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에만 12억달러 환매 요청에 6억2000만달러만 지급
사모 신용펀드 유동성 경색, 암호화폐 시장까지 영향 우려
글로벌 사모 신용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주력 펀드의 환매를 전격 제한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며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랙록은 약 260억 달러(약 38조5000억원) 규모의 HPS 기업 대출 펀드(HLEND)에 대한 투자자 인출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사모 신용 시장 내 유동성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랙록의 HLEND 펀드는 1분기에만 순자산가치(NAV)의 약 9.3%에 해당하는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규모의 인출 요청을 받았다. 이는 펀드매니저가 추가 인출을 제한할 수 있는 임계치인 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블랙록은 6억2000만달러(약 9188억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환매는 보류하기로 했다.
HLEND는 주로 개인 투자자 자금을 모아 비상장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는 사업개발회사(BDC) 형태의 상품이다. 비유동성 자산을 장기 보유하도록 설계된 만큼, 다수 투자자가 동시에 환매를 요구할 경우 자산의 급매각이 불가피해져 수익률이 훼손될 위험이 크다.
HLEND 포트폴리오의 약 19%는 소프트웨어 분야에 투자돼 있으며 인공지능(AI) 중심 스타트업의 등장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매도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레고리 워런 모닝스타 수석 분석가는 "이번 제한 조치는 비유동성 펀드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잠재적 위험성을 업계와 규제 당국에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불안은 블랙록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쟁사인 블랙스톤 역시 820억달러(약 121조억원) 규모 펀드의 환매 한도를 기존 5%에서 7%로 상향 조정했으며 블루 아울은 환매 대응을 위해 자사 펀드 지분(15.4%)을 직접 매입하며 유동성 방어에 나선 바 있다.
전문가들은 사모 신용펀드의 유동성 경색이 암호화폐 시장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온체인 사모신용 규모는 약 50억 달러로, 주로 실물자산 토큰화 형태로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생태계에 유입되어 있다. 기초 자산 가치가 떨어지거나 투자자 이탈이 확대되면 관련 토큰의 순자산가치가 급락하고, 디파이 프로토콜 내 강제 청산과 유동성 부족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블랙록은 이번 환매 제한 조치가 펀드 내 자산의 강제 매각을 피함으로써 잔류 투자자의 수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