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련 글이 몇 개 보여서 제 생각을 써보려고 합니다. 일단 대상은 30대 초중반, 대기업 다니다가 미국 공학, 특히 전자/전산 분야로 박사 나오는 경우입니다. 다른 공학 전공(산업공학, 화공 등)은 저도 잘 모릅니다. 제 주변에도 삼성/엘지 다니다가 30대 중반에 유학 나오신 분들을 꽤 압니다. 어떤 분들은 회사에서 지원 받아 나오셔서 바로 복귀를 하시지만 보통은 교수 혹은 미국 정착을 위해 나오시는 분들이 일반적입니다. 성공적으로 박사 취득 후 미국 교수 되신 분, 취직 하신 분들도 당연히 많고요. 하지만 5-6년 하고도 박사 학위 못 받고 학교 떠나신 분도 계십니다.
1. 비용
석사는 자비 유학이 흔하지만 공학 박사 과정은 사실상 무조건 펀딩이 나와야 합니다. 간혹 한국에서 장학금 주는 걸 알고 펀딩을 안 주는 학교도 있지만, 거의 박사 과정 동안 TA/RA로 수업료 면제와 월급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수업료나 학비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학교에 따라 각종 fee를 내야 하기도 하지만 학기당 1천불 수준이므로 큰 부담은 안 됩니다.
TA/RA 월급은 지역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데 2천불/월으로 보시면 됩니다. 고로 싱글이면 생활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30대에 나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자녀와 배우자가 있습니다. 배우자 분이 당장 미국에서 돈을 벌 확률은 거의 없으므로 결국 지금까지 모아놓은 돈을 쓰셔야 합니다. 생활비는 지역마다 개인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대략 가족이 있다면 1년에 학교에서 받는 월급 외에 약 2천만원이 추가로 들 것 같습니다. 5년만 잡아도 1억원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 비용은 이 기간 동안 직장인이었을 때 벌 수 있는 연봉, 즉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은 금액입니다. 박사 기간 동안 인턴을 하면 생활이 충분할 만큼 돈을 벌 수는 있습니다.
싱글이면 30대라도 별 문제가 없지만 가족이 있다면 생활비를 잘 따져 보셔야 합니다.
2. 기간
제일 큰 문제가 기간입니다. 석사는 빠르면 3학기,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고선 2년만에 졸업이 됩니다만 박사는 그런게 없습니다. 한국에서 석사 하셨다 하더라도 빨리 졸업시켜 주거나 그런 거 거의 없습니다. EE(전자공학)은 그래도 5년이면 내보내주는 분위기인데 CS(전산)은 6년이 기본, 7-8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30대 중반에 박사 시작해서 7년 걸린다면 - 미국 자체를 굉장히 좋아하지 않는 이상 - 손해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 박사 연구라는게 변수가 참 많습니다. 일단 가족이 있으면 시간 할당부터 쉽지 않습니다. 삼성 다니다가 나오시는 분들이 참 많은데 아마 삼성 야근 보다 더 할 정도로 생활 부분을 포기하셔야 합니다. 당연히 가족의 희생이 따릅니다.
지도 교수 선정, 수업 듣기, 퀄 통과하기, 논문 쓰기, 학회 제출하고 합격하기, 박사 프로포절, 직장 구하기, 박사 디펜스 등, 수 없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CS PhD를 4년만에 끝내신 분도 봤지만 5-7년을 염두하셔야 합니다.
3. 직업
제가 아는 EE/CS 분야에 대해서만 얘기 하겠습니다. 삼성/엘지 등 한국 대기업 경력에 CS/EE PhD가 있으면 취직이 잘 될 것 같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물론 다른 전공에 비하면 훨씬 취업이 용이하고 취업만 되면 영주권까지도 아주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만약 나는 무조건 PhD가 필요한 대학교수, 국책연구소(미국 포함), 기업연구소(요즘 별로 좋지 않음)에 가셔야겠다면 박사는 필수 조건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회사의 엔지니어로 지원하시면 많은 나이에 박사가 결코 이득이 아닙니다. 특히 CS 분야로 취직하시려면 코딩 인터뷰가 필수인데 의외로 한국분들이 많이 약합니다. 박사 과정이 딱히 코딩 스킬을 많이 배양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박사 학위가 있더라도 많은 미국 기업들은 그렇게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박사 수당까지 주고 박사 5-6년 했으면 그걸 고스란히 경력으로 쳐줍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같으면 해외박사는 보통 책임 1년차를 줍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기업은 박사 학위를 석사 + 2년 정도로 생각합니다. 석사는 학사 + 1년으로 보고요. 고로 40세에 박사 학위를 가져도 최악의 경우 학사 + 3년 정도 경력 밖에 안 됩니다.
아니, 한국 대기업을 다녔는데 어떻게 이런 대우를 해줘?라고 반문 하시겠지만 이게 보통 현실입니다. 만약 삼성에서 메모리를 하셨고, 박사에서도 이 메모리를 연구하셨고, 예를 들어, 인텔 같은 곳에 다시 메모리 연구하는 곳으로 가면 한국 대기업의 경력을 인정 받고 좀 더 높은 직급으로 가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보통 회사들은 대학원 졸업생을 사실 상 신입으로 간주하고 그 외 경력을 인정 안 해주는게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에서 8년 다니고 미국 박사 취득 후 모 미국 대기업 연구소로 입사하여도, 박사 막 졸업한 20대 후반 졸업생과 같은 연봉이 나옵니다.
