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인어른께 받은 라이카 X1입니다.
2000년도 초반부터 디카 하나 사야지 사야지 하면서 늘 재고 있다가, 결국 못사고 5년전 결혼을 해 버리고야 말았는데 그런 제 마음을 어떻게 아셨는지 사위에게 써 보라고 던져주셨네요.
사실 처음에 받았을 땐 라이카가 뭔지도 몰랐고, 또 좋은 카메라라고 알고 있던건 렌즈 교환이 가능한 그런 것들이었기에 이런 똑딱이스러운건 뭐람 하면서 책상 안에 쳐박아두었죠.
그렇게 사진 찍을 일 있으면 그냥 아이폰이 최고야 하면서 쓰다가, 최근에 갤럭시로 폰을 바꾸고 나서.. 슬슬 다른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갤럭시 사진이 안좋아서 그런게 아니라, 아이폰과 달리 갤럭시엔 따로 앱을 안 깔아도 수동촬영 모드로 찍을 수 있는데 이걸 만지다 보니 뭔가 더 좋게 나올 수 있겠는데? 하면서 생각이 든 거죠.
처음엔 와이프에게 미러리스 한대를 사고 싶다고 하였는데, 뭐 당연히 거절당했습니다. 그것도 생각보다 강하게 말입니다. 게임기건 오토바이건 그래픽카드건 웬만하면 반대를 안하는 와이프가 이번엔 좀 세게 반대를 합니다. 전에 아버지께 받은 카메라 있지 않냐고 그거 쓰라고 하더군요. 그제서야 어쩔 수 없이 서랍을 열어서 몇년만에 이놈을 꺼냈습니다.
충전을 하고 매뉴얼을 읽으면서 기본적인 사용법을 익히다 보니.. 저도 확실히 나이가 들었더군요.
처음 이놈을 접했을때만 해도 왜이리 느리지? 왜이리 촛점이 안맞지? 왜이리 무겁지? 왜이리 불편하지? 등등 생각이 지금 와선 마치 어릴적 만졌던 올림푸스 펜 혹은 펜탁스MX 생각이 나면서 그때보다 낫네?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거기에 저도 속물인지라.. 이놈의 가격을 찾아봅니다. 2010년 출시 당시 가격이 260만원대라고 합니다. 그립에 파인더까지 다 있는걸 보니 대충 구입가가 300 좀 안될것 같은.. 와이프님 말씀으론 집에 그거 말고 많았지만 장모님 덕에 다 처분했다는 말을 듣고 나니 왜 와이프님이 카메라 구입을 반대했는지 알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사기 힘든 카메라가 꽁으로 생겼다는 생각에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실 이놈을 다시 쳐다보게 된건 조절 방식입니다. 회사에서도 미러리스 카메라를 만져보지만.. 요새 쉽게 구할 수 있는 어지간한 카메라들은 거의 기계적 조작 방식이 아니더군요. 메뉴 통해서 들어가서 설정을 바꾸던가 하던데, 최소 X1 이놈은 셔터스피드와 조리개값을 상단에 다이얼로 조절할 수 있으니 딱 어렸을 때 만졌던 필름카메라 생각이 났습니다. 이리저리 만지다 보니 최소 노출 관련한 부분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화각 역시 28mm.. 환산해서 36mm 라고 하니 사진에 대한 기초는 이놈으로 씹고 물고 뜯고 하기 딱 좋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라이카X1의 존재 이유라는 경조흑백 사진입니다만.. 사실 아직 얼마나 좋은건지는 모르겠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