠. 이를테면 전국대회 16강이라던가, 단식대회 8강이라던가, 혹은 지역 시 대회 단체전 우승 같은 기억들이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사람의 기억이라는게 참 간사한게,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는데 다만 크게 한가지 변한건 침착함과 여유입니다. 플레이를 하면서 기술적으로 나보다 뛰어난 상대를 만나거나, 혹은 파워 자체가 차이나거나, 혹은 체격 자체가 크게 차이나는 경우 등에 이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바뀐거죠.
전 체격으로만 치면 멸치에 가까운 타입이고, 이때문인지 아직도 대회에 나가서 체격이 크게 차이나는 상대방을 만나면 왠지 조금 쫄고 시작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직전의 부천 대회에서도 키가 190정도나 되어보이는 상대방을 만났을때 와 저런 사람은 서브를 대기만 해도 머리까지 튀어오르겠네 싶은 마음이 있죠.
이런 심리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방법은 그 위에 가보는 방법밖에 없나 싶습니다. 태생이 침착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저같이 쉽게 쫄고 그게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결국 그런 사람들을 이겨본 경험이 이후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에 영향을 끼치게 되더군요.
헌데 이게 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서, 예전에 친하던 코치 형은 그냥 너보다 강한 사람이랑 붙어 대회에 나가 그런 사람을 한번이라도 이겨보는게 더 큰 결과를 불러올거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오픈부에 부사수로 나가서 입상한 사람들이 신인부에 사수로 나와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는 것들을 보기도 합니다.
다만 확실한건 전국대회 32강에 주기적으로 들어가게 된 이후부터는 예선 경기는 보다 편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다는거,
그리고 입상 이후에는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그렇게 넘기 힘들었던 32강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넘어가게 되었다는걸 생각하면 분명 이긴 경험이 이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