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I 보고 겁먹었다…장 막판 쏟아진 매도세
지난달 10일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 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치고 내려오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달 30일 "너무 긴축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라는 등 어조를 약간 덜 매파적으로 바꾼 것도 아마 그런 영향이 미치지 않았을까 추정합니다. 그래서 오는 13일 나올 11월 CPI에 대해서도 희망적 예측이 많고, 그 전초전 격으로 9일(미 동부시간) 발표될 11월 생산자물가(PPI)에 대해서도 기대가 컸습니다. PPI는 CPI보다 약 3개월가량 선행하기 때문입니다.
통상 시장은 PPI를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일반적으로 PPI는 CPI보다 관심을 덜 받지만, 이는 대체로 CPI가 먼저 나오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이달엔 PPI가 먼저 나오면서 중요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신호를 제공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침 8시 30분 발표된 PPI는 이런 시장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전년 대비 7.4% 오른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예상치 7.2%보다 높았습니다. 전월 대비 수치가 중요한 데 0.3% 올라 예상 0.2%를 상회했습니다. 특히 에너지와 식품 물가를 제외한 근원 수치는 한 달 전보다 0.4% 올라 예상 0.2%를 뛰어넘었습니다. 헤드라인은 4.9% 상승했습니다.
세부적으로 상품 물가가 전월보다 0.1%, 서비스 물가가 0.4%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비스 물가는 9월 0.2%, 10월 0.1%를 기록해 2개월 연속 둔화했으나 11월 다시 오름폭이 커졌습니다. 상품을 보면 에너지가 3.3%나 하락했지만, 식품 물가가 3.3% 뛰어 이를 상쇄했습니다.
PPI가 발표된 뒤 소폭 오르던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S&P500 선물은 순간 거의 60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소폭 내리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약 7bp 높은 3.55%대로 올라섰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매니징 디렉터는 "우리는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더 나은 곳에 있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면서도 ”PPI가 예상을 약간 상회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경직적이고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릴 것인지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라고 밝혔습니다. 라스무센은 "PPI 데이터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보이는 다음 주 FOMC를 앞두고 Fed에 안도감을 주지 못했다. 11월 CPI도 예상 밖의 상승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스티펠의 린지 피에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지속해서 인플레이션의 끈적함을 과소평가하거나 얕잡아 보고 있다. Fed에게 인플레이션을 잡는 건 간단하게 뒤집으면 되는 게 아니라 매우 복잡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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