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투자자들이 시장에 묻고 있는 질문〉
최근 청년 세대에게 큰 영향력을 가진 유튜버 한 분을 만났습니다. 청년 투자자들과 최전선에서 소통해 온 인물인 만큼, 우리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진짜 속마음’을 비교적 밀도 있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며 느낀 점은, 문제의 뿌리가 우리가 짐작해 온 것보다 훨씬 깊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
이 표현은 단순한 유행어나 과장된 자조로 치부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안에는 오랜 시간 누적된 실망과 좌절, 그리고 분노가 응축돼 있었습니다. 상당수 청년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은 이미 ‘공정하지 않은 운동장’, ‘신뢰하기 어려운 구조’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미국 주식 시장으로 이동하는 이유입니다. 단순히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적어도 룰이 공정하게 작동하는 시장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인식이 공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본의 이동은 수익률 자체보다도, 제도와 규칙에 대한 신뢰 여부에 더 크게 좌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최근 우리 시장의 지수가 반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학개미’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배경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숫자가 일부 개선됐다고 해서, 한 번 훼손된 신뢰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청년 투자자들이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단기 성과가 아니라, 시장의 기본 질서와 상식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 여부에 가깝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주주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중복상장 시도에 제동을 건 정부의 조치는 청년들 사이에서 상징적인 사례로 언급되고 있었습니다. 개별 사안의 득실을 떠나, “처음으로 투자자 관점에서 내려진 결정”, “기존 관행에 실질적인 제동을 건 사례”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치 그 자체보다도, 이러한 판단이 일회성이 아닌 시장 운영의 방향성으로 읽히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정책적 선택들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축적될 경우, 시장과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인식 역시 점진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최근의 자본 이동 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하나의 중요한 참고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병영에서 감지되는 변화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병사 월급 인상 이후 군 복무 기간 중 1~2천만 원 수준의 자산을 형성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장병들 사이에서 주식과 금융 교육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제도에 대한 이해와 기본적인 투자 원칙을 갖추려는 흐름에 가깝습니다.
이번 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청년 투자자들의 이탈이 시장에 대한 무관심이나 투기 성향의 결과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현재의 시장 구조와 제도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찰하고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공정성과 일관성에 대한 신호가 축적될 경우, 자본의 선택 역시 달라질 여지는 충분히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