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러시아 개헌안 국민투표 최종결과(투표율: 67.88%)
찬성한다: 78.56%
반대한다: 21.44%
찬성한다 57.12%p차로 앞서며 개헌안 통과
지난 7월 1일 치러진 전 러시아 개헌안 국민 투표 결과, 대통령 연임 제한 사실상 철폐(기존 푸틴 임기 리셋), 영토 분리 불가(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일본 북방영토 주장 완전히 거부선언), 동성결혼 금지 조항 등을 포함한 헌법개정안이 78.56%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통과됐습니다.
그러나 일부지역에서 투표율이 100%(러시아 선관위는 부재자 투표가 포함된 거라고 해명)를 넘기는 등,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부정선거 의혹을 이번에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집권 여당 통합 러시아당의 지지율이 지난 총선에 비해 매우 부진하는 가운데, 제1, 2야당의 위치에 있는 공산당과 자유민주당이 그 반사이익을 조금이나마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푸틴의 정책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엇갈리는 시선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이후, 크림반도 합병 및 동부 우크라이나 군사개입으로 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지율은 폭등세를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2018년 연금수령 연령 상향[남성: 60세→65세(러시아 남성 평균수명 66세), 여성: 55세→63세→60세(시위 후)] 공고 이후 러시아인, 특히 남성층의 극심한 반발(1년 받고 죽으라는 거냐!)이 터지면서 그 인기가 예전만 못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18년 9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일부 지역들(하카시야 공화국, 하바롭스크주, 블라디미르주)을 야당에게 내주며 위기에 몰렸었습니다.
그 와중에 집권 여당은 연해주 주지사 선거 개표과정에 개입(개표율이 올라가는데 야당표는 오히려 감소)하고, 이에 대해 선관위가 러시아 역사상 초유의 재선거 결정을 내리자 아예 유력 야권 후보 출마 자격을 박탈하게 하는 추태를 보였습니다.
게다가 2018년 대선 직후엔 러시아 주요 대도시 중 하나인 예카테린부르크 시장직에 반 푸틴 성향의 예브게니 로이즈만이 재임하며 정권에 비판을 가하자, 해당 도시만 직선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를 적용하는 매우 졸렬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당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불신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으며, 이제는 푸틴 집권 극 초반 수준(2003년 이전)으로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연금 개혁의 중추였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흔들릴 기미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인기가 여전히 타 정치인들에 비해 압도적인 만큼, 아직까지는 러시아 정국이 급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그리고 19년 9월 지방선거 직전 선관위에서 서명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반정부 무소속 후보들의 등록을 대거 취소하면서 항의 시위가 폭발, 수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졌습니다.
그 후폭풍으로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서 야권후보들에게 무소속 후보 지지층의 표가 대거 쏠린 결과, 여당이 의석의 1/3(-13석)을 잃고 간신히 과반(45석 중 25석)을 유지하는 실질적 참패를 당했습니다. 또한 하바롭스크에서는 자유민주당이 18년 주지사 선거 승리에 힘입어 주의회 선거에서 압승했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21년 총선에서 통합 러시아당의 과반선마저 흔들릴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54.2%의 득표를 얻은 것으로부터 무려 22%p나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슈 반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푸틴 대통령은 2020년 1월 메드베데프 총리 내각을 총사퇴 형식으로 해임했으며, 국민들을 달래기 위해 최저생계비에 맞춘 최저임금 보장과 물가상승률에 따른 연금지급액 조정을 약속하는 헌법개정안을 4월 22일 국민투표에 부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면서 국민투표는 무기한 연기되었으며, 레바다 첸트르 여론조사에서 해당 개헌안과 푸틴 개인에 대한 지지율(71%->54%, 69%->59%)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은 선거일자를 7월 1일로 확정하면서 지지세를 결집하려 애썼으며, 우여곡절 끝에 표면적으로는 압도적인 지지 속에서 개헌안이 통과됨에 따라 86세가 되는 2036년까지 합법적인 대통령 재임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상하관계 즉 권력에 기반한 명령관계가 사회 전반의 기본원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