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인 회계사의 책과 신과함께 팟캐스트에 소개되었던 잔여이익모델에 의한 기업가치평가 및 시총 대비 기업가치 비율을 평소 스크리닝해보려고 검색해두었던 기업들 몇개에 돌려봤습니다. 결과가 참 흥미롭더군요.
일단, 제가 정말 좋게 보고 있으면서 실제 보유하고 있는 종목의 주가(시총) 대비 RIM으로산정한 가치 비율을 내봤습니다. 0.32가 나오더군요. 스크리닝 목록에 제일 처음 떴던 부광약품은 최근 바이오 R&D사업쪽에 너무 몰입해서 영업이익을 깍아먹으면서 3대주주가 경영방침에 반발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시총대비 가치 비율이 0.39가 나왔습니다.
관심종목에는 없지만, 호기심에 삼성전자를 내봤습니다. ROE 꾸준히 정말 좋게 나오는 우리나라 대표기업인데, 시총대비 가치비율이 1.01이 나왔습니다.
저평가주 위주로 스크리닝한 기업 중에 계룡건설이라고, 대전지역에 기반을 둔 건설사가 있어서 돌려보니 2.36, 최근 5g 수혜주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pcb제조사인 대덕전자는 껑충 뛰어서 13이 나왔습니다. 저항기, 인덕터를 주로 제조해오다, 최근 인수한 기업의 실적이 추락해서 적자전환한 아비코전자는 무려 731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잔여이익모델을 가지고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을 몇몇 기업에 써보면서 느낀 점이 이러한 잔여이익모델을 통한 기업가치분석은 ROE값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자, 치명적인 단점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년동안 꾸준히 ROE가 5%가 나오는 기업하고, 꾸준히 25%가 나오는 기업이 있다면, 상식적으로 후자의 기업이 전자에 비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요?
복리의 마법을 생각해 보면, ROE 5%짜리 기업은 15년을 가지고 있어야 기업가치가 2배로 성장하게 되는 반면, ROE 25%짜리 기업은 3년이면 가능합니다. 5배 이상의 가치를 상정할 수 있는데, 문제는 건설사나 하청 중소 제조기업은 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그런 꾸준한 성장조차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이런 식의 단순화된 가치계산은 정확한 계산과는 거리가 멉니다.
일단, RIM방식으로 가치평가가 높게 나오는 기업들 면면이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이 많습니다. 원래부터 ROE가 높은 기업들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함정이 부채비율인데, 같은 원리로 이런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이 많이 나옵니다. 이것보다 더 심각한 점은 자본의 효율성이 너무 낮은 기업들도 같이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ROE가 아무리 나빠도기본적으로 자기자본이 높으면 가치평가가 높게 나올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결국, RIM에 기반한 계산이 보여줄 수 있는건 해당 기업이 얼마나 투자자들에게 외면되어 있는 상태인가를 반영하는 계산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투자자들이 외면해서 심각하게 저평가 된 기업들이 나오면, 그 다음부터 “왜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가”, “그러한 저평가요인이 빠른 시간 안에 개선될 가능성은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스스로 열심히 검색하고 사업보고서를 읽고 해서 걸러내야 하는거겠죠.
어찌 되었든, 이런 잔여이익모델을 활용하는 계산식도 지금까지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한 측면에 대해 관점을 부여해주는 좋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ER이나 PBR같은 지표처럼 하나의 참고사항 역할은 해줄 수 있고 주가대비 가치비율이 100이 넘어가는 기업들은 저평가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조사해서 나름 투자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쨋든 간에, 일단은 꾸준하게 조금씩이라도 이렇게 스크리닝을 계속 해가면서 기업들을 훑어보고 발굴해나가는 작업을 멈추면 안되겠죠. 엊그제 휴일동안 모처럼만에 이런 작업들을 하면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공부하고 연습할수 있으면 좋겠네요.
참고로, 원래 RIM과 사경인 회계사의 RIM은 계산 방법이 다릅니다.(ROE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만.) 한 회사에 둘을 모두 적용해보면, 결과가 꽤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사경인 회계사의 RIM은 '예측하지 않아도 된다' 라는 부분에서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제 경우 원조 RIM이건, DCF건 기업의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단 에러라고 생각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