뒤늦게 박사를 받으면 연봉 뿐만 아니라 진급에서도 조급해집니다. 저는 만 27세에 유학 나왔고 학부 시절 2년 방황한 걸 따지면 한국인으로는 나쁘지 않는 나이(만 33세)에 박사 취득하였고요, 또래 외국인에 비하면 4-5년 뒤쳐집니다. 회사에 와 보니 저랑 나이 비슷한 외국(인도, 중극 등)은 이미 저 보다 직급이 최소 한 단계에서 두 단계 높습니다. 저도 나름 병특 3년 경력이 있었지만 회사에서는 원칙적으로 인정 안 해줍니다.
박사 따고 취업을 하더라도 나이가 많다면 연봉에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내가 학위 취득 후 취업 하였을 때 국내 대기업 경력을 인정 받을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려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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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대 박사 과정에서 30세 넘어 가족 데리고 시작하는 유학생은 솔직히 한국인 말고 없는 것 같습니다. 인도/중국도 찾아보기 어렵고 다른 선진국 역시 없습니다. 밑에 자비 포닥 이야기도 있겠지만, 유난히 우리나라는 (여전히) 미국 박사를 신봉하고 있습니다. 뭐 저도 유학생 입장에서 자랑스러울 건 없지만요. 대부분의 대학 교수와 기업 임원들이 미국 박사를 들고 있으니 국내 석사 정도 하시고 회사 다니시면 자연스럽게 미국 박사 취득에 대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삼성 지원으로 박사 나오신 한 선배님도 "임원들이 전부 다 미국 박사야" 라고 하시면서 나왔다고 하시더군요.
아무쪼록 이미 나오신 분들에겐 행운이 있기를 기원하며 지금 생각하시는 분들은 여러 변수를 잘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어디까지 제가 아는 지식과 경험 내에 썼으므로 여러 분들의 생각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저는 미국 생활이 한국보다 월등히 우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임도 감안해주세요.
30대에 미국으로 석박사 유학을 온 뒤, 실제로 채용이 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기존에 일했던 경력은 자기가 미국에서 취업이 되는 자리와 밀접한 연관이 없는 이상, 기존 경력은 거의 무시가 됩니다. 무시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연봉의 차이는 10% 내외가 될 겁니다.
그리고 비용의 문제 역시 1년에 2만불을 말씀하셨지만, 물가가 비싼 곳의 여부, 아이의 나이, 아이들을 학교 외에 다른 것들을 듣게 할 경우 등등의 경우에는 천정부지로 뛰게 되지요. 또한 취업이 안될 경우 한국으로 돌아가면 기러기 아빠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요.
from CV
실력이 없으면 졸업을 안시켜주거나 오히려 펀딩을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지도교수를 바꿔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런경우는 지도교수를 옮긴후 다시 연구를 시작하게 되므로 그때부터 5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언어의 문제, 문화의 차이 때문에 지도교수와의 관계가 틀어진후 다시 소위 사바사바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랭킹이 높은 유명한 학교일수록 연구실에 들어오려는 사람은 차고 넘치기 때문에 더 그런것 같은 느낌을 받긴 했는데요 정확한건 아닙니다.
주변에 보면 정말 지도교수와의 관계로 인해 스트레스 받으시는 분들 많은것 같아서 적어봅니다.
수업 성적이 일정기준 밑으로 떨어지면.... 지도교수가 손쓸수도 없이 집에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합니다.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하더군요..)
수업 특징이 거의 매주 퀴즈와 시험 및 발표가 있어서... 시간이 꽤 부족 할때도 있습니다.
100% 동감합니다.
특히 cs 쪽은 실제로 7~8년 시간 보내고도 박사 못받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다만 이런 케이스는 생각보다 잘 알려지지가 않죠. 그냥 한국 회사로 가면 박사 수료했다고 하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인정해 주는 분위기라고 하더라구요. (all but dissertation 으로)
근데 반면 실제로 이렇게 고생하고 학위 못받은 분들이 실력이 떨어지느냐?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만큼 교수운빨도 있어줘야 하고 교수가 따오는 펀딩 운빨 + 논문 운빨 뭐하나라도 삐끗하면 학위 못받는거죠. (물론 모든 면에서 실력이 대단하다면야 이런 운빨 다 씹어먹고 박사 받아가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게 쉬운일이 아니니깐요. ㅜㅜ)
여담이지만 지난주에 printf 님이 사시는 곳에서 컨퍼런스가 있어서 4일 정도를 머문적이 있는데 여기가 printf 님 홈그라운드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
csuhak.org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 와 같이 CS 로 유학을 꿈꾸는 분들이 많이 가는 사이트에 올라가서 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비용: CS/EE와 비슷합니다.
2. 기간: 보통 5년이구요. 교수님이 학교를 옮기거나, 랩을 옮기거나 하면 거의 리셋. 제 주변 한인들의 박사과정 완주율은 85%정도 되는것 같습니다.
3. 직장: CS/EE와 유사합니다. ME PhD이 요구되는 자리의 반정도는 우주항공/국방/핵 관련 국책연구소 혹은 기업 연구소들인데요. 결정적인게 비자/영주권이 아니라 시민권을 가지고 Security clearance를 받을 수 있느냐 입니다. ㅠ,.ㅠ