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어떤 종목 보고서가 나왔는데, 며칠 전에 이걸 보고 관심이 생겨서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게 꽤 재미있는 사연인 것 같아서 써봅니다.
스토리만 보면 어딘지 금방 아실 분이 계실수도 있겠지만, 고리타분한 특정 제조업분야에서 3개 회사가 과점 형태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 있습니다. 원래부터 3개사가 과점이었던 건 아니지만, 다른 제조업이 그렇듯 수익을 크게 내기가 어려운 환경이 심해지면서 작은 회사들은 다들 나가 떨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격경쟁력이 있는 3개 대형 회사만 제대로 영업을 해나가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다가 몇년 전부터 해당 업계가 호황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시장이 확장되서 그런게 아니라, 원재료쪽 시장이 공급확대와 시장의 축소로 망가지다 보니 원재료비가 크게 떨어지기 시작한겁니다. 여기다 최근까지의 원화강세로 인해 수익성이 좋아지기 시작한 거지요.
이런 상황에서 1위 업체는 덩치값을 못하고 매출과 점유율이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본업은 기대를 못하다 보니 그동안 쌓아놓은 돈으로 주식투자를 해서 돈을 벌고 있는 중입니다. 일례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식도 상당히 많이 보유 중,,,
1위가 이름값을 못하는 틈을 타서 2위 업체와 3위업체가 약진을 합니다.
2위 업체는 말 그대로 허씨네 회사입니다. 대주주들이 다 성씨가 허씨,,, 재벌가가 50% 가까운 지분을 가지고 있고, 더없이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원래부터 규모도 있고, 제조설비들이 미리 확충되 있기 때문에 조금만 매출이 늘어도 순이익이 금방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경영도 꾸준히 잘 되어서 돈이 넘쳐나는데, 몇년째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죠. 오너일가의 상속 이슈 때문입니다.
3위 업체는 한때 부도가 나서 법정관리까지 갔다가 새로 들어온 ceo의 능력으로 기사회생에 성공한 회사입니다. 회생에 성공한 걸 넘어서 2위를 따라잡기 위해 엄정나게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중인데, 다행히도 업황 자체가 앞서 말한것처럼 원재료가격의 하락 덕분에 상황이 좋은 편이고, ceo의 영업능력으로 매출이 최근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도 그동안 주가가 계속 밑에서 기어다녔는데, 공격적인 영업과 capa 확장을 위해 유상증자와 CB, BW발행을 계속 밥먹듯 해왔기 때문입니다. 현재도 미상환 전환사채 잔량이 총 주식수의 5%에 달한 상황입니다.
이렇듯, 2위 업체와 3위 업체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고, 강점과 리스크가 제각각 다른 곳에 있는 상황에서 여러분이라면 어떤 업체에 투자를 하시겠습니까? 오너 승계문제로 주가를 밑으로 내려야 유리한 상황에 있는 2위업체가 안좋을까요? 아니면 언제 또 유증을 하고 전환사채 발행을 할지도 모르는데다, 여전히 전환잔량이 총 주식수의 5%에 육박하는 3위업체가 위험할까요?
작년에 3위업체를 적극 권하던 종목 보고서가 나온 시점이 2018년 10월이었습니다. 이제 딱 1년이 지난 시점인데 이 두 업체의 주가는 어떻게 되었고, 어디에 베팅하는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까요?
결과적으로는 2위 업체는 당시보다 주가가 58%, 3위업체는 당시보다 주가가 53% 올라있는게 현재 상황입니다. 업황이 좋고, 실적이 호전되면 기업이고 오너리스크고 유증이고 자시고 다 필요 없다는게 결론일것 같아요. 잘 되는 업종은 섹터별로 돈을 퍼담는 기관과 외국인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게 현실인것 같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건지는 좀 더 공부를 해봐야 할것 같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재료비가 올라가니 영업에 큰 타격을 받는게 해당 업종의 특징이거든요. 거기에다 1위업체가 어떻게 반격을 할지도 모르는 것이구요.
다만, 사업환경이 어려워지면 전환사채라든가 공격적인 경영에 치중한 3위업체가 더 리스크가 있겠죠. 그래서 주가도 조금 덜 올랐던게 아닌가 싶구요.
사지는 않고 공부만 하고싶어서요
삼양통상과 유니켐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