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성씨의 글인데, 공감해서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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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항상 주식시장에서는 나만 돈을 잃을까
어제 한 커뮤니티의 주식 게시판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유저 한 명의 부고가 올라왔다. 다들 댓글로 조의를 표했지만, 아무도 그 맥락에 대해 묻거나 따지지 않았다. 모두가 짐작으로도 충분히 알 만한 사정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상승장에서 벌어들인 상상 이상의 큰 금전적 수익, 그 끝에서 찾아온 허무감과 미수, 신용의 유혹, 그 유혹에 발을 들이자마자 악마처럼 홀연히 나타난 하락장. 모든 것을 잃고 끝에 남은 암흑.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아주 흔한 풍경이다.
매번 시장이 크게 조정을 받아올 때마다 했던 이야기이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대규모 하락장은 이토록 무섭다. '규약' 과 '벤치마크' 에 따라서 운용되는 기관투자자와는 달리, 멘탈이 쉽게 흔들려 여유 현금을 섣불리 소진하고 빚까지 끌어 쓰기 바쁜 개인투자자들에게 하락장의 리스크는 제곱 그 이상이다.
계좌가 녹아내리고 멘탈이 탈탈 털려나간 사람들은 손쉽게 한 가지 행동 패턴에 쉽게 빠져든다. 바로 어딘가에 존재할 '시장 하락' 의 주범, 즉 빌런을 찾아 이 빌런을 처단하고 나의 계좌를 복구해 내라며 총궐기를 여는 것이다. 그간의 시장 경험으로 볼 때 총궐기가 열리는 시점은 사실 진바닥도 아니다. 궐기대회에 나올 여유마저 없어져 우울하게 다들 집에 틀어박힐 때가 바로 시장의 진바닥이라는 것은 이미 주식시장의 역사에서 수십 차례 검증된 바이다.
하락장은 대응할 수 있는가? 없다. 굳이 슈카월드의 명대사를 빌릴 필요도 없이, 하락장은 원래 대응을 못 한다. 당연하겠지만 이것저것 보장하고 아무거나 개선하라고 정부에 요구한다고 해서 그게 하락장의 대응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하락장에서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행동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최소 전체 금융자산의 20% 이상의 현금을 항상 유지한 채로 본인이 설정한 기준까지 주가가 하락하기를 기다렸다가 저점 매수 기회를 노리거나,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가망이 없거나 시장의 내러티브가 바뀌겠다 싶으면 빠르게 손절을 하여 현금을 확보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시장에 널부러져 있는 저평가된 싼 주식을 빠르게 탐색하는 것이다.
왜 이것만이 좋은 행동인가? 당연하지만, 이런 행동을 통해서만 녹아내린 계좌를 복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락장에서는 계좌의 회복을 항상 최우선에 두어야만 하고, 계좌의 회복은 오직 여유현금으로만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포모가 쎄게 오는 상승장이라고 해도 늘 보험으로 현금을 남겨 두어야 한다. 현금의 중요성은 그만큼 크다. 그리고 이는 장이 멜트다운 될 때 얻어터져 본 사람들은 뼈에 새겨놓고 다니는 사실이다.
여기서 현금이 없었다? 그럼 하락장에서 속절없이 두들겨 맞는 건 일차적으로 본인 탓이다. 자기 책임이라는 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하락장에서 남들보다 크게 얻어터졌다는 것은 그만큼 더 비싸게 샀거나, 추세를 남들보다 강하게 추종했다는 것이다. 그럼 그것 역시 본인의 탓이고 본인의 선택일 뿐이다.
하지만 여기서 수많은 사람들은 정말로 쉽게 남 탓에 빠진다. 본인이 주식을 비싸게 샀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것은 정부가 레버리지 ETF를 도입했기 때문이라며 정책 당국을 비난한다. 본인이 여유 현금이 없어서 물타기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빡빡하게 계좌를 운용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정부가 돈을 풀어서 환율이 올랐다는 근거도 없는 허술한 이야기를 마치 진리인 것처럼 뇌까린다.
그렇게 커뮤니티, 채팅방 등지에서 남 탓으로 자가발전을 돌려서 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면야 대단히 좋겠지만, 세상이 만만치가 않아서 그렇게 안 돌아간다는 것이 문제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계좌는 하한가를 치는데 본인 자존심만 여전히 상한가에 머물러 있는 것이겠고, 시세는 이미 끝났지만 본인의 변명과 남탓만 아직 끝나지 않고 길게 꼬리를 늘어뜨려 흔들어 대고 있는 것이다. 말딸은 꼬리가 있어서 귀엽기라도 하지 다 큰 어른이 그러고 있으면 그냥 추접스러울 뿐이다.
"내가 너무 계좌를 빡빡하게 운용했구나", "내가 너무 비싸게 샀구나" 를 스스로 깨닫고 그 다음 대책을 강구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은 고작 이것 하나를 하기 싫어서, 남을 욕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멘탈이 털려서 섣불리 잘못된 지점에서 손절매를 한 뒤 시장에 침을 뱉고 돌아선다.
그러는 동안 보험으로 조용히 현금을 비축해 온 사람들은 시나브로 그 실탄을 바닥에서 쓰고, 이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게 저점에서 매수를 했을 때 빌런 찾기 게임에만 몰두하던 이들은 나중에 주가 다 다시 오르고 나서야 그 다음 포모에 시달린다. 그러면서 그 때는 정부가 무리하게 주가를 부양하여 나 같은 정직한 서민이 벼락거지가 되었다고 또 남 탓을 한다. 그러다가 포모를 참을 수 없게 되면 저번 하락장에서 털리고 남은,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모아 또 고점에서 주식을 사고, 동일한 패턴으로 깡통을 찬다.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왜 매일같이 패배하는가? 이유는 심플하다. 돈이 많이 없고, 그런데 주식을 비싸게 사고, 추세를 너무 강하게 추종하며, 계좌를 너무 빡빡하게 운용하고, 시장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원인보다 더 크게 계좌를 박살내는 원인은 바로 '남 탓' 이다. 남 탓의 유혹은 신용 미수의 유혹보다도 훨씬 더 멘탈에 위험하고, 자기 자신의 투자 심리를 훼손시킨다.
시험이 어려우면 많이 틀리거나 점수가 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낮은 점수를 받아들고 오답 노트를 쓰는 학생과, 선생님이 너무 시험을 어렵게 냈다며 원망을 하는 학생 중 누가 다음 시험을 더 잘 볼 수 있을까? 누구에게 물어본들 대답은 전자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본 바 주식투자 한다는 사람 열의 아홉은 막상 자기 투자 이야기가 되면 어김없이 후자가 된다. 그러니 늘 말하는 것이다. 주식보다는 차라리 가을 야구 적금을 드는 편이 더 낫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