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미 증시서 상폐 러시, 10조 투자 국민연금 괜찮나
미·중 금융전쟁 파장
지난 7월 뉴욕증시 상장폐지 명단에 이름 올린 알리바바그룹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162곳.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외국기업책임법(HFCAA)을 근거로 지정하는 상장폐지 명단에 이름 올린 중국 기업의 숫자다. 뉴욕 증시에 상장(ADR)된 중국 기업은 270곳. 3곳 중 2곳은 상장폐지 대상이란 얘기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모든 외국 기업이 HFCAA 적용 대상이지만, 전 세계에서 미국의 감독을 거부하는 나라는 중국뿐이어서 162곳 모두 중국 기업이다. 이 때문에 HFCAA가 국회 문턱을 넘은 2020년 말 사실상 미·중 금융전쟁의 신호탄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퇴출 명단엔 쟁쟁한 중국 기업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 포털이자 인공지능 업체인 바이두는 지난 3월 23일 이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 5월 5일엔 세계2위 ‘석유 공룡’ 시노펙이 지정됐다.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 3주가량 소명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뒤, 확정 명단에 포함된다. 다만, 현재까지 소명을 통해 명단에서 제외된 기업은 없다. 오히려 지난 12일(현지시간) 시노펙과 시노펙 상하이, 페트로차이나, 중국알루미늄, 중국생명 등 5개 기업은 SEC에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통보했다. 이들 기업들은 “뉴욕증시 상장 유지 의무를 지키기 위한 부담이 크다”며 “오는 25일까지 상장폐지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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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이 언급한 상장 유지 의무는 회계감독권을 뜻한다. 미·중 양국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회계 감독권 문제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갈등을 벌였다. HFCAA에선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3년 연속 회계 감사 자료를 심사할 수 없을 경우 증시에서 강제 퇴출시키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기업들과 중국 정부는 회계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회계 자료를 통해 민감한 정보가 PCAOB에 넘어갈 것이라 우려한 것이다. 반면 PCAOB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모든 기업들의 회계 감사 자료를 확인하는데, 중국 기업만 예외를 허용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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