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서피스 프로 2017에 사용할 서피스 프로 4용 펜을 주문했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짧은 소감을 남겨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별로예요. 저와 같은 생각으로 구입하시려는 분들은 만류하고 싶습니다.
일단 서피스 프로 2017용 펜에서와 같은 틸트/초점 오류는 없습니다. 뭐 당연하죠, 펜에서 틸트 기능을 하드웨어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니까요. 이것까지는 좋았는데요. 문제는, 예전의 서피스 시리즈에서 느꼈던 어색한 필기 느낌이 그대로라는 점입니다. 폴링레이트가 딸려서 글자가 제대로 적혀지지 않는게 여실히 느껴지네요. 아무리 꾹꾹 눌러서 천천히 써도 제 필기체와 전혀 동떨어지게 쓰여집니다.
인터넷 자료( https://dancharblog.wordpress.com/2017/05/29/surface-pen-compatibility-interoperability-faq )에 따르면, 서피스 프로 2017에 서피스 프로 4용 펜을 사용하더라도 초기압력값이나 압력 감지 레벨의 수준은 떨어질지언정 레이턴시는 그대로라고 하던데, 글쎄요 아무래도 아닌 것 같네요. 결국 개봉 후 애국가 1절 딱 한번 써보고선 다시 박스에 고이 넣어뒀습니다.
전 어마어마한 단계의 필압도 필요 없고(사실 필압 기능도 다 꺼놓고 씁니다), 틸트 기능도 필요 없고요. 그저 팜 리젝션 잘 되고, 호버 거리 적당히 길고, 펜 끝 초점만 잘 맞으면서 제 글씨체대로 써지기만 하면 되는데 말이죠. 제가 디지타이저 펜에 기대하는게 그리 큰게 아닌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건가 싶네요.
그나저나 서피스 프로 2017에 와콤 뱀부 잉크나 서피스 프로 4용 펜을 쓰면 문제 없이 잘 써진다는 평은 대체 뭔지... 알파벳 문화권이면 몰라도 동아시아권, 특히 복잡한 한자나 한글(예를 들어 뚫, 끊, 떫, 밟, 값, 이런 글자들) 같은 획을 쓰려면 작은 획들이 다 뭉개져서 알아보기가 힘들던데 말이죠. 게다가 제가 딱히 글자를 아주 작게 쓰는 것도 아니거든요.
여하튼 서피스 프로 2017은 아무리 이런저런 방법들을 동원해 봐도 도저히 필기를 할 만한 물건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