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혐오하는 부류가 제목과 같은 운 좋은 멍청이입니다.
실제로는 별다른 실력도 없고 식견도 없으면서 오로지 탐욕과 고집, 그리고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서 직전까지 먹히던 전략을 계속 반복만하는 투자자나 트레이더들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런 사람들이 돈을 번다는 점입니다. 그냥 버는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벌 뿐더러 오랫동안 돈을 법니다. 시장이 근본적으로 다르게 흘러가는 커다란 국면전환이 벌어지는데는 보통 10년 넘는 시간이 걸립니다. 대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플레든 디플레든 경제기조는 한방향으로 꾸준히 지속되면서 큰 싸이클을 돌게 마련입니다. 그러면 그 기간 안에 먹히는 방법론은 계속해서 먹히게 마련이고, 한두번 성공한 전략을 별 고민 없이 몇년동안 반복하기만 해도 “운만 좋으면” 계속해서 성공해나갈 수 있게 마련입니다.
그 전략이라는 것은 가치투자전략이 될수도, 성장투자전략이 될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금리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기조에서는 채권을 계속 사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런 유리한 환경 하에서는 무모하고 공격적으로 행동할수록 돈을 벌것이고, 자만심과 자기확신에 빠져있을수록 성공신화를 써내려가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현인으로, 투자의 귀재로 평가받을수 있습니다.
개체로서의 한 인간 내지 투자자가 적응력이 뛰어나서 어려운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해서 성공한게 아니라, 적응력은 눈꼽만큼도 없는 무능한 개체가 어쩌다 자연환경을 잘만나서 “진화에 성공한” 것처럼 여겨지면, 그 환경이 어느날 급변하는 순간 다 쓸려 내려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운좋은 멍청이들의 최후는 거의 비슷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2-3년 정도, 운이 좋으면 10년 정도는 눈부신 수익률을 내주며 어마어마한 돈을 벌며 세간의 존경과 부러움을 사다 어느날 갑자기 그동안 잘 작동하던 전략이 작동을 안하면서 손실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돌아가던 전략이었기 때문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더 큰 배팅을 하거나, 더 자주 거래하거나, 심지어는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하지만, 손실은 더 커지고 더 자주 손실이 나면서 빠른 속도로 몰락하게 되는 패턴을 판박이처럼 보여주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는 저같은 초보 투자자에게는 정말 등골이 서늘한 이야기인게, 이제 겨우 2년 정도 투자를 한 저같은 경우 나 자신이 단지 운 좋은 멍청이인지, 아니면 기초를 제대로 쌓아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루키인지 스스로 파악하는게 불가능하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주식투자에만 국한해도 가치투자든 성장투자든 퀀트투자든 간에 특정한 투자전략이 항상 좋은 성과를 내주는게 아니고 잘 먹히는 국면과 반대로 배신을 때리는 국면이 있다는 건 수많은 학자들이 검증을 끝낸 과학적인 사실입니다.
결국은 나 자신이 정말로 투자에 능력이 있고 시장환경에 적응력을 가지고 진화-발전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10년이 아니라 20년 이상 살아남아서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거지요. 그 전까지는 몸을 사리고 끊임없이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가 살펴봐야 하며,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전략이 어떤 문제가 있고, 이제부터 달라지게 될 지 모르는 시장상황에서는 어떻게 될지도 항상 고민하면서 보내는게 그나마 단번에 쓸려나가 재기할 수 없게 되는 결말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당장 올해 3월달에도 수많은 “고수” 투자자들이 크게 손실을 내거나 아예 나가떨어지기도 했을겁니다. 항상 수익률보다 생존에 방점을 두며 자신을 지키는 투자를 잊지 않는게 가장 중요한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라는 말이 생각하네요
과연 시장이 선택한 자인지
시장에 적응한 자인지
시장을 이긴 자인지
다 같은 말이겠죠
살아남은 자가 강한자다 -> 행운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납득될만큼 충분히 오랜 기간동안 살아남은 자가 진짜 강한자다.
정도로 바꾸어야 진실에 가까운 격언이 되겠죠.
최소한 계획하지 않은 물타기와 존버만 안해도 망할 일은 없을것 같습니다.
시장에대한 겸손함과 자기원칙 세우고 지키기가 이리 어려울 줄 주식 하기전엔 몰랐습니다.
클량서 특히 수면제님 글에서 매번 배우고 다시 다잡